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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빠른 대용량 편집기 ‘엠에디터’를 아시나요? ··· 40년 경력의 개발자 에무라 유타카 대표

2023.09.12 Brian Cheon  |  CIO KR
개인용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른바 ‘취향’이 있기 마련이다. 수십 년 동안 컴퓨터로 만져온 이라면 더욱 그렇다. 간단하게는 워드 프로세서나 스프레드 시트와 같은 오피스 소프트웨어부터 이미지 편집, 메신저, 인터넷 브라우저, 일정 관리나 협업 도구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프트웨어가 있고, 저마다의 설정 값이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키보드나 마우스, 모니터의 배치와 설정 등에 정성을 쏟는 이들도 흔하다.

이러한 취향에는 사실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없다. 다분히 ‘컬트’(Cult)스러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고수할 때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개중에는 취향을 넘어서는 이유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애용하는 기능, 업무에 꼭 필요한 기능 측면에서 대안이 없는 경우다.

소프트웨어 범주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텍스트 에디터에 속하는 에무라 소프트의 ‘엠에디터’(EmEditor)는 취향이나 기능 측면 모두에서 견고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제품이다. 윈도우만 지원하는 엠에디터를 떠날 수 없어 맥으로의 전환을 주저한다거나 HTML을 자주 편집해야 하는 블로거에게 그야말로 필수라는 목소리, 시스템 엔지니어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에게 대안을 찾아보기 힘든 유용한 도구라는 평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텍스트 에디터라는 도구가 별다를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가깝게는 수많이 이들이 애용하는 윈도우 메모장에서부터 30년 역사를 뒤로 하고 곧 사라지는 워드패드, 서브라임이나 울트라에디트와 같은 전문 텍스트 에디터, 나모 웹에디터와 같은 HTML 에디터를 비롯해 아래한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이르는 워드 프로세서에 이르기까지 접근성과 기능성 측면에서 대안이 풍부한 범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니아들은 무슨 이유로 엠에디터의 중독적인 사용자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텍스트 에디터라는 범주의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와 협업, AI 시대로 정의되는 오늘날 기업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1997년 엠에디터를 개발한 이후 무려 26년에 걸쳐 꾸준히 업그레이드 작업을 직접 수행해온 에무라소프트(Emurasoft)의 에무라 유타카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에무라 유타카 대표

“압도적인 속도와 대용량 파일 지원”
“엠에디터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기가바이트 단위의 대용량 파일을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열고 편집하며 저장할 수 있다는 특징입니다. 몇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텍스트 유형의 파일을 다뤄야 하는 경우가 기업 내에 의외로 많습니다. 일례로 DFIR(Digital Forensics and Incident Response) 작업을 수행하는 한 사용자는 무려 160GB에 이르는 초대용량 파일을 열어 분석하는 작업에 엠에디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짧은 인사와 명함 교환 이후 유타카 대표가 곧바로 꺼낸 화제는 엠에디터의 기술적 특징, 그 중에서도 속도와 대용량 파일 지원이었다. 그는 100만 줄의 랜덤 ASCII 데이터를 담은 1.34GB 용량의 파일을 엠에디터는 1초 이내에 열 수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맥스(Emacs), 노트패드++, 서브라임 텍스트(Sublime Text), 울트라에디트(UltraEdit), 빔(Vim),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VS Code)와 비교한 테스트 결과입니다. 파일을 여는 속도 측면에서 최소 3.7배 빠릅니다. 가장 느린 제품보다는 187배 더 빠릅니다. 일치 값을 찾는 검색(find) 성능은 7.5배서 60배 빠릅니다. 특정 문구를 모두 대체(replace all)하는 테스트에서는 26배에서 94배 더 빠릅니다. 정렬(sort)와 대용량 파일 저장, 여러 파일 내 검색(fide in files) 등에서도 몇 배에서 몇 십 배 빠릅니다.”

유타카 대표의 프레젠테이션 파일에는 극명한 길이차의 막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엠에디터는 대부분 1, 2초 이내에 완료한 작업들이 다른 편집 소프트웨어에서는 수십, 수백 초가 걸렸음을 나타내는 그래프들이었다. 그의 자료에서 엠에디터가 가장 오래 걸린 작업은 1.34GB 파일 내의 데이터를 알파벳 순으로 정렬하는데 걸린 10.2초였다. 서브라임 텍스트에서는 211초가 걸린 작업이다. 심지어 총 5.73GB 용량의 8개의 파일을 가로질러 검색하는 데 걸린 시간 또한 2.2초에 불과했다. 울트라에디트에서는 86.6초가 걸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1.34GB 파일 내 특정 텍스트를 ‘replace’하는 데 소요된 시간 비교.


