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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애플 워치 있는 한' 휴대용 AI 기기엔 미래가 없다

2024.04.25 David Price  |  Macworld
안톤 이고(영화 '라따뚜이' 속 인물)가 말한 것처럼 부정적인 비판에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필자는 최근 "지금 상태에선 역대 최악의 제품(The Worst Product I've Ever Reviewed For Now)"이라는 제목의 유명 IT 유튜버 마키스 브라운리의 휴메인 AI 핀(Humane AI Pin) 리뷰를 정말 재밌게 봤다. 정중하게 아픈 부분을 콕콕 짚어낸 이 영상은 적어도 현재 상태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 Foundry

옷깃에 꽂은 상태에서 화면 대신 음성과 제스처로 작동하는 이 AI 핀에는 실제로 짧은 배터리 수명, 지속적인 발열, 느린 응답 시간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일부 문제는 다음 버전에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제스처 컨트롤과 결합한 프로젝터 인터페이스는 노년층 혹은 일반 사용자 사이에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언젠가는 컴퓨팅이 이렇게 바뀔지 모르지만, 당장은 휴대폰을 대체하는 웨어러블 AI에 대한 매력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 개념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휴메인이 잘못 생각한 것은 컴퓨팅 경험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려고 했다는 점이다. 즉, 사용자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제어 시스템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지난 10년 반 동안 전 세계가 사용했던 스마트폰이라는 익숙한 기술의 모든 편의와 이점을 버려야 한다. 만약 이 제품이 시계 크기의 배지 모양이 아니라 시계 크기의 시계였다면 어땠을까? 마치 애플 워치처럼 말이다.
 
휴메인 AI 핀은 세상에서 잊힌 기기가 되겠지만 그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 Humane

애플 워치는 출시 당시만 해도 휴메인의 AI 핀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 사람이 터치스크린 스마트 워치의 개념과 작동 방식을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 애플 워치가 200년 된 기존 시계를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페이스 이외에 익숙한 위치에 있다는 측면이 있다. 즉,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작은 화면을 쳐다보는 익숙한 행동은 거의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내재해 있다. 애플 워치의 잠재 고객은 이런 행동 때문에 손목에 있는 애플 워치가 이상해 보인다는 생각에 별로 하지 않게 된다. 필자는 바로 이 점이 애플 워치를 구매하는 행위에서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확신한다.

반면 AI 핀은 다르다. 카메라가 사람의 얼굴을 향하고 있는 이 이상한 모양의 기기를 가슴에 차고 쓰는 행위에는 애플 워치와 같은 익숙함이 없다. 모든 종류의 잘못된 관심을 끌 뿐이다.

AI 핀의 또 다른 약점은 기능이다. 애플 워치 역시 AI 기기로 사용할 수 있고 그렇다고 AI 성능이 AI 핀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리로 에펠탑의 높이를 물었더니 애플 워치는 정확한 답변과 함께 사진을 보여줬다. 이번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음 경기가 언제인지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가 연기되면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부정확함은 AI 핀도 마찬가지다. 애플 워치든 AI 핀이든 AI 성능이 들어가 있지만, 그다지 신뢰할 수 있는 기기는 아닌 셈이다.

다행히 가까운 시일 내에 AI 기능이 훨씬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iOS가 앞서간 후 워치OS가 뒤를 따른다. 애플이 올해 WWDC에서 발표할 예정인 많은 신기술은 제품 생태계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며, 아이폰뿐만 아니라 맥, 홈팟, 애플 워치에서 시리가 더 똑똑해질 것이다. 애플의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처리되는 이 모든 작업은 애플의 광범위한 AI 투자에 힘입어 더 개선될 것이다.
 
애플 워치는 이미 일부 AI 기능을 지원하지만, 시계 OS 11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 Jim Martin/Foundry

더구나 애플은 이런 AI 작업을 기기 내에서 처리하는 것의 장점을 인식하고 있다. 거의 모든 쿼리를 자사 서버에 연결해 처리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 연결 문제가 발생하면 지연과 오류가 나타날 수 있는 휴메인 AI 핀과 다르다. 아이폰은 점점 더 많은 AI 작업을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애플 워치에 이런 방식이 언제 어떻게 적용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애플은 순차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전반에 같은 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애플 워치는 휴먼 AI 핀보다 더 눈에 띄지 않는 폼 팩터, 더 친숙한 제어 시스템, 실제로 읽을 수 있는 화면, 훨씬 더 좋은 배터리 수명을 갖추고 있다. AI 기능은 현재도 크게 뒤처지지 않으며, AI에 관한 관심과 투자를 고려하면 가까운 미래에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애플이 가진 진정한 경쟁력은 아이폰과의 통합이다. 인상적이지만 현명하지 않은 휴메인은 AI 핀을 스마트폰을 대체할 독립형 기기로 설계했고,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현재 AI 핀용 서드파티 앱이 전혀 없다. 휴대폰 번호로 전송되는 문자 메시지, 일정, 스마트 홈 기기, 우버, 스포티파이, 아마존 계정 등 스마트폰이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한곳에 모으는 수많은 주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 반면 애플 워치는 이 모든 것에 연결된다.

정리하면 몇 년 후 애플 워치가 휴대용 AI 동반자로써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타이머를 설정해야 할 때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휴대폰이 아닌 시계에서 설정하는 이유는 이미 애플의 모든 제품 중 가장 쓰기 간편하기 때문이다. 시리가 더 개선되기만 한다면 AI 기기로써 애플 워치는 필요한 모든 요소를 이미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휴먼 AI 핀은 안타깝게도 미래가 전혀 없어 보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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