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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을 극대화하는 열쇠 ‘임원다운 존재감(EP)’

좋은 임원이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침착성, 사려 깊음, 결단력, 공감 능력, 소통 능력 등이 있다. 그런데, 탁월한 임원들을 구별하는 것 중에는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사람들이 따르도록 고무시키는 무형의 자질인 바로 임원다운 존재감(EP: Executive Presence)이다. EP란 정확히 무엇인가? EP는 무엇으로 구성되며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종이나 성별과 같은 요소가 EP의 해석이나 전달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본다.   EP의 정의 모바일 코칭 플랫폼 베터업(BetterUp) 수석 코치 겸 플랫폼 설계 대표이자 자격증을 보유한 심리치료사 겸 작가 사라 그린버그에 따르면, EP란 스스로의 모습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자질들을 결합한 독특한 개념이다.  실비아 앤 휴렛은 ‘임원 존재감: 장점과 성공 사이에 빠진 고리’라는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누구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은 진짜구나’ 하고 납득시킬 만한 자신감과 침착성, 진정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본인이 책임자라는 것, 또는 책임자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자질들이다.” 재능혁신센터(CTI)는 대기업에 근무 중인 전문가들 4,000여명을 대상으로 EP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EP는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26%를 차지했다. 연구 저자 실비아 앤 휴렛, 로렌 리더 치비(Lauren Leader-Chivée), 로라 셔빈(Laura Sherbin), 조앤 고든(Joanne Gordon), 파비올라 듀도네(Fabiola Dieudonné)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EP를 위해서는 3가지를 제대로 해야 한다. 바로 외모, 소통, 진지함인데 이는 그 자체로 행동 세트이기도 하다. 18개의 포커스 그룹과 약 50건의 인터뷰로 알게 된 ...

임원 EP 철학 아우라 인생 목표 선언문 존재감

2020.01.21

좋은 임원이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침착성, 사려 깊음, 결단력, 공감 능력, 소통 능력 등이 있다. 그런데, 탁월한 임원들을 구별하는 것 중에는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사람들이 따르도록 고무시키는 무형의 자질인 바로 임원다운 존재감(EP: Executive Presence)이다. EP란 정확히 무엇인가? EP는 무엇으로 구성되며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종이나 성별과 같은 요소가 EP의 해석이나 전달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본다.   EP의 정의 모바일 코칭 플랫폼 베터업(BetterUp) 수석 코치 겸 플랫폼 설계 대표이자 자격증을 보유한 심리치료사 겸 작가 사라 그린버그에 따르면, EP란 스스로의 모습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자질들을 결합한 독특한 개념이다.  실비아 앤 휴렛은 ‘임원 존재감: 장점과 성공 사이에 빠진 고리’라는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누구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은 진짜구나’ 하고 납득시킬 만한 자신감과 침착성, 진정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본인이 책임자라는 것, 또는 책임자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자질들이다.” 재능혁신센터(CTI)는 대기업에 근무 중인 전문가들 4,000여명을 대상으로 EP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EP는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26%를 차지했다. 연구 저자 실비아 앤 휴렛, 로렌 리더 치비(Lauren Leader-Chivée), 로라 셔빈(Laura Sherbin), 조앤 고든(Joanne Gordon), 파비올라 듀도네(Fabiola Dieudonné)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EP를 위해서는 3가지를 제대로 해야 한다. 바로 외모, 소통, 진지함인데 이는 그 자체로 행동 세트이기도 하다. 18개의 포커스 그룹과 약 50건의 인터뷰로 알게 된 ...

2020.01.21

로봇 공학이 심리학이자 철학인 이유

선반 위에는 절단된 로봇 머리가 2개 놓여 있었다. 한 로봇의 유리 눈엔 생기가 없었고 다른 로봇은 '두피'가 벗겨져 회로판으로 된 뇌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대쪽 책상 아래에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논리, 비교 심리학 관련 책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호주 UTS 대학의 혁신 및 엔터프라이즈 연구소(Innovation and Enterprise Research laboratory)다. 또 다른 이름으로 '매직 랩(Magic Lab)'이라고 불린다. 연구소 안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로봇과 베이지에서 밝은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플라스틱 로봇 외골격이 가득하다. 일부 로봇은 귀여운 '곤충 눈'을 갖고 있고 얼굴에 컬러 조명이 장착돼 있다. 반면 내부의 기계 구조가 드러난 로봇, 해체된 로봇, 발가벗은 로봇도 있다. 그런데 한 로봇이 다른 로봇의 목을 조르고 있다. 연구소의 교수 매리-앤 윌리엄스는 웃으면서 "누군가 PR2가 다른 로봇의 목을 조르도록 만들어 놨다. 관심을 끌려고 한 짓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농담은 그냥 농담이 아니다. 바로 연구소가 주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즉 로봇은 자신의 유용성을 100% 실현하기 위해 사람의 관심을 끌고 공감을 얻어야 하고 이 관심을 구체화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연구 과제다. 사이코봇(Psychobot)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의 인공 지능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왔다. 바둑의 패턴을 파악하고 의료 영상에서 사망률을 예측하는 식이다. AI는 복잡한 '작업'의 해법으로 발전해 왔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능형 시스템이 실제 세상에서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윌리엄스는 "자의식이 있고 자신을 인식하는 다른 행위자, 사람, 로봇, 기타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