다른 텍스트 에디터 제품군과의 작업별 속도 비교 요약

“빠른 속도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엠에디터는 윈도우 운영체제만 지원하는 네이티브 C++ 프로그램입니다. 맥, 유닉스, 리눅스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중간 라이브러리(intermediate library)를 사용하지 않기에 월등히 빠른 속도가 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네이티브 64비트, 멀티스레딩 지원, 스레드 부하를 동적으로 관리하는 기능, SIMD 등 최신 명령어 세트 지원 등이 차별화된 속도의 비결입니다. 아울러 DLL 파일과 플러그인을 분할해 필요한 요소만 로딩해 더욱 빠른 로딩을 구현합니다.”

유타카 대표의 첫 설명을 들으며 조금 감이 잡혔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천상 개발자처럼 보였다. 프로그램의 기능과 장점, 원리를 설명할 때 눈빛이 빛났고 몸짓이 활발했다. 그의 기술적 설명은 CVS 파일 기능에 대한 소개로 계속 이어졌다.

“여러 특징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강력한 CVS 편집 기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른 에디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CVS 처리 기능이 풍부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다루는 분들에게 익숙한 CSV 파일을 아주 빠르면서도 자유자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액셀에서 할 수 있는 기능과 비슷하면서도 더 풍부합니다. 그리고 엑셀보다 더 대용량의 CSV 파일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어 다채로운 CSV 포맷 지원, CSV 옵션에 대한 소개, CSV 파일 검색 및 대체, 칼럼 관리, 칼럼 결합, 각양각색의 정렬, 자동 채우기, CSV 결합, 변환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제품설명회에 온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엑셀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액셀이 지원하는 총 행 수(Total number of rows)는 약 100만 개입니다. 엠에디터는 읽기도 힘든 199,511,627,775(1조 995억 1,162만 7,775)개입니다. 칼럼 수와 셀에 담을 수 있는 문자 수도 훨씬 많습니다. 70만 개의 라인을 담은 123MB 용량의 CSV 파일을 여는 데 엑셀에서는 7.31초가 걸린 반면, 엠에디터는 0.185초였습니다. ‘Replace all’은 76배, Sort A to Z는 14배 빨랐습니다. 대용량 CSV 파일을 다루는 곳이라는 엠에디터를 꼭 고려할 이유가 있습니다.”

엠에디터 한국 버전에만 존재하는 기능도 있다. 텍스트 렌더링 항목 내 ‘한글 자모 구성 표시’ 옵션을 켜면 분리되어 있는 한글 자모가 자동으로 합쳐지거나 분할되는 기능이다. 옛 한글을 올바르게 표시하는 기능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셀과의 CSV 파일 지원 비교


70만 개의 열로 구성된 123MB 용량의 랜덤 ASCII CSV 파일로 진행한 엑셀과의 속도 비교

“시스템 엔지니어, 서버 관리자,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업무에 요긴”
실제로 엠에디터는 지디넷 에드 버넷 기자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텍스트 에디터”라고 표현한 바 있을 정도로 속도 측면에서 인정받는 제품이다. 기자가 인터뷰 전후로 직접 사용해본 경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빠른 속도와 스타일 제거 특성으로 인해 애용하던 윈도우 메모장 실행 속도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와 풍부한 기능, 대용량 파일 지원이 기업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산성이 크게 다릅니다. 대용량 CSV 파일이나 로그 파일, 여타 데이터 파일을 열고 다루는 작업을 하루에 수십 수백 번 한다면 곧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수백 메가바이트 용량의 데이터를 다룰 때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엠에디터를 쓰면 이러한 경험이 그야말로 쾌적해집니다.”

그는 개발자들에게도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텍스트 에디터는 파일에 대해 더 상세하게, 숨겨진 내용까지 알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개발자 경험’이 기업의 경쟁력 차별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늘날, 엠에디터의 쾌적한 속도와 대용량 파일 지원은 개발자 경험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한 거대 게임개발사도 엠에디터 고객입니다. 게임 개발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엠에디터에 대한 홍보나 마케팅 작업이 전무하다시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많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엠에디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흔한 구글 애드조차도 집행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앞서 보여드린 속도 테스트도 최근에 실행해본 겁니다. 사흘 전에 인터넷에 처음 게시했습니다.”

