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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소고(小考)

2012.01.03 정철환  |  CIO KR
얼마 전 한 대학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하게 된 대학 특강이기도 했고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했던 시절 이후 처음 갖는 것이어서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에 해당 대학의 교수님께서 “요즘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비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일 특강을 위해 강의실에 도착하니 40여 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해 간 자료를 바탕으로 특강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학생들로부터 여러가지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그 질문들이 필자가 기대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연봉은 얼마나 받으세요?', '지금 계신 기업에 입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래가 불안하진 않으세요?',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데 졸업 한 후 취직을 할 수 있을까요?' 등의 질문이 많았던 것이다.

물론 언론을 통해 20대의 취업난에 대해 들었던 터이지만 아직 졸업을 많이 앞 둔 학생들의 관심사도 취업에 집중돼 있다는 것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기업의 입사와 연봉, 그리고 장래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얼마 뒤 우연히 TV에서 인도 영화인 '세 얼간이들(3 Idiots)'을 보았다. 3명의 젊은 공학도가 인도 유수의 공과대학에 입학하면서 생긴 일들을 중심으로 전공과 꿈, 그리고 미래에 대해 다룬 영화다. 아직 안 본 독자 여러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필자가 특강을 했던 학생들의 모습과 질문들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미래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꿈꾸며 학문의 즐거움에 심취해 있는 학생들을 기대한다면 너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에 불과한 것일까?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는 즐거움보다는 취업 걱정이 앞서는 학생들은 생각하기에 앞서 필자 역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돌아 볼 때 결코 장밋빛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력은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패키지 SW보다는 인력 투입 중심의 IT서비스가 전체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주요국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18위(시장 점유율 0.9%, 2010년 기준) 수준이다. 자원이 빈약하지만 우수한 인재가 자산이라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소프트웨어 산업 현실로는 아쉬운 상황이다.

물론 SI 사업과 아웃소싱으로 대표되는 IT서비스 산업의 규모가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보다 더 큰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은 소프트웨어 패키지 제품 판매를 통해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거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러한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반면 대형 SI 기업을 비롯한 IT서비스 기업의 부가가치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제조업의 우량 기업과 비교하면 못한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시장에서 1등이 아니면 생존하기 힘들지만 서비스 기업은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국내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대부분 IT서비스를 지향하며 이로 인해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의 80%가 서비스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젊은 소프트웨어 공학도들이 꿈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은 아닐까?

최근 TV 뉴스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를 꿈꾸며 연예계로 뛰어든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든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성공하는 것은 매우 확률이 낮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평균 급여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어떤가? 평균 급여 수준은 분명 산업계 평균을 웃돌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이는 IT서비스 산업 중심인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지는 한계인 것이다. 새로운 생각과 창의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고 성장하여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거나 대기업에 인수합병 되어 큰 성공을 거두는 성공 모델이 국내에는 빈약하기 때문이다.

분명 소프트웨어 산업은 우수한 인력이 중심인 산업이다. 별다른 천연 자원도 필요하지 않다. 환경을 해치지도 않는다. 국가적으로 높은 고용 효과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당연히 적극 육성하여야 할 산업이다. 그런데 성공 모델이 나오지 않는다. 대기업은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의 인수에 소극적이다. 금융권은 유형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안된다. 벤처에 대한 투자자 기반은 말라버렸다.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젊은이들의 머리 속엔 취업이 최우선 순위다. 여러가지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여건이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를 보고 인생을 거는 많은 젊은이들이 꿈에 도전하는 연예계처럼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도 희망이 넘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최근 다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꼭 필요한 구호가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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