CIO 심리학 로봇 철학 로봇공학

2017.07.06

선반 위에는 절단된 로봇 머리가 2개 놓여 있었다. 한 로봇의 유리 눈엔 생기가 없었고 다른 로봇은 '두피'가 벗겨져 회로판으로 된 뇌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대쪽 책상 아래에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논리, 비교 심리학 관련 책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호주 UTS 대학의 혁신 및 엔터프라이즈 연구소(Innovation and Enterprise Research laboratory)다. 또 다른 이름으로 '매직 랩(Magic Lab)'이라고 불린다. 연구소 안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로봇과 베이지에서 밝은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플라스틱 로봇 외골격이 가득하다. 일부 로봇은 귀여운 '곤충 눈'을 갖고 있고 얼굴에 컬러 조명이 장착돼 있다. 반면 내부의 기계 구조가 드러난 로봇, 해체된 로봇, 발가벗은 로봇도 있다. 그런데 한 로봇이 다른 로봇의 목을 조르고 있다. 연구소의 교수 매리-앤 윌리엄스는 웃으면서 "누군가 PR2가 다른 로봇의 목을 조르도록 만들어 놨다. 관심을 끌려고 한 짓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농담은 그냥 농담이 아니다. 바로 연구소가 주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즉 로봇은 자신의 유용성을 100% 실현하기 위해 사람의 관심을 끌고 공감을 얻어야 하고 이 관심을 구체화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연구 과제다. 사이코봇(Psychobot)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의 인공 지능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왔다. 바둑의 패턴을 파악하고 의료 영상에서 사망률을 예측하는 식이다. AI는 복잡한 '작업'의 해법으로 발전해 왔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능형 시스템이 실제 세상에서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윌리엄스는 "자의식이 있고 자신을 인식하는 다른 행위자, 사람, 로봇, 기타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

2017.07.06

'업의 본질'에 대한 IT 기업 4곳의 이야기

모든 기업은 각자의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있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4곳의 거대 IT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고유의 핵심 가치(core value ; 기업 정신, 기업 철학)가 성공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스타트업(Startup)에서 시작하여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집중과 노력이 필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강령(mission statement)에서 이를 견인하는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령은 투자자 또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외부에서 눈여겨보는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기에도 좋은 요소다. 다음의 기업 4곳이 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도움이 되었던 일련의 특별한 기업 지침과 그로부터 비롯된 기업 가치를 살펴본다. 트위터(Twitter) "모두가 장벽 없이 즉각적으로 아이디어와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이 기업의 강령은 단순한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윗(Tweet)의 140자 제한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따지지는 말자. 궁극적으로 트위터는 "자유로운 지구적인 대화"를 구성하는데 분명히 일조하고 있으며 이런 논의를 저해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개선하려 한다. 트위터는 대화를 나누거나 유명인들과 소통하기에 좋지만 사회적인 문제와 정책에 있어서 국가적인 담론을 구성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장으로도 부상했다. 예를 들어, 2011년 트위터는 이집트에서의 시위자들과 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일각에서는 폭동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하지만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외부 세계에 그 실태를 알리는데 도움이 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트위터 사랑으로 많은 관심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위터가 미션과 핵심 가치를 정립했다는 사실은 이 기업에게 꽤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오늘...

경영 선언문 본질 사명 피트비트 기업 강령 에어비앤비 핏빗 철학 문화 어도비 트위터 정신

2017.01.19

모든 기업은 각자의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있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4곳의 거대 IT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고유의 핵심 가치(core value ; 기업 정신, 기업 철학)가 성공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스타트업(Startup)에서 시작하여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집중과 노력이 필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강령(mission statement)에서 이를 견인하는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령은 투자자 또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외부에서 눈여겨보는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기에도 좋은 요소다. 다음의 기업 4곳이 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도움이 되었던 일련의 특별한 기업 지침과 그로부터 비롯된 기업 가치를 살펴본다. 트위터(Twitter) "모두가 장벽 없이 즉각적으로 아이디어와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이 기업의 강령은 단순한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윗(Tweet)의 140자 제한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따지지는 말자. 궁극적으로 트위터는 "자유로운 지구적인 대화"를 구성하는데 분명히 일조하고 있으며 이런 논의를 저해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개선하려 한다. 트위터는 대화를 나누거나 유명인들과 소통하기에 좋지만 사회적인 문제와 정책에 있어서 국가적인 담론을 구성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장으로도 부상했다. 예를 들어, 2011년 트위터는 이집트에서의 시위자들과 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일각에서는 폭동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하지만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외부 세계에 그 실태를 알리는데 도움이 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트위터 사랑으로 많은 관심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위터가 미션과 핵심 가치를 정립했다는 사실은 이 기업에게 꽤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오늘...

2017.01.19

신간 | 일상의 맛을 향유하는 36가지 생각습관 '생활 인문학'

본지 골프인문학 칼럼니스트인 김민철 선생의 <생활 인문학>이 발간됐다. 저자는 본지에 약 3년동안 인문학칼럼을 기고했으며 올 1월부터는 골프인문학 칼럼을 쓰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CIO Korea>에 기고했던 인문학 칼럼을 주제별로 나누고 새롭게 추가해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활밀착형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의 ‘쓸모’를 둘러싼 논쟁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계속 있었다. 저자는 생활밀착형 인문학이라야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30여 년의 세월을 이러한 학문 응용의 장으로 삼으며 어떻게 가능한지를 증명하는 삶을 살았다. 저자는 <생활 인문학>을 통해 일상에서 누구나 맞닥뜨려야 하는 설득의 논리부터 종교와 형이상학의 양면성, 상대주의와 절충주의의 함정 등을 이야기하며 논리와 지식이 실생활에서 어떤 문기가 되는지를 소개했다. <생활 인문학은>은 전체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인문학의 쓸모, 말이 삶을 일군다’, 2부는 ‘정치를 위한 지적 무기’, 3부는 ‘무한 노동 사회를 거부한다’, 4부는 ‘몰입의 삶 그리고 공동체’다.   이 책은 글항아리에서 출판했고 224쪽이며, 1만 3,000원이다. ciokr@idg.co.kr  