“개인 관심사로 개발 후 26년 동안 업데이트, 타의 추종 어려울 것”
셰어웨어 전문가 협회와 교육용 소프트웨어 협종조합의 종신 회원이기도 한 유타카 대표가 컴퓨터를 만진 시점은 일본에서의 중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NEC PC-6001에 처음 접한 이후 카세트 테이프로 로딩하는 PC 게임을 만들었고 미국에서의 고등학생 기간에도 컴퓨터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인텔 재팬에 입사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제품 엔지니어로 근무할 시점에는 업무를 마친 후 게임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했다. 그에게 엠에디터라는 제품을 개발해 26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꾸준히 업데이트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1994년 소프트웨어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인텔을 떠났습니다. 먼저 엠텀(EmTerm)이라는 터미널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표준격인 통신 및 텔넷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잡았던 프로그램입니다. 이후 니프티서브(@nifty)를 개발했고 1997년부터 엠에디터를 개발하기 시작해 미국 워싱턴에 에무라소프트를 설립했습니다. 초기 버전은 엠텀과 엠니프티의 텍스트 편집 엔진에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유타카 대표는 ‘그저 재미있어서 그냥 했다’라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대용량 파일을 열 수 있는 에디터를 원했기에 엠에디터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20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업데이트해올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 없이 엠에디터를 더 빠르게 만들고 사용자들이 요구해온 기능을 추가하는 개발 작업을 해왔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CSV 파일 기능도 그렇게 추가됐습니다. 엠에디터 사용자들이 행복해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좋아서 엠에디터를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해왔을 뿐입니다. 몇 천 달러를 들여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몇 십 퍼센트 더 빨라지는 정도지만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개발하고 최적화면 100%, 200%의 성능 향상을 쉽게 이룰 수 있습니다.”

유타카 대표는 엠에디터의 독보적 속도와 기능성을 다른 경쟁 소프트웨어들이 필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자신했다. 최신 명령어 지원이나 프로세서의 멀티 코어, 멀티 스레드를 제대로 활용하는 노하우를 적어도 단기간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빠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클라우드나 협업 기능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엠에디터의 빠른 속도와 대용량 파일 지원은 클라우드와 상극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클라우드나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기능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AI 통합은 구상하고 있습니다. 각종 텍스트 편집이나 변환 작업, 번역 작업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20년 이상 엠에디터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왔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엠에디터를 즐겁게 발전시키려 합니다.”

만족스러운 소프트웨어란?
에무라 유타카 대표와 인터뷰한 이후 엠에디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해본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아주 오래된 의문이었다. MS-DOS를 주로 사용하던 시절, 윈도우 3.1의 사용 가치를 당최 실감하기 어려웠다. VGA 기본 해상도(640X480)는 DOS의 SVGA(800X600)보다 낮았으며, 챙랩의 ET6000 그래픽카드용 드라이버는 설치하기도 어려웠다. 부팅은 물론 프로그램 로딩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빠르고 쾌적한 ‘M’ 유틸리티가 있는데, 왜 굳이 윈도우 3.1로 진입해, 키보드보다 느린 마우스를 사용해야 하는지 당시로서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의문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나날이 컴퓨터 하드웨어는 빨라지는데 프로그램 사용 경험은 왜 점점 더 느려지는가? 물론 프로그램이 강력해짐에 따라 유용한 기능들도 있었지만 실제 사용 경험이 컴퓨터의 발전만큼이나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곤 했다.

유타카 대표와의 만남이 신선했던 이유는 아마 이런 오랜 의문과 맞닿아 있을 터다. 손에 익은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채 익히지도 못한 신기능에 다른 기능이 추가되면서 직관성만 떨어진다. ‘의도적 구식화’로 인해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계속 이용하기도 어렵다.

그저 하고 싶은 업무를 쾌적한 속도로 빠릿빠릿하게 해내는 도구를 바라는 것이 무리한 기대인 것일까? 사용자 경험(UX)이 화두가 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UX의 발전은 왜 모바일 영역에 국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까?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소프트웨어 경험이란 어떤 것일까? 어느덧 중년이 훌쩍 넘어선 한 개발자의 30년 가까운 행보를 바라보며 새롭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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