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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 리더십|조직관리

오피니언 | 되돌아 보기… /김정태 삼성증권 전 고문

2011.05.27 김정태  |  CIO KR

가끔은 우리가 하는 일들에 대하여 다른 관점에서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가 하는 점검의 의미도 있지만 일정 시간, 반복 하면서 무엇인가를 하게 되면, 그 일의 본질을 잊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IT부서에서 진행되는 많은 프로젝트는 CIO의 지휘 아래서 관리가 이루어 진다. 그런데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 지난 연말 이후, 지금쯤이면 올해 해야 할 일들과 그 진행 상황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무엇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원래 계획 이외의 일들이 얼마나 많이 새로이 생겨 났는지 하는 것들을 점검할 시간이다. 이때 다음과 같은 관점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일의 목적과 수단을 다시 한번 새겨 보아야 한다.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예를 들어 ‘채널 통합’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다양한 고객 접점의 여러 가지 채널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여 멀티 채널을 관리할 수 있는 중간 층에 새로운 도구를 끼어 넣어 관리하고자 하는 게 원래 목적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새로운 채널이 생겨 나고 툴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고 지금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의 출현으로 이 통합채널에 쉽게 끼워 넣지 못하는 상품과 서비스도 생겨난다. 그러면 어느새 원래 통합 채널이라는 플랫폼을 만든 목적은 단순화와 효율성 확보였으나 결과적으로 더 복잡한 중간 단계만 하나 더 만들어진 결과가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통합 채널이라는 개념이 잘못된 것일까? 도구가 잘못 선택된 것인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목적의 개념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어느 도구를 사용하느냐 혹은 어떤 프로그램을 통합하느냐 하는 수단의 이슈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프로젝트 원래의 목적은 문서에만 정의된 과거의 기록으로만 존재하고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된 ‘수단’ 이라고 하는 사생아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 되는 것 같다.

 

특히 이 ‘수단’ 성 프로젝트는 개발자들의 열렬한 지원과 관심 속에서 끝없이 진화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상태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수단’ 성 프로젝트로 변형되어 기형아가 되고 있는지를 CIO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목적과 수단이 혼동되거나 목적이 상실된 수단이 주를 이루는 프로젝트는 결국 자원의 낭비이며 아무리 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해도 곧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는 ‘실패’ 성 프로젝트일 수 밖에 없다.


둘째,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겨보아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목적을 갖고 좋은 수단을 가지고 진행되는 프로제트라 해도 시간에 쫓겨, 비용이 초과되거나 어떤 다른 이유 때문에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고 끝내는 프로젝트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규모 신 시스템 개발에서 흔히 보게 되는 경우인데 시간과 비용의 부족으로 정말 중요한 마무리 작업이 대충 끝나는 것을 필자는 여러 번 경험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 시스템은 몇 년 뒤까지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마무리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일정의 연기와 추가 비용을 썼다면 10 정도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를 나중에 100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만드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셋째, 모든 프로젝트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간 시점에서 다른 시각으로 본다고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6개월 전의 관점과 생각이 지금도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를 바꾸는 관점은 아닐 지라도 일부 방향의 수정이나 새로운 영역의 추가 등 유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된 것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다라는 사고는 또 다른 실패를 가져온다. 원래 계획이 아무리 그 시점에서는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가져오는 변화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처음 계획할 때 중간 점검 시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포함한 계획을 만드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넷째, 진행되는 모든 일들을 다 성공시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선택이 필요하다. CIO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회사의 비즈니스 현황과 경제상황도 항시 변하는 유기적 상황이다. 그런데 일의 욕심, 성과에 대한 욕심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 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이 존재하는 것 같다. 현명한 포기도 실패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훌륭한 경영자란 옳은 결정을 내리는 방법으로 물러서는 것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추진을 하면 더 중요한 다른 프로젝트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며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를 생각 없이 주문처럼 입에 올린다. 과연 시간이 빨리 가는 걸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도 했다. 시간은 그대로 있는데 우리가 빨리 지나가는 것이라고. 세상이 빨리 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멈추어 있다는 뜻은 아닐까? 어쨌든 우리가 느끼는 건 시간이 빠르고 세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가 주체이냐 하는 것이다. 내가 주인인 시간과 세상이면 빠르다고 느낄게 없을 듯 하다. 다시 말해서 내가 주인이 아닐 때 시간도, 세상도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어느새 올해도 이만큼 지나가고 있다. 다시 한번 돌아보자. 무엇을 잘 하고 있는지, 목적과 수단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마무리는 잘 되고 있는지, 욕심을 지나치게 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내가 주인이 된 시간과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보자.

※ 김정태 전 삼성증권 IT고문은 시티뱅크 매니저, 메릴린치 VP, 체이스맨하탄은행 VP 등을 지내고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생명, 삼성SDS에서 IT고문을 역임하고 2010년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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