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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분쟁|갈등

칼럼 | ‘생성형 AI+디지털 혁신’이 최악의 조합인 이유

2023.07.12 Rob Enderle  |  Computerworld
생성형 AI 시대는 비약적인 생산성 증대를 약속한다. 실현 가능성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이 칼럼을 쓰면서도 일종의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음에 입력할 단어를 꽤 정확하게 예상한다.
 
ⓒ Getty Image Bank

그러나 이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오른쪽 화살표 키를 눌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작업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현재 사용 중인 키보드와 자동 완성 기능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 문제로 인해, 필자는 대부분의 경우 자동 완성을 무시하고 수동으로 단어를 입력한다. 결국 글쓰기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화살표 키를 누르는 순간 입력 흐름이 끊어지고 오른쪽 손의 위치를 다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AI 툴이 주는 혜택을 누리려면 키보드를 개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어 전체를 입력하기보다 화살표 키를 사용하도록 습관도 바꿔야 한다. 필자는 화살표 키를 사용하지 않고 약 55년 동안 키보드를 입력해 왔으니, 습관을 바꾸는 데는 아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임계 경로

프로세스 최적화에 대해 배우면 일반적으로 “임계 경로(critical path)”라는 개념을 접하게 된다. 임계 경로란 어떤 작업을 완료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경로를 의미한다. 임계 경로를 제외한 다른 부분을 개선할 경우 프로세스가 완료되는 속도는 여전히 임계 경로에 의해 제한되고 따라서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이 현상은 생성형 AI에 대한 저작 활동의 초기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일주일에 몇 백 권에 달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책을 만들 수 있었지만 편집이 임계 경로였다. 이미 한계치로 일하고 있던 편집자는 수백 권 분량의 원고가 들이닥쳐도 이를 처리할 여력이 없었다. 시간에 맞춰 편집을 할 수 없었던 많은 출판사는 원고 접수를 중단해야 했다. 편집을 먼저 자동화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겠지만, 원고에서 완성된 책이 출판사의 정책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AI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이 부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끝이 아니다. 초기 임계 경로를 변경한다 해도 다른 종속성에 직면하고 이 종속성이 새로운 임계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경로를 개선할 때까지는 혜택이 크게 제한된다. 
 

생산성 측정: 자동차와 사람 

필자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자동차의 성능은 다이노(Dyno)라는 장비로 측정하는데, 하다 보면 마력만으로는 자동차의 성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된다. 그 힘을 실제로 노면 위에서 발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트랙션, 서스펜션, 운전자의 기술, 체중, 구동 휠의 배치, 가속 시의 하중 이동, 기울기, 공기역학, 열, 부품의 안정성, 모두 마력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정한 성능은  마력이나 토크가 아니라 자동차가 얼마나 경쟁력 있게 성능을 발휘하는지다.

이 복잡한 자동차도 사람에 비하면 단순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인바운드 이메일, 예상치 못한 문제,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동료, 방해 요소(엄청나게 많음), 천차만별인 관리자의 자질, 모두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무능한 관리자는 쓸데없는 논쟁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부서의 생산성을 박살낼 수 있다.

또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재택 근무를 하면 방해 요소가 적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일과 삶의 균형은 더 나빠졌으며, 결과적으로 완전히 지치거나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속출했다.

또 다른 발견은 집중력이 높고 내성적이며 업무 역량이 뛰어난 사람은 실제로 재택 근무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반면 사교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나 신입 직원 또는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은 재택 근무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모든 직원에게 천편일률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해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부서 생산성에 대한 논의는 장소와 관계없이 업무 공간의 역학과 각 직원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생산성에 초점을 둔 변화의 목표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니라 더 높은 생산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AI가 집중해야 할 영역 

생산성 향상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고 임계 경로를 파악한 다음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이러한 초기 측정이나 이해 없이 진행했다가 생산성 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 중요한 점은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필자가 컨설팅했던 “생산성 문제”를 겪던 한 기업은 “기본으로 돌아가기”라는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직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여긴 경영진은 직원이 출퇴근 도장을 찍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극심하게 떨어졌다. 원래 게으름을 피우던 직원은 집에 일찍 가는 대신 그냥 회사에 남아 계속 게으름을 피웠고, 역으로 맡은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긴 시간 일했던 직원은 시간이 되면 정확히 퇴근해 버렸다. 곧 가장 실적이 우수했던 직원은 자신을 더 신뢰하는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잘 알아야 한다. 생성형 AI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중요한 문제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사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직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해서 갑자기 이들의 생산성이 더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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