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canvas

CIO / 리더십|조직관리 / 비즈니스|경제 / 인문학|교양

정철환 칼럼 | 아이디어와 실행력

2024.03.04 정철환  |  CIO KR
지난 주말 쿠팡플레이에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존리 행콕 감독에 배트맨으로 유명한 마이클 키튼이 주연한 영화 '파운더'였다. 미국에서 2016년 12월에 개봉한 영화라고 하니 이제 와서 이 영화 이야기를 한다는 건 심한 뒷북이 되겠다. 이 영화는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이며 제목과 같이 회사의 창업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회사는 우리가 잘 아는 회사다. 바로 '맥도날드'다. 다음에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마이클 키튼이 분한 주인공 레이 크록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던 외판 영업사원으로 미국 중서부지역의 식당을 방문하며 밀크셰이크 기계를 판매하고 있었으나 식당에 1대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맥도날드라는 식당으로부터 6대를 동시에 주문을 받고 의아한 마음에 직접 방문을 하게 된다. 여기서 레이는 지금까지 방문했던 식당과는 차원이 다른 식당 운영체계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바로 오늘날 패스트푸드 식당의 시스템을 접한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해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맥도날드라는 기업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혁신적인 식당 운영 방식과 주문 후 30초 이내 제공이라는 놀라운 조리 방식을 개발한 주인공은 식당의 주인이었던 형제 맥과 딕 맥도날드가 직접 개발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확장에 쓴 맛을 본 후 자신들이 운영하는 식당에만 전념하기로 한 상황에서 레이가 프랜차이즈 확장을 제안하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레이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형제와 프랜차이즈 확장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이야기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IT 분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도한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정말 혁신적이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 같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가 모두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맥도날드 형제는 분명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했으며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그 결과를 분명히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식당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개의 확장한 식당이 그들이 기대했던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는데 실패하자 '프랜차이즈는 안 돼'라며 결국 포기하고 만다.

우리가 창업을 하던 또는 회사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던 최초 기획한 사업계획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가 성공적인 사업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 영화 '파운더'는 그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맥도날드 형제와 같은 모습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분명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았으며 또한 성공을 위한 노력도 분명히 시도했다. 그런데 여러가지 문제로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으며 우리의 아이디어는 결국 현실의 여러 장벽에 부딪혀 안되는 것으로 확인했기에 최초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서 가능한 영역에 안주하기로 마음 먹었는지 모른다.

실행력은 어떤 과제를 실행함에 있어 장애를 만나면 안 되는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극복할 방안을 고민하는 능력에 있다. 아이디어 상에서 분명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기필코 찾아내고 마는 것이 바로 실행력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실행력 하나 만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레이는 자신의 야망은 죽을 때까지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의지도 있었다. 그러나 맥도날드 형제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 도움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사업을 키워 나가 성공하게 된다.

우리들도 사업을 추진할 때 스스로의 능력만으로는 헤쳐갈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 접하곤 한다. 이때 주변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받아들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실행력이란 자신만의 능력이 아닌 주변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결국 레이는 오늘의 맥도날드라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반면 맥도날드 형제는 비록 100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일시불로 받기는 하나 자신들의 식당에 맥도날드라는 간판을 달지도 못하게 되었으며 이후 크게 성장한 맥도날드로부터 추가적인 로열티 수입도 받지 못하게 된다.

아마도 IT 업계에도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을 듯하다. 누군가가 고안한 근사한 아이디어를 다른 기업이 가로채서 이를 모방하거나 또는 도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정작 아이디어를 고안한 주인공은 그 성공의 과실을 얻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그래서 때론 이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곤 한다. 페이스북도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 아이디어를 고안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도용한 기업이 없었다면 그 기업 대신 크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영화 '파운더'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0년대 말 닷컴붐을 겪은 분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얼마나 다양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넘쳐 났는지…… 수많은 예비 창업가들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고 창업을 했으나 그 중에 성공한 기업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얼마전까지 수년간 지속되었던 VC투자 열풍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들은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몸으로 때우고 고생하는 실행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진 않은가? 결국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결국은 사업의 성패는 실행력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과감한 판단과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은 1993년에 삼성 신경영을 추진하면서 '마누라와 자식을 빼곤 다 바꿔라'라고 했다. 그런데 맥도날드의 파운더인 레이는 부인까지 바꿨다. 자신의 야망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면서……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CIO Korea 뉴스레터 및 IT 트랜드 보고서 무료 구독하기
Sponsored
추천 테크라이브러리

회사명:한국IDG 제호: CIO Korea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등록번호 : 서울 아01641 등록발행일자 : 2011년 05월 27일

발행인 : 박형미 편집인 : 천신응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