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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도전하는 한, 청춘이다

2012.07.24 서기선  |  CIO KR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독립했다’. 9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창업 바람이 불 때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다. 이어 창업자가 전 직장에서 받던 높은 보수와 성공을 상징했던 직책도 곁들여 소개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겪었다.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외환 자금을 빌려 국가가 부도나는 상황을 가까스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빚이 많았던 대기업들이 잇달아 무너졌다. 직장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기업은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대중 매체가 창업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나도 창업자들을 인터뷰하는 기사를 많이 썼다. 일하는 보람도 느꼈다. 신문에 기사가 나가면 창업한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하는데 도움을 줬고, 신문사는 그 대가로 광고매출을 늘렸다. 이는 연말에 특별 보너스의 행태로 나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곧 막을 내렸다. 독자들이 신문을 펼치기보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기 시작하면서 신문의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신문사들이 직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나도 등 떠밀리듯이 거리로 쫓겨나왔다. 그 후에 나는 책을 쓰고 있다. 또 대학에서 운영하는 교육센터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이 가져올 미래를 믿었던 주역들은 그 열매를 따고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창업자와 취재원들을 만났다. 이들로부터 그 동안 살아나온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들이 사는 모습도 나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나에게 털어놨다. “처음에 얼마동안 창업한 회사를 잘 운영하다가 예기치 않게 위기를 맞았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고. 제 값을 받고 회사를 매각한 창업자는 운이 좋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요즈음 내가 만나는 창업자들은 재기를 꿈꾼다. 나는 창업자들이 모여 최신 기술 및 마케팅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이러한 모임에 나가면 비즈니스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들을 수 있다. 최근 대규모 창업컨퍼런스를 개최한 비썩세스(http://www.besuccess.com) 정현욱 대표를 만난 것도 이 모임에서였다.

비썩세스는 창업자와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미디어 회사다. 비썩세스의 기사를 읽으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창업 바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예전의 창업자들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이들이 활동하는 무대는 글로벌 시장이다.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에도 요즈음 창업자들은 적극적이다. 비쎅세스가 개최한 컨퍼런스인 비론치는 입장권 가격이 30만원에 달하는 유료 행사임에도 1,300여명이나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요즈음 창업자들은 예전 창업자들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창업은 여전히 ‘위험천만한’ 도전이다. 회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든 결정과 그것에 따르는 책임은 오로지 창업자의 몫이다. 아무도 그것을 대신해줄 수 없다. 부모는 물론 친구와 동료들까지. 선배 창업자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 ‘도전하는 한, 청춘이다(루시북스)’는 제목이 붙은 책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소프트웨어(SW) 사업을 하는 김도진 사장이다.

저자는 “정보기술(IT) 산업에만 30년 동안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 사이언스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10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창업 기업 포춘시스템즈(Fortune System)에서 세계 최초로 유닉스PC를 개발하는 데 참여한 것이 저자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저자의 활약은 국내에도 전해졌고 삼성과 금성사(지금의 LG) 등 대기업들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저자가 선택한 곳은 금성사다. 그는 금성사에 들어가 국내 최초로 32비트 마이크로컴퓨터를 개발했다. 그 후 이용태 회장의 권유를 받고, 삼보컴퓨터로 회사를 옮겨 한국 정보기술(IT)의 역사에 획을 긋는 도전을 계속했다. 나래이동통신 시절에는 ‘삐삐’ 시장에서 골리앗 SKT를 제친 ‘015신화’를 주도하고, 두루넷을 국내 기업 최초로 나스낙에 직상장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저자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건너와 열심히 중국을 배우며 연구하고 있다. “IT업계 후배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중국행을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자신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 중심이 되는 것은 블로그(http://blog.naver.com/djkim200)다. 저자는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묶어서 책을 냈고, 이번에는 다시 그 내용을 보완해서 전자책을 펴냈다. 내가 칼럼을 쓰기 위해 읽은 것은 전자책이다. 나는 교보문고인터넷에서 전자책을 사서 이틀 동안 꼼꼼하게 읽었다.

이 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 선배 창업가의 인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 나스닥도 겁낼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주장은 직접적인 경험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호소력이 있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

“내가 도운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나이는 64세. ‘국민연금을 받아도 도전을 멈추지 않기에 아직도 청춘’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창업 기업가는 물론 새롭게 인생을 설계하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필자 서기선은 비즈니스 코리아, 정보기술, 전자신문 등의 IT 미디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IT 전문 칼럼니스트/저술가/전문 번역가다. 2008년 ‘대한민국 특산품 MP3 플레이어 전쟁’을 저술했고 지금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저술하고 있다. kssuh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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