CIO 인문학 김민철 철학 신간 생활 인문학

2016.06.17

본지 골프인문학 칼럼니스트인 김민철 선생의 <생활 인문학>이 발간됐다. 저자는 본지에 약 3년동안 인문학칼럼을 기고했으며 올 1월부터는 골프인문학 칼럼을 쓰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CIO Korea>에 기고했던 인문학 칼럼을 주제별로 나누고 새롭게 추가해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활밀착형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의 ‘쓸모’를 둘러싼 논쟁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계속 있었다. 저자는 생활밀착형 인문학이라야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30여 년의 세월을 이러한 학문 응용의 장으로 삼으며 어떻게 가능한지를 증명하는 삶을 살았다. 저자는 <생활 인문학>을 통해 일상에서 누구나 맞닥뜨려야 하는 설득의 논리부터 종교와 형이상학의 양면성, 상대주의와 절충주의의 함정 등을 이야기하며 논리와 지식이 실생활에서 어떤 문기가 되는지를 소개했다. <생활 인문학은>은 전체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인문학의 쓸모, 말이 삶을 일군다’, 2부는 ‘정치를 위한 지적 무기’, 3부는 ‘무한 노동 사회를 거부한다’, 4부는 ‘몰입의 삶 그리고 공동체’다.   이 책은 글항아리에서 출판했고 224쪽이며, 1만 3,000원이다. ciokr@idg.co.kr  

2016.06.17

골프인문학 | 추억의 권투선수 최충일의 교훈

과거 복싱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활약하던 최충일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아마추어 당시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프로로 전향하여 11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한 후, 드디어 세계 챔피언이 될 기회를 잡는다.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전에서 그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5라운드에서는 챔피언을 다운시켜 심한 데미지를 입혔다. 경기가 재개되더라도 한 방만 더 적중시키면 승리가 확실한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5라운드를 10초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린 것이었다. 당시에 비일비재하던 홈그라운드의 텃세였다. 다음 라운드에서 최충일은 불행하게도 오른쪽 손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점차 수세에 몰리다가 11라운드에 역전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실의에 빠져 방황하던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연습 부족으로 패하여 비운의 복서로 남고 만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골프 칼럼에서 왜 난데없이 옛날 복서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실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스트레이트 기술 때문이다. 복싱의 펀칭 기술에는 팔을 쭉 뻗어 치는 스트레이트와 팔꿈치를 굽혀 휘둘러 치는 훅,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스트레이트이다. 복싱 도장에 처음 입문하면 체육관을 대각선으로 한 발씩 걸어 다니며 주먹을 쭉쭉 뻗는 스트레이트 연습만 한 달 이상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최충일의 주특기는 스트레이트였다. 그런데 주특기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그는 오직 스트레이트밖에 칠 줄 모르는 선수인 듯했다. 훅이나 어퍼컷을 연습하지 않았거나 전혀 칠 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레이트만 쳤다. 때에 따라서는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였다. 훅을 치고 빠져나오면 될 텐데 스트레이트만 고집하면서 위기를 자초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CIO 골프 김민철 철학 맹자 권투선수 최충일 조장(助長)

2016.01.15

과거 복싱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활약하던 최충일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아마추어 당시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프로로 전향하여 11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한 후, 드디어 세계 챔피언이 될 기회를 잡는다.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전에서 그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5라운드에서는 챔피언을 다운시켜 심한 데미지를 입혔다. 경기가 재개되더라도 한 방만 더 적중시키면 승리가 확실한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5라운드를 10초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린 것이었다. 당시에 비일비재하던 홈그라운드의 텃세였다. 다음 라운드에서 최충일은 불행하게도 오른쪽 손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점차 수세에 몰리다가 11라운드에 역전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실의에 빠져 방황하던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연습 부족으로 패하여 비운의 복서로 남고 만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골프 칼럼에서 왜 난데없이 옛날 복서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실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스트레이트 기술 때문이다. 복싱의 펀칭 기술에는 팔을 쭉 뻗어 치는 스트레이트와 팔꿈치를 굽혀 휘둘러 치는 훅,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스트레이트이다. 복싱 도장에 처음 입문하면 체육관을 대각선으로 한 발씩 걸어 다니며 주먹을 쭉쭉 뻗는 스트레이트 연습만 한 달 이상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최충일의 주특기는 스트레이트였다. 그런데 주특기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그는 오직 스트레이트밖에 칠 줄 모르는 선수인 듯했다. 훅이나 어퍼컷을 연습하지 않았거나 전혀 칠 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레이트만 쳤다. 때에 따라서는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였다. 훅을 치고 빠져나오면 될 텐데 스트레이트만 고집하면서 위기를 자초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2016.01.15

'이런 사람 꼭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만날법한 11가지 유형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여러 조직, 전문가, 준전문가가 협력해 추진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곤 하는데 더러는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성격의 인물들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해 짜증을 부르는 10가지 부류의 IT종사자들을 소개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과정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좋든 나쁘든) 어떤 부류인지 물었다. 불평의 대상이 된 사람도 있었으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모델이 될만한 오픈소스 개발자 부류도 있었다. ciokr@idg.co.kr

