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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위기에서 기회를 보다’ 아이브릭스 채종현 대표가 전하는 ‘비즈니스 AI’ 이야기

2024.01.29 Brian Cheon  |  CIO KR
“이제 우리는 어떡하나 싶은 당혹감이 들었습니다. 1년 내에 저 정도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어낼 방법이 솔직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여의 기간은 그에 대한 해법을 찾는 시기였습니다. 마침내 나름의 활로를 찾았다고 봅니다.“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는 업계와 사용자로부터 순식간에 갈채를 이끌어냈다. 나선형 발전 중에서도 ‘비약’, ‘도약’에 해당하는 진전이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전문 기업 아이브릭스의 채종현 대표는 챗GPT를 처음 접했을 때를 회고하며 ‘그야말로 암담했다’라고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은 신기하고 놀라운 도구가 더 출현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꾸준히 발전해온 인공지능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을 목격하는 흥미진진함도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업계의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는 비약적 발전을 이끌어낸 주체가 외부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한 사건이었을 터다.

창업 8년 차의 국내 인공지능 전문기업 아이브릭스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과 발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껏 높아진 고객 기업과 소비자의 눈높이는 어떻게 맞춰갈 계획일까? 아이브릭스 판교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채종현 대표는 생성형 AI의 부상과 이에 대해 아이브릭스가 준비해온 과정, 인공지능 분야의 동향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아이브릭스 채종현 대표

챗봇의 부상과 쇠퇴 속에서도 8년째 꾸준한 비즈니스 성장
2016년 채종현 대표가 연구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가 10여 명과 함께 창업한 아이브릭스(https://ibricks.co.kr/)는 ‘인공지능분석서비스’, ‘챗봇솔루션’, ‘빅데이터 언어분석 솔루션’, '학습분석솔루션’, ‘지능형검색서비스’, ‘추천솔루션’’ 영역의 비즈니스를 펼치는 AI 전문기업이다. 특히 언어 영역에 특화된 연혁을 자랑한다. 이를 테면 2016년 창립 첫 해부터 한 대기업의 인공지능 스피커 언어이해엔진(NLU) 연구에 참여했던 바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AI 파트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챗봇, 문화체육부 산하 박물관 14곳의 자율주행 대화형 로봇인 큐아이 등을 비롯해 다양한 형식의 인공지능 서비스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종현 대표에 따르면 아이브릭스는 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 중에서도 남다른 특징이 몇몇 있다. 창업 첫 해부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다는 점, 이로 인해 지금까지 별도의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무엇보다도 회사의 각종 AI B2B 비즈니스 서비스가 꾸준히 운영 및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일례로 챗봇 비즈니스를 들 수 있습니다. 챗봇이라는 솔루션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사치품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곤 했습니다. 업무에 꼭 필요하지 않고 트렌디한 속성으로 인해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빈번합니다. 애석하게도 이로 인해 챗봇 서비스 상당수가 단명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3, 4년 이상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이 드물 정도입니다.”

채 대표는 그러나 아이브릭스가 운영하는 박물관용 큐아이 서비스의 경우 6차 확산 사업이, EBS의 단추 인공지능 서비스의 경우 3차 고도화 사업이 진행됐을 정도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고 지속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챗봇을 비롯한 대화형 서비스에 대한 환멸론은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질의에 답답한 답변을 쏟아내는 행태로 인해 대화 상대방이 챗봇임을 감지한 순간 채널을 닫아버리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미사여구와 함께 등장했던 대화형 서비스가 조용히 사라진 사례 또한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아이브릭스의 솔루션이 어떤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었던 것인지를 물었다. 

“몇몇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AI 프로젝트가 사치품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페인포인트를 구체화하고 핵심 목표와 성과를 고객사와 함께 고민하고 예측하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사업 계획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셈입니다. 아이브릭스는 초기 단계의 기획 컨설팅 단계부터 고객 조직들과 ROI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덕분에 니즈와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들이 많았습니다.”

채종현 대표가 언급한 두 번째 차별화 요소는 데이터 그라운딩(Data Grounding)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AI를 비롯한 언어 프로젝트는 결국 데이터가 관건이다. 기업 고유의 데이터를 가지고 모델을 위한 학습용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성해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아이브릭스는 이 작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AI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비즈니스 문제는 기업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식별하고 편집해 인스트럭트 데이터를 만들고 강화 학습을 지속하는 작업은 AI 서비스 기업의 몫입니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언어 처리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아이브릭스는 AI 기술 전문 조직 뿐만 아니라 바로 이 영역에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데이터 조직을 밀도있게 구성하여 남다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챗GPT의 등장 후 1년 간 탐색, AI 서비스 기업의 활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레퍼런스에 힘입어 매년 성장세를 기록한 아이브릭스였지만 챗GPT가 출현했을 때 실로 당혹스러웠다고 채종현 대표는 토로했다. 과거 구글이 번역 엔진을 선보였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더욱 컸었다는 설명이다. 

“같은 언어 처리를 하는 기업인데, 어떻게 저 정도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6개월, 1년을 투자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B2B로 알음알음 알려지는 서비스였다면 오히려 나았을텐데, 누구나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사용자의 눈높이 한꺼번에 올려버리니 더 문제였습니다. 우리의 대화형 AI 서비스가 챗GPT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고객이 불만족할 것이 너무도 명확했습니다.”

