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산업보안국, 중국에의 수출 규제 확대 ‘편법 확보 차단에 초점’

중국의 AI 및 슈퍼 컴퓨터용 칩의 개발 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미국이 추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이 편법으로 칩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차단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작년에 심화된 기술 무역 전쟁이 더욱 확대되는 셈이다.

2015년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한 미국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연장한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에는 슈퍼 컴퓨터와 AI 개발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있는 중국 데이터센터로의 첨단 칩 유입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새로운 규정에는 중국, 마카오 및 미국 무기 금수 대상국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최종 모기업의 본사가 해당 국가에 있는 모든 기업에 대해 라이선스 제한을 두게 된다. BIS는 우려 대상 국가의 기업이 해외 자회사 및 지사를 통해 통제 칩을 확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중국으로의 수출 우회 위험이 높은 40여 개 국가로의 수출에 대해 추가 라이선스 요건을 부과할 예정이다. BIS는 "이는 비 중국 기업이 중국으로 재판매하기 위해 칩을 구매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또 이러한 칩의 조달 네트워크와 고객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칩 제원을 담은 수출 규정
새로운 규제에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칩 제조 장비 및 반도체 기술 사양에 대한 제한 목록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이달 초 초안에서 처음 공개된 이러한 제한은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팅 및 인공지능(AI) 기능에의 사용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국가 안보 우려를 야기하는 대량 살상 무기, 첨단 무기 시스템 및 첨단 감시 애플리케이션의 추가 개발을 방지하거나 제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BIS는 설명했다.

규제에는 특히 제곱밀리미터당 플롭스(FLOPS)로 측정되는 ‘성능 밀도 매개변수’(performance density parameter)가 추가돼 있다. BIS는 이 매개변수에 대해 "여러 칩을 결합하면 제한된 칩과 동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매개변수를 적용함으로써) 소형 데이터센터 AI 칩을 대거 구입하는 편법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성능 밀도 사양에 대한 내용은 초안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한편 중 당국은 새로운 규제에 항의하며 이러한 제한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관행의 원칙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무역 전쟁 격화
미국의 의회는 AI 인텔리전스 및 양자 컴퓨팅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제한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게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기반 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이 제조한 반도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자체적인 제한 조치로 반격에 나섰던 바 있다. 이에 미국 의원들은 중국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에 대한 무역 제한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기술 무역 전쟁에 끌려 들어갔습니다. 1월에 미국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칩 제조 기술의 대중국 수출 금지를 확대하는 데 동참하도록 설득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장비 제조업체 중 일부가 이들 국가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협력을 확보하려는 워싱턴의 전략은 중요한 움직임이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EU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7월에 EU는 일본과 기술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울러 지난 4월, 유럽 이사회와 유럽 의회는 블록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36억 달러의 EU 기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추가로 437억 달러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투자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병목 현상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같은 기간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일본에서 2나노 칩을 생산하기로 한 래피두스(Rapidus)와의 계약을 포함하여 차세대 칩 개발 및 생산 프로젝트에 5억 3,200만 달러(700억 엔)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칩 제조업체에의 여파 확대
18일 발표된 새로운 규제는 여러 반도체 및 칩 제조 장비 제조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서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가 A800, H800, H100 칩과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호퍼 프로세서 제품군의 일부인 H100은 고급 AI 시스템을 위한 칩이다.

그러나 미국 기술 업계의 반응은 조용하다. 매출 기준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의 99%, 미국 외 반도체 기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반도체 산업 협회(SIA)는 성명을 통해 "이번 수출 규제가 미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IA는 "국가 안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믿는다.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규제는 해외 고객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와 미국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행정부가 모든 기업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조율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BIS 발표 이후 19일 오전 AMD, 인텔, 엔비디아 등 칩 제조업체의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가가 나스닥 거래소에서 장중 3.54% 하락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