개발자 개발 철학 코딩 리눅스 오픈소스 프로젝트

2015.03.02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여러 조직, 전문가, 준전문가가 협력해 추진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곤 하는데 더러는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성격의 인물들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해 짜증을 부르는 10가지 부류의 IT종사자들을 소개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과정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좋든 나쁘든) 어떤 부류인지 물었다. 불평의 대상이 된 사람도 있었으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모델이 될만한 오픈소스 개발자 부류도 있었다. ciokr@idg.co.kr

2015.03.02

인문학 | 오늘의 도덕을 이야기하는 것

요즘 회사원의 애환을 실감나게 묘사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을 즐겨 보고 있다. 회사생활을 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약간 생소하기도 하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아 매회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그런데 한 번은 어느 에피소드에선가 흘러나온 대사 한 마디가 강력하게 꽂혔던 적이 있다. “신념이라니, 골동품 가게에서 낡고 오래된 시계를 본 것 같은 느낌이네요. 요즘은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강의할 때 사회정의, 이런 얘기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는 시대라서요.” 이 말은 아무리 중요한 바이어를 접대하더라도 양심상 ‘2차 접대’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극중인물 오과장의 ‘신념’에 감탄하면서 안영이가 했던 대사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신념 운운하며 사회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투의 얘기다. 스쳐가듯 짧은 장면에 등장한 대사였지만 이 말은 내게 한동안 곱씹어볼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전공특성상 나는 강단에 설 때마다 윤리, 도덕, 정의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딱히 도덕적이거나 정의로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도덕과 윤리를 말하고 쓰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이다. 법을 다루는 사람은 항상 법을 생각하고 도자기를 굽는 사람은 도자기를 생각하듯이 윤리를 다루는 사람 역시 항상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자신이 실제 도덕적인 인간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무엇이 윤리적으로 바른 행동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윤리학자의 소임이자 책무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미생>의 대사처럼 도덕이니 사회정의니 하는 단어를 입을 올릴 때마다 나 자신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민망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말들이 오늘날 얼마나 진부하고 상투적인 수사가 되어 버렸나.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판에 박힌 말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어색한 허언(虛言)에 불...

CIO 쉬즈융 許知遠 쉬즈위안 승자독식 회사생활 오과장 대사 미생 도덕 정의 철학 윤리 許志永

2014.12.12

요즘 회사원의 애환을 실감나게 묘사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을 즐겨 보고 있다. 회사생활을 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약간 생소하기도 하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아 매회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그런데 한 번은 어느 에피소드에선가 흘러나온 대사 한 마디가 강력하게 꽂혔던 적이 있다. “신념이라니, 골동품 가게에서 낡고 오래된 시계를 본 것 같은 느낌이네요. 요즘은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강의할 때 사회정의, 이런 얘기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는 시대라서요.” 이 말은 아무리 중요한 바이어를 접대하더라도 양심상 ‘2차 접대’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극중인물 오과장의 ‘신념’에 감탄하면서 안영이가 했던 대사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신념 운운하며 사회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투의 얘기다. 스쳐가듯 짧은 장면에 등장한 대사였지만 이 말은 내게 한동안 곱씹어볼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전공특성상 나는 강단에 설 때마다 윤리, 도덕, 정의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딱히 도덕적이거나 정의로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도덕과 윤리를 말하고 쓰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이다. 법을 다루는 사람은 항상 법을 생각하고 도자기를 굽는 사람은 도자기를 생각하듯이 윤리를 다루는 사람 역시 항상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자신이 실제 도덕적인 인간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무엇이 윤리적으로 바른 행동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윤리학자의 소임이자 책무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미생>의 대사처럼 도덕이니 사회정의니 하는 단어를 입을 올릴 때마다 나 자신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민망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말들이 오늘날 얼마나 진부하고 상투적인 수사가 되어 버렸나.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판에 박힌 말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어색한 허언(虛言)에 불...

2014.12.12

인문학 | 자유의 마지막 조건

처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번역서의 원저자이자, 유명한 철학자인 얼레스테어 매킨타이어는 “자유란 인간에게 너무나 고귀한 것이어서, 역사상의 어떤 사상가도 그것을 평가절하할 수 없었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빠삐용>이나 <쇼생크 탈출>과 같은 영화가 성공한 이유도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 인간이 그것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노력은 모두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나 6월 항쟁과 같은 정치적 자유를 위한 투쟁들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빈곤 혹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고,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은 질병과 나약함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며,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외로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고, 놀이를 즐기는 것은 권태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여러 가지 자유의 형태를 언급해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통해, 그리고 타고난 재능을 십분 발휘해서 최대한의 자유를 얻었다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이것은 모든 중생이 겪어야 하는 네 가지 고통[生老病死]이라고 불렀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뿐 아니라, 불교 신자들조차도 태어남이 왜 고통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보통 탄생은 긍정적이고 축하할 만한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난해한 불교식 설명 말고, 이름 없는 한 철학자가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방식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을 축복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야 자식을 얻게 되었으니 축복할 만한 일이겠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도 과연 그러한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고대 이집트의 노예나 조선시대의 백정, 혹은 현대라 하더라도 소말리아와 같이 절대...