채종현 대표는 지난 1년여의 기간이 연구소와 함께 탐색하고 연구하면서 해법을 찾아온 기간이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생성형 AI란 결국 끝말잇기처럼 앞의 문맥을 이해하여 뒤 이을 토큰(글자)의 예측이다. 아이브릭스 연구소가 지난 1년 간 검증해온 작업들은 어느정도 규모의 언어모델이 성능을 낼 수 있는 실용적인 모델인지, 할루시네이션(환각)극복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데이터 최신성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파라미터를 10배 더 올린다고 할지라도 추론의 정확도는 1~2% 올라가는 수준에 그칩니다. 규모의 경제로 온전히 해결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또 구글이 온디바이스용 나노를 포함해 3가지 버전의 제미나이를 공개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실용적 수준의 생성형 AI에 수백, 수천 억원 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면의 인스트럭트 데이터를 적절히 만들어 학습한다면 실용성이 더욱 향상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 영역에서는 데이터 보안문제, 기업 데이터 특수성, 서비스 최신성 등의 이유로 인해 자체적으로 생성형 AI 솔루션을 구축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채종현 대표는 진단했다.

“컨택 센터, 의약, 게임, 마케팅, HR 등 수많은 영역에서 생성형 AI 활용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존 비즈니스 서비스의 한 요소로 생성형 AI가 접목되는 유즈 케이스는 더욱 다양할 것입니다. 아이브릭스는 수천 억개의 파라미터를 조 단위 규모의 인프라에서 구동할 필요 없이, 단위 기업이 연간 수 억원 규모로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의 자체 생성형 AI 솔루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LLM, 챗GPT가 높인 눈높이에 대응 가능”
채종현 대표에 따르면 종전 생성형 AI의 인프라의 1/20~1/40 규모로 구동할 수 있는 sLLM(Small Large Language Model)이 자체 생성형 AI 솔루션을 구축하려는 기업 대다수에게 적합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기업용 모델이기에 규제 대응과 신뢰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인프라 부담을 줄이는 검색 증강 생성(RAG)의 기술이 각광받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범용 생성형 AI 서비스로는 대응할 수 없는 특수 영역에 대한 기업 고유의 AI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가고 있습니다.”

채종현 대표는 몇 대의 GPU로 구동할 수 있는 소규모 거대언어모델과 전문적인 인스트럭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역량이 조합된다면, 적어도 특정 영역과 업무에서는 챗GPT에 뒤지지 않는, 오히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잘 아시다시피 생성형 AI는 대화뿐 아니라 코드 작성에도 능합니다. 추론의 대상이 반드시 ‘단어’가 아닙니다. 의약, 게임, 여행 분야 등 비즈니스에 따라 다양한 생성형 AI의 활용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에서는 AI가 특정 기능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즈니스 워크플로우 중간중간에 LLM을 활용하는 업무 시나리오가 무척 다양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와 시나리오 기반의 챗봇이 혼합되는 유즈 케이스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채 대표에 따르면 작년 8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아이브릭스는 일단 올해에만 40억~50억 규모의 생성형 AI와 관련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챗봇 비즈니스, 대화형 로봇 비즈니스, AICC 분야에서의 대체 매출만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그는 덧붙였다. 참고로 아이브릭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sLLM을 공식 출시할 시기는 3월로 예정돼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생성형 AI 시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채종현 대표의 조언
생성형 AI 대화가 비즈니스 분야를 온통 지배한 2023년이었지만 실제적인 활용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자칫 뒤쳐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팽배했지만, 비즈니스 현장에 덜컥 도입하기에는 비용, 인력, 보안, 실용성 등에서 수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비즈니스 분야에 신기술이 새롭게 등장할 때에는 회의론과 신중론, 반발이 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걷히는 시점은 경쟁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재무제표에 성과가 반영되는 시점입니다. 이 때부터는 제가 챗GPT에 느꼈던 당혹감을 기업 임원분들이 가지게 됩니다. 저는 그 흐름이 좀 빠를 것으로 봅니다. 미리 대비하실 것을 권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생성형 AI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조직 내부의 AI 역량을 높이고 AI 프로젝트의 효과를 높일 방법은 무엇일까? 인공지능 전문 기업의 대표로서 전할 수 있는 조언을 물어봤다.

“먼저 고객 경험을 바꾸든, 내부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든 목표 설정이 있어야 합니다. 또 그에 대한 성과 예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브릭스와 같은 기업이 도와드릴 순 있지만 결국 기업 내부의 담당자들이 전문가이기에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고민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채종현 대표는 기업의 IT 전문가들에게 전하는 조언도 남겼다. 바로 유연성이었다. 

“생성형 AI 이후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엔비디아를 지목하곤 합니다. 그런데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페이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른 인터페이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장의 동향에 주목하면서 변화에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창업 이후 성장 궤도를 차근차근 밟아온 기업의 대표라서일까?  아이브릭스 채종현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약하는 단어는 ‘담백함’이었다. 회사의 언어 처리 역량과 관련해 한국어 특성과 관련 있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실 LLM 분야에서는 한국어 자체의 특성으로 인한 한계가 줄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오히려 죄송하다’라고도 했다. 그랬기에 채종현 대표가 보인 자신감에 오히려 믿음이 갔다. 그는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것을 알기에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그 수준으로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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