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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안철수 He, Story(그의 이야기)

2012.06.14 서기선  |  CIO KR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정신적인 지도자(멘토)로 꼽는 ‘안철수 교수’. 청춘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 듯 보인다. 그것은 바로 ‘착한 성공’이다.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안 교수의 성공은 젊은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뿜어 나오는 에너지는 상상을 불허한다.

안 교수를 지지하는 대열에 20대 학생들은 물론 30~40대 직장인, 심지어 가정주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안철수 교수의 인기를 하나의 ‘사회현상’이라고 받아들인다.‘안철수 효과’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연예인의 부침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유명 가수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음악 애호가(팬)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수 지망생에게 요구되는 것은 음악적인 재능 못 지 않게 팬들과 교감하는 능력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도자가 탄생하는 과정도 이를 닮아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그들의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교수가 돋보이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안 교수는 요즈음 젊은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또 그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 안 교수가 ‘소통의 달인’으로 칭송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우선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문열 씨가 최근 JT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언론이 (힘을) 합쳐서 아바타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서 ‘아바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안철수 교수’를 의미한다.

‘안철수 효과’는 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학자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진다. 공석환 박사(물리학)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안철수를 초신성에 비유해 관심을 끌고 있다. 초신성은 별(항성)이 갑자기 폭발해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천문학)다. 안철수의 등장도 이와 닮았다는 설명이다.

공 박사가 주목하는 것은 안 교수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에 대해 공 박사는 “선거 때만 국민이 주인이고 평소에는 국민을 무시하는 후진적인 정치에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는 상황에서 ‘안철수’가 초신성과 같은 존재로 나타났다”고 꼬집고 있다.

이 들의 발언에서 ‘안철수’라는 이름 세 글자가 갖는 무게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까,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사실을 말하면 나도 안 교수의 오랜 팬 중의 한 명이다. 나는 기자 초년병일 때 역삼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안 교수를 인터뷰한 후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무엇보다도 안 교수의 활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의 내용이 신문마다 크게 엇갈리고 방송 보도, 그리고 이들을 분석한 책들도 대부분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안철수’의 삶을 정리한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 박근우 씨가 쓴 책 ‘안철수 He, Story(그의 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박 씨는 안랩 홍보팀장으로 일하면서 안철수 교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이 책은 대기업에서 일하던 저자가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안랩에 입사한 후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인생이 180도 바뀐 것은 헤드헌터로부터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그는 운명처럼 인터뷰에 응했고 바로 합격했다.

저자는 그 후 오랫동안 모셨던 상사(안철수)에게서 “착한 리더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안랩에서 그가 느꼈던 감동은 이 책 곳곳에 배어있다. 우선 CEO가 모든 직원들에게 존대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저자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또 안 교수는 화가 나도 상대방에게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목욕탕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넣고 소리를 지른다”고 인용한 대목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 교수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며 “사랑한다”고 고백한 사연을 읽으면 누구라도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이 날 직원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음은 물론이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안철수 교수를 직접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간 안철수를 고스란히 드러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최근 안랩을 떠나 자신의 이름(박근우)을 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를 차렸다. 그 첫 번째 작업이 바로 이 책인 셈이다.

이 책은 CEO들이 읽으면 유익하다. 정보기술(IT)에 밝은 직원과 고객을 설득하고, 까다로운 신문과 방송사 기자들까지 자발적인 홍보대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비법을 배울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안 교수가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목은 압권이다. 이를 계기로 안 교수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국민들 사이에 대권주자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그의 방송출연은 시청률에 목메는 한 PD가 안 교수에게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 팀장은 바로 담당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취지를 확인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모은 후 안 교수에게 방송에 출연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안 교수는 KAIST 학생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을 보고 방송출연을 결심했다고, 저자는 뒷이야기를 풀어낸다.

안교수의 팬들이 이 책을 펼치면 흥미로운 읽을거리들로 가득하다. 단 이 책이 또 저자가 의도한 것과 정반대로도 읽힐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밤길을 가다가 신호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안 교수는 털어놓는다. 국가 지도자로서 ‘안철수 교수’를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

* 필자 서기선은 비즈니스 코리아, 정보기술, 전자신문 등의 IT 미디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IT 전문 칼럼니스트/저술가/전문 번역가다. 2008년 ‘대한민국 특산품 MP3 플레이어 전쟁’을 저술했고 지금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저술하고 있다. kssuh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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