인문학 김민철 철학 자유 진인사대천명

2014.07.15

처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번역서의 원저자이자, 유명한 철학자인 얼레스테어 매킨타이어는 “자유란 인간에게 너무나 고귀한 것이어서, 역사상의 어떤 사상가도 그것을 평가절하할 수 없었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빠삐용>이나 <쇼생크 탈출>과 같은 영화가 성공한 이유도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 인간이 그것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노력은 모두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나 6월 항쟁과 같은 정치적 자유를 위한 투쟁들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빈곤 혹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고,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은 질병과 나약함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며,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외로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고, 놀이를 즐기는 것은 권태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여러 가지 자유의 형태를 언급해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통해, 그리고 타고난 재능을 십분 발휘해서 최대한의 자유를 얻었다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이것은 모든 중생이 겪어야 하는 네 가지 고통[生老病死]이라고 불렀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뿐 아니라, 불교 신자들조차도 태어남이 왜 고통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보통 탄생은 긍정적이고 축하할 만한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난해한 불교식 설명 말고, 이름 없는 한 철학자가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방식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을 축복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야 자식을 얻게 되었으니 축복할 만한 일이겠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도 과연 그러한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고대 이집트의 노예나 조선시대의 백정, 혹은 현대라 하더라도 소말리아와 같이 절대...

2014.07.15

IoT에 대한 철학적 접근 '사회 혁명으로 봐야 하는 이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제기되는 몇몇 굵직한 질문들이 있다. IoT는 인간 육체를 한 단계 더 확장시켜줄 것인가? IoT가 과연 우리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해줄까? 혹은 그저 이를 상업화하는 일부 집단의 주머니만을 채워주는 것은 아닐까? 오는 7월 3일부터 영국의 요크 세인트 존 대학에서 열리는 사물인터넷의 철학 컨퍼런스(Philosophy of the Internet of Things conference)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주제에 관련해 열리는 첫 번째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 위원 중 한 사람인 요크 세인트 존의 순수 미술 및 컴퓨터 과학 프로그램 대표 저스틴 맥키온은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몇 가지를 설명했다. 컴퓨터 과학과 순수 미술은 성격이 매우 다른 영역이지만, 대학은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모든 1학년생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필수과목으로 수강하게 했다. ‘변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맥키온은 밝혔다. 다음은 맥키온과의 일문일답이다. 컴퓨터월드 : 사물인터넷만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개최할만큼 이것이 중요한 개념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맥키온 : 컨퍼런스는 사물인터넷을 단순한 테크놀로지 혁명이 아닌, 보다 넓은 사회적 혁명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요아킴 발레프스키와 롭 반 클라넨버그)과 함께 구상하고 조직한 것이다. 아직 IoT의 기술 개발은 비즈니스적, 상업적 의도로 움직이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더해 테크놀로지의 사회적 측면까지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동의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월드 : 자동화가 인간 잠재력(human potential) 발현을 가능하게 할까? 반대로 인간 잠재력을 억압하는 측면은 없을까...

컨퍼런스 인공지능 로봇 철학 IoT 사물인터텟

2014.05.28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제기되는 몇몇 굵직한 질문들이 있다. IoT는 인간 육체를 한 단계 더 확장시켜줄 것인가? IoT가 과연 우리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해줄까? 혹은 그저 이를 상업화하는 일부 집단의 주머니만을 채워주는 것은 아닐까? 오는 7월 3일부터 영국의 요크 세인트 존 대학에서 열리는 사물인터넷의 철학 컨퍼런스(Philosophy of the Internet of Things conference)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주제에 관련해 열리는 첫 번째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 위원 중 한 사람인 요크 세인트 존의 순수 미술 및 컴퓨터 과학 프로그램 대표 저스틴 맥키온은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몇 가지를 설명했다. 컴퓨터 과학과 순수 미술은 성격이 매우 다른 영역이지만, 대학은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모든 1학년생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필수과목으로 수강하게 했다. ‘변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맥키온은 밝혔다. 다음은 맥키온과의 일문일답이다. 컴퓨터월드 : 사물인터넷만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개최할만큼 이것이 중요한 개념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맥키온 : 컨퍼런스는 사물인터넷을 단순한 테크놀로지 혁명이 아닌, 보다 넓은 사회적 혁명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요아킴 발레프스키와 롭 반 클라넨버그)과 함께 구상하고 조직한 것이다. 아직 IoT의 기술 개발은 비즈니스적, 상업적 의도로 움직이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더해 테크놀로지의 사회적 측면까지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동의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월드 : 자동화가 인간 잠재력(human potential) 발현을 가능하게 할까? 반대로 인간 잠재력을 억압하는 측면은 없을까...

2014.05.28

인문학 | 방목의 미학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조장(助長)”이라는 말이 있다. “야, 너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지 마라”와 같은 용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아주 흔하고 일상적인 용어이지만, 그 어원은 매우 심오하다. 이야기는 『맹자』에 등장한다. 송나라에 한 농부가 어느 날 집에 돌아와서는 “아~ 피곤하다. 오늘은 일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말하면서 쓰러져 누웠다. 아들이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라고 묻자, 아버지는 “아 글쎄 논에 모가 잘 안 자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자라는 것을 도와주려고 모마다 조금씩 뽑아주고 왔지”라고 말하였다. 아들이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모는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자라는 것을 돕다”라는 뜻의 이 말은 본래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촉진하고자 하여 일을 망치는 것을 의미한다. 맹자는 “잊어버리고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인위적으로 자라는 것을 돕고자 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 맹자가 본래 의도한 대상은 사단(四端), 즉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선한 싹이지만, 맹자 자신이 든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농작물, 나아가 가축을 기르는 데에도 매우 잘 적용된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은 <종수곽탁타전>에서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곱추라서 낙타라는 뜻의 ‘탁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그 별명이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다 하여 본명을 버리고 별명을 이름으로 삼아버렸다. 심지어 사람들이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그의 직업은 나무를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기술이 뛰어나 관상수를 돌보려는 권력자들이나 부자들이 앞 다투어 그를 초빙할 정도였다. 동종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몰래 엿보고 흉내 내어도 좀처럼 그와 같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 김민철 철학 자녀

