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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국내 SI사업, 정말 대기업의 문제인가

2011.11.01 정철환  |  CIO KR
정부가 지난 10월 27일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대기업 계열사의 공공 시스템 통합(SI) 프로젝트 참여를 전면 제한할 예정이라는 발표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저가 수주를 일삼으며 이로 인해 중소 전문기업들의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고 했다.

많은 IT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SI 프로젝트를 ‘21세기 노가다’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근로자로서의 권위는 존중받지 못하면서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며 장기적인 비전도 없어 마치 막노동판에서 일하는 것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SI 시장의 사업수행구조가 마치 건설업의 사업수행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기업이 수주하고 이를 다시 분할해 전문 중소기업에 재하청을 주고, 전문 중소기업은 프로그래머들을 프리랜서로 고용해 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건설사업의 발주-하청구조와 유사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정부에서 SI사업만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할까? 같은 논리라면 건설업도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건설업에서도 대기업의 저가수주로 실제 시공을 하는 중소기업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은 비슷하지 않은가?

만약 건설분야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도록 한다고 정부가 발표하면 건설업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말도 안 되는 조치라고 반발할 것이다. 그 이유로 중소 건설사들이 큰 사업을 수행할 재정적 기반도, 대규모의 사업을 추진해 본 경험도 없으며 만약 예상외의 상황이 발생할 때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외국계 건설사는 예외로 한다고 하면 이 역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왜 공공 SI 사업은 대기업의 배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공공 SI 사업에서도 건설업에서와 똑같은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데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시장의 전세계적인 확대에 따른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취약성이 가장 주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SI 프로젝트 시장이다. 전문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거의 대부분은 SI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게임과 같은 자체적인 수요를 이끌어가는 소프트웨어와 PC를 위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싫든 좋든 SI 프로젝트와 관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여년의 국내 SI 프로젝트 산업을 돌이켜보면 소프트웨어 분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오히려 동남아시아의 경우 외국의 대형 SI회사들이 직접 사업을 수주하는데 비해 국내는 토종 SI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탄탄히 지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

SI 사업은 성격상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인건비의 비중이 높으며 투입된 인력의 품질이 전체 프로젝트의 성패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데 프로젝트 사업자의 선정을 저가로 입찰하게 되면 인력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저가에 일하겠다는 사람을 쓰던지 아니면 한 사람에게 두 사람 몫의 일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지 품질의 저하를 불러온다. 품질의 저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투입된 인력에게 여러 가지 고통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우수한 인력이 SI 산업에 들어오길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한 악순환이 되고 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싸게 샀다고 구입한 물건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결국은 입찰방식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가가 아닌 다른 방식의 선정은 발주처의 객관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여기부터 풀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SI 산업의 이러한 문제가 국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약화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국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외국 소프트웨어에 비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한글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문서작성도구가 되면서 오히려 민간기업이나 일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오피스에 밀려나지 않았던가.

만약 공공기관이 중소 IT기업을 보호해주려고 하면 할 수록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더 떨어지지 않을까? 경쟁력이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과보호는 독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전세계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들은 활발하게 인수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인수 합병이 주요한 몇 개의 기업 중심으로 마치 블랙홀이 주변 별들을 빨아들이듯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후에 기업 정보시스템 구축 시 2~3개의 글로벌 기업 보유 솔루션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선택의 여지가 매우 좁아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소프트웨어의 가격정책, 유지보수정책, 라이선스 정책 등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거의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IT 부문에서 발생하는 고비용구조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와 SI업계가 도전하고 이룩해야 할 분야는 이러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옵션을 국내 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외국산 솔루션이 아닌 국내 솔루션을 원해도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외산 솔루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SI 사업을 대기업이 하던, 중소기업이 하던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렇다면 길은 어디에 있을까? 공공 SI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오픈소스 솔루션을 채택해 민간기업을 위한 표준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그리고 정부에서 투자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기업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오픈소스 분야지만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많은 젊은 인재들을 오픈소스 분야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외산 기업들에 지출돼야 하는 소프트웨어 구입 및 유지비용을 국내 인력에게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들 중에는 황당하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목적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 노력해 볼만 하지 않은가?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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