2013.12.12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조장(助長)”이라는 말이 있다. “야, 너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지 마라”와 같은 용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아주 흔하고 일상적인 용어이지만, 그 어원은 매우 심오하다. 이야기는 『맹자』에 등장한다. 송나라에 한 농부가 어느 날 집에 돌아와서는 “아~ 피곤하다. 오늘은 일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말하면서 쓰러져 누웠다. 아들이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라고 묻자, 아버지는 “아 글쎄 논에 모가 잘 안 자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자라는 것을 도와주려고 모마다 조금씩 뽑아주고 왔지”라고 말하였다. 아들이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모는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자라는 것을 돕다”라는 뜻의 이 말은 본래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촉진하고자 하여 일을 망치는 것을 의미한다. 맹자는 “잊어버리고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인위적으로 자라는 것을 돕고자 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 맹자가 본래 의도한 대상은 사단(四端), 즉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선한 싹이지만, 맹자 자신이 든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농작물, 나아가 가축을 기르는 데에도 매우 잘 적용된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은 <종수곽탁타전>에서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곱추라서 낙타라는 뜻의 ‘탁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그 별명이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다 하여 본명을 버리고 별명을 이름으로 삼아버렸다. 심지어 사람들이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그의 직업은 나무를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기술이 뛰어나 관상수를 돌보려는 권력자들이나 부자들이 앞 다투어 그를 초빙할 정도였다. 동종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몰래 엿보고 흉내 내어도 좀처럼 그와 같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2013.12.12

인문학 | 앎과 행동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고대 그리스에서 살았던 소크라테스와 그보다 1,500년 이상의 시간과 동서의 지리적 간극을 두고 명나라에서 살았던 왕양명이라는 두 사상가의 공통점은 지행일치(知行一致)를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사상사를 공부하다 보면 예외 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 말의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만약 그들이 의도한 바가 “앎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라고 하는 당위적인 주장이었다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으며, 그 주장에 반대할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착하게 살자”와 같은 하나마나 한 좋은 말씀 한 번 하신 셈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에 대해 더 생각하고 논의해 볼 여지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확한 표현은 ‘지행당일치(知行當一致)’ 혹은 ‘지행수일치(知行須一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당위를 의미하는 조동사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의도적이든 실수이든 간에 조동사가 포함되지 않은 그 문장은 당위가 아니라 “앎과 행동은 일치한다”라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그들의 의도가 이것이었다면,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과 전혀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할 때 그 말은 진정 획기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이 지점에서 먼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철학의 부재다. 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이 말이 이렇게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 별로 논의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나 후자의 경우 많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해보거나 혹은 한 번이라고 생각해 본 사람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상식과 전혀 동떨어진 주장을 듣고서도, 그것이 단지 유명한 사상가들의 발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심을...

김민철 철학

2013.05.15

고대 그리스에서 살았던 소크라테스와 그보다 1,500년 이상의 시간과 동서의 지리적 간극을 두고 명나라에서 살았던 왕양명이라는 두 사상가의 공통점은 지행일치(知行一致)를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사상사를 공부하다 보면 예외 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 말의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만약 그들이 의도한 바가 “앎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라고 하는 당위적인 주장이었다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으며, 그 주장에 반대할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착하게 살자”와 같은 하나마나 한 좋은 말씀 한 번 하신 셈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에 대해 더 생각하고 논의해 볼 여지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확한 표현은 ‘지행당일치(知行當一致)’ 혹은 ‘지행수일치(知行須一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당위를 의미하는 조동사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의도적이든 실수이든 간에 조동사가 포함되지 않은 그 문장은 당위가 아니라 “앎과 행동은 일치한다”라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그들의 의도가 이것이었다면,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과 전혀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할 때 그 말은 진정 획기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이 지점에서 먼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철학의 부재다. 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이 말이 이렇게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 별로 논의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나 후자의 경우 많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해보거나 혹은 한 번이라고 생각해 본 사람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상식과 전혀 동떨어진 주장을 듣고서도, 그것이 단지 유명한 사상가들의 발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심을...

2013.05.15

인문학 | 대규모 사회와 소규모 사회의 토양

나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촌에 살고 있다. 이곳으로 이사 온 결정적 계기는 아이들이었다. 아파트에 살던 우리 부부는 아주 단순하게 아가들이 마당에서 뛰어 놀면 좋겠다는 생각에 촌에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상상을 뛰어 넘는 행복한 삶을 살던 중, 작년 말 큰아이의 취학통지서가 나왔다.   우리 아이들은 이전에 어떤 교육 기관도 경험하지 못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가 본 적이 없다.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먼저 그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근하는 어른들처럼 억지로 눈을 부비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늘어지게 자고 싶은 만큼 자고, 하루 종일 여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아이들은 행복했다.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교육 시설에 보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맞벌이를 하거나, 혼자 아이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도 그것이 최선일까? 시설에 근무하는 교사의 사랑이 부모의 그것보다 클 수는 없고, 따라서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와 집사람이 아무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노는 것을 좋아해도, 두 명의 아이를 하루 종일 끼고 있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애 볼래, 밭 맬래?”라고 물으면 누구나 밭 맨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교육자가 어려운 길을 선택할수록 교육은 올바른 길로 갈 가능성이 높음을 말이다. 나는 집사람과 그런 철학을 공유했고, 실천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건강하고 예절바르면서도 행복해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남매를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교육기관에 다니다 보면, 동생과 놀 시간도 별로 없을뿐더러, 동생과의 놀이가 재미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붙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둘은 가...

교육 인문학 공동체 김민철 철학

2013.04.12

나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촌에 살고 있다. 이곳으로 이사 온 결정적 계기는 아이들이었다. 아파트에 살던 우리 부부는 아주 단순하게 아가들이 마당에서 뛰어 놀면 좋겠다는 생각에 촌에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상상을 뛰어 넘는 행복한 삶을 살던 중, 작년 말 큰아이의 취학통지서가 나왔다.   우리 아이들은 이전에 어떤 교육 기관도 경험하지 못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가 본 적이 없다.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먼저 그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근하는 어른들처럼 억지로 눈을 부비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늘어지게 자고 싶은 만큼 자고, 하루 종일 여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아이들은 행복했다.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교육 시설에 보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맞벌이를 하거나, 혼자 아이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도 그것이 최선일까? 시설에 근무하는 교사의 사랑이 부모의 그것보다 클 수는 없고, 따라서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와 집사람이 아무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노는 것을 좋아해도, 두 명의 아이를 하루 종일 끼고 있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애 볼래, 밭 맬래?”라고 물으면 누구나 밭 맨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교육자가 어려운 길을 선택할수록 교육은 올바른 길로 갈 가능성이 높음을 말이다. 나는 집사람과 그런 철학을 공유했고, 실천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건강하고 예절바르면서도 행복해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남매를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교육기관에 다니다 보면, 동생과 놀 시간도 별로 없을뿐더러, 동생과의 놀이가 재미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붙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둘은 가...

2013.04.12

인문학 | 자본주의와 아줌마 파마의 기원

20년 전 풋풋했던 시절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파 앤드 어웨이>에는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개척기의 미국에서 정착민들에게 땅을 나누어주던 모습이다. 땅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 말을 탄 채 줄을 서 있고, 그들 앞에는 정사각형으로 구분된 땅이 100개 있다. 하나의 땅은 개간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며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구분된 각 땅에는 깃발이 꽂혀 있다. 총성이 울리면 지원자들은 각자 원하는 곳으로 말을 타고 달려가 깃발을 뽑게 되면 그 땅을 소유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모태 사상인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사회는 아마도 바로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기회는 열려 있고, 누구나 똑 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 얼마나 빨리 달려가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토대로 삼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가에 따라 잘 사느냐 못 사느냐가 결정된다. 그들이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노동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존경받을 만함을 뜻하기도 한다. 소유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노동을 통해 일구어낸 재산은 내 몸의 일부와 다를 바 없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신체의 자유와 재산의 자유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상황은 정말로 이상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현실은 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땅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정도의 땅을 계속해서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이상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땅은 무한하지 않고, 처음에 행해졌던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분배라는 조건은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 인기 ...

인문학 김민철 철학

2013.01.15

20년 전 풋풋했던 시절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파 앤드 어웨이>에는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개척기의 미국에서 정착민들에게 땅을 나누어주던 모습이다. 땅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 말을 탄 채 줄을 서 있고, 그들 앞에는 정사각형으로 구분된 땅이 100개 있다. 하나의 땅은 개간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며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구분된 각 땅에는 깃발이 꽂혀 있다. 총성이 울리면 지원자들은 각자 원하는 곳으로 말을 타고 달려가 깃발을 뽑게 되면 그 땅을 소유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모태 사상인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사회는 아마도 바로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기회는 열려 있고, 누구나 똑 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 얼마나 빨리 달려가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토대로 삼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가에 따라 잘 사느냐 못 사느냐가 결정된다. 그들이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노동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존경받을 만함을 뜻하기도 한다. 소유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노동을 통해 일구어낸 재산은 내 몸의 일부와 다를 바 없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신체의 자유와 재산의 자유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상황은 정말로 이상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현실은 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땅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정도의 땅을 계속해서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이상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땅은 무한하지 않고, 처음에 행해졌던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분배라는 조건은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 인기 ...

2013.01.15

인문학 | 자유주의와 매춘, 그리고 정의

우리나라에서 매춘은 불법이다. 성을 파는 사람뿐 아니라 성을 사는 사람까지도 처벌받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매춘의 천국이다. 최근에는 강남에서 건물 전체를 빌려 기업형 매춘을 했다는 보도가 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매춘 산업 종사자의 규모다. 공식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의 숫자는 100만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가임기 여성의 1/5에 육박하는 숫자다. 혹자는 이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미아리와 같은 대표적인 매춘굴이 사라진 지가 언젠데?”라는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룸살롱과 같은 술집에서 술을 따르는 여성들이 거의 대부분 매춘에 종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그리 놀라운 숫자도 아니다. 룸살롱의 변형된 형태는 물론이고, 안마방과 같은 기타 업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매춘에 앞서 언급한 기업형 매춘, 그리고 원조교제를 포함한 개인적 차원의 매춘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 인기 인문학 ->인문학 | 천리마론 -> 인문학 | 빼앗고자 하거든 먼저 주어라 -> 인문학 | 형이상학에서 합의와 계약으로 -> 인문학 | 진정한 자유 ; 얽매이지 않음 ->인문학 | 옳고 그름이 아닌 멀고 가까움 --------------------------------------------------------------- 더욱 놀라운 것은 매춘 산업의 연 매출 규모가 GDP의 4% 정도로, 농림어업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매출을 합법화해서 월드컵 특수를 누릴 정도인 독일조차도, 인구는 우리의 1.5배 이상인데, 매춘 여성의 숫자와 규모는 우리의 반 이상임을 감안해 보면, 한국이 얼마나 매춘의 천국인지 쉽게 알 ...

김민철 철학 정의

2012.10.15

우리나라에서 매춘은 불법이다. 성을 파는 사람뿐 아니라 성을 사는 사람까지도 처벌받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매춘의 천국이다. 최근에는 강남에서 건물 전체를 빌려 기업형 매춘을 했다는 보도가 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매춘 산업 종사자의 규모다. 공식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의 숫자는 100만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가임기 여성의 1/5에 육박하는 숫자다. 혹자는 이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미아리와 같은 대표적인 매춘굴이 사라진 지가 언젠데?”라는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룸살롱과 같은 술집에서 술을 따르는 여성들이 거의 대부분 매춘에 종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그리 놀라운 숫자도 아니다. 룸살롱의 변형된 형태는 물론이고, 안마방과 같은 기타 업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매춘에 앞서 언급한 기업형 매춘, 그리고 원조교제를 포함한 개인적 차원의 매춘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 인기 인문학 ->인문학 | 천리마론 -> 인문학 | 빼앗고자 하거든 먼저 주어라 -> 인문학 | 형이상학에서 합의와 계약으로 -> 인문학 | 진정한 자유 ; 얽매이지 않음 ->인문학 | 옳고 그름이 아닌 멀고 가까움 --------------------------------------------------------------- 더욱 놀라운 것은 매춘 산업의 연 매출 규모가 GDP의 4% 정도로, 농림어업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매출을 합법화해서 월드컵 특수를 누릴 정도인 독일조차도, 인구는 우리의 1.5배 이상인데, 매춘 여성의 숫자와 규모는 우리의 반 이상임을 감안해 보면, 한국이 얼마나 매춘의 천국인지 쉽게 알 ...

2012.10.15

인문학 | 진정한 자유 ; 얽매이지 않음

10년쯤 전, 십팔기라는 무예의 전수자이자 체육과 박사과정생이었던 친구와 품앗이를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내게 한문을 배우고, 필자는 그 친구에게 무술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와 동문수학한 승려가 찾아와 같이 운동을 했다. 그 친구와 승려는 함께 식사할 것을 청했고, 필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필자는 곧 그 상황이 다소 곤혹스러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보다 이전 공부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비구니와의 기억 때문이었다. 함께 식사를 해야 할 때면 어디에 가야 할 지부터가 고민이었다. 일행들은 무엇을 먹여야 할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없었다. 간신히 식당을 골라 들어가면, 그는 식당에 가면 “비빔밥에 계란하고 고기 빼고 주세요”, “된장찌개에 바지락이나 조개는 넣지 말아 주세요”와 같은 요구를 하곤 했다. 그도 힘들었겠지만, 나머지 일행들도 편치 않기는 매일반이었다. 생각 없이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해 놓고 잠시 동안 혼자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그 승려가 “우리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지요”라고 활기차게 말했다. 다소 놀라웠지만, 일단 내 고민은 쉽사리 해결된 셈이었다. 그런데 삼겹살집에 가서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까까머리에 승복을 입은 사람이 포함된 일행이 삼겹살집에 들어갔으니, 그곳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당황하던 나와는 달리, 그 승려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아서는 “아주머니, 여기 삼겹살 3인분하고 소주 두 병 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순간 당황하였지만, 그의 당당한 태도에 사람들은 이내 우리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필자는 그런 태도야말로 정말로 불교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불교는 해탈을 목표로 한다. 해탈(解脫)이란...

인문학 철학 자유 해탈

2012.03.15

10년쯤 전, 십팔기라는 무예의 전수자이자 체육과 박사과정생이었던 친구와 품앗이를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내게 한문을 배우고, 필자는 그 친구에게 무술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와 동문수학한 승려가 찾아와 같이 운동을 했다. 그 친구와 승려는 함께 식사할 것을 청했고, 필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필자는 곧 그 상황이 다소 곤혹스러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보다 이전 공부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비구니와의 기억 때문이었다. 함께 식사를 해야 할 때면 어디에 가야 할 지부터가 고민이었다. 일행들은 무엇을 먹여야 할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없었다. 간신히 식당을 골라 들어가면, 그는 식당에 가면 “비빔밥에 계란하고 고기 빼고 주세요”, “된장찌개에 바지락이나 조개는 넣지 말아 주세요”와 같은 요구를 하곤 했다. 그도 힘들었겠지만, 나머지 일행들도 편치 않기는 매일반이었다. 생각 없이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해 놓고 잠시 동안 혼자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그 승려가 “우리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지요”라고 활기차게 말했다. 다소 놀라웠지만, 일단 내 고민은 쉽사리 해결된 셈이었다. 그런데 삼겹살집에 가서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까까머리에 승복을 입은 사람이 포함된 일행이 삼겹살집에 들어갔으니, 그곳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당황하던 나와는 달리, 그 승려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아서는 “아주머니, 여기 삼겹살 3인분하고 소주 두 병 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순간 당황하였지만, 그의 당당한 태도에 사람들은 이내 우리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필자는 그런 태도야말로 정말로 불교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불교는 해탈을 목표로 한다. 해탈(解脫)이란...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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