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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바이스 / 모바일 / 소비자IT

블로그 | 구글의 픽셀 계획을 암시하는 4개의 단어

2023.12.11 JR Raphael  |  Computerworld
섬세한 줄타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7년 동안 구글은 소프트웨어 및 생태계 수준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수호자 역할과 안드로이드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고객의 돈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으로서 줄타기를 해왔다.
 
ⓒ Google/Foundry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구글은 불편한 위치에 있다. 구글은 한편에서는 삼성, 모토로라와 같은 기업이 안드로이드 기반 상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유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과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소비자 및 비즈니스 수준에서 모두 똑같은 사용자층을 겨냥하는 스마트폰인 픽셀을 만든다.

게다가 구글은 직접 만든 픽셀 디바이스를 대중의 의식에 침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에 관한 껄끄러운 인식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전에도 언급했듯 플랫폼으로서의 안드로이드는 특히 미국에서 싸구려 저질 폰이라는 터무니없는 평판을 얻고 있다.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잘못된 인식이다. 안드로이드에는 고품질의 하이엔드 디바이스가 넘쳐나며 상당수는 가격과 기능 면에서 아이폰을 한참 앞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식이 현실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구글은 적어도 픽셀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는 이 인식에 대처할 아주 흥미로운 계획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픽셀과 안드로이드의 명확한 구분

단도직입적으로, 안드로이드 인식 문제를 피해가면서 픽셀 제품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구글의 계획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내는 4개의 단어가 있다. 이 단어들이 처음 필자의 눈에 들어온 시기는 지난 가을 구글의 새로운 픽셀 8 프로 플래그십 폰 리뷰를 준비할 때였다.

최신 픽셀 모델에 처음 로그인하면 이전 폰에서 앱과 설정을 가져오는 단계가 실행되는데, 그때 문제의 단어들이 표시된다.
 
ⓒ Foundry

확실히 말해 둔다. 데이터를 복원하는 행위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꽤 오래 전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기능을 제공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화면의 첫 번째 버튼, 즉 전통적으로 모든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복원하기 위한 버튼 안에 사용된 단어의 선택이다.

픽셀 또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Pixel or Android device)”.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이 4개의 단어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구체적으로 중간의 “또는”과 그 뒤에 아무런 수식어도 없다는 점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얼핏 아무런 의도도 없어 보이는 문구를 통해 구글은 픽셀이 전통적인 의미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픽셀에서 정보를 복원하든지, 또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서 복원할 수 있다. 구글이 “다른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라고 표현했다면 의미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픽셀 또는 안드로이드, 서로 범주가 다르다는 의미다. 

일종의 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같은 종류의 문구가 사용된 다른 최근 사례도 찾았다. 실제로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 픽셀 폰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
 
ⓒ Foundry

물론 픽셀 폰이 안드로이드를 실행한다는 사실을 구글이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바이스 자체와 관련 마케팅 자료 등 전반적인 픽셀 경험 내에서 안드로이드는 자주 언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픽셀 폰을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브랜드에서 떼어 내 독자적인 개체로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노력이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작지만, 구글의 전체적인 픽셀 프레젠테이션 전략은 최소한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이전에도 수없이 강조했듯이 전반적인 스마트폰 판매량이 부진한 중에도 픽셀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분명 주목할 만한 추세다.
 

2023년 6월 분석 자료를 보면 작년 여름부터 올해까지 전체적인 스마트폰 판매가 11% 떨어진 와중에도 픽셀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라는 높은 성장율을 기록했다. 올해 초에는 픽셀의 2023년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7% 성장했다는 또 다른 보고서도 나왔다. 최근의 다른 분기를 보면 스마트폰 판매가 침체에 빠진 중에도 구글의 연간 성장률은 230%, 높게는 380%에 달하고 있다.

참고로 실질적인 판매 대수는 여전히 미미해서,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4% 정도에 불과하다(다만 일본에서는 2023년 1분기 휴대폰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안드로이드 자체가 그랬던 것처럼 주목해야 할 것은 판매 대수가 아닌 추세다. 당장의 숫자는 별 감흥이 없는 수준이지만, 이런 추세가 매 분기 계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큰 그림도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의 중심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혁신적인 ‘아이 디바이스’에 비해 태생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에 있다(물론 애플은 지속적인 아이메시지 색깔 게임을 통해 교묘하게 이런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다음은 지난 9월 기사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브랜드와의 연관성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미래와 픽셀의 성공, 두 가지 모두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 구글이 픽셀을 독자적인 별도의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이 과연 더 나은 방법인지, 아니면 탁월한 경험을 전담하기 위해 브랜딩을 강화하는 소수정예 디바이스라는 구도를 잡는 것이 더 나은지(안드로이드 실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유형의 구분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다음을 생각해 보자. 필자가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인텔리전스(Android Intelligence)의 독자이자 오랫동안 인텔리전스 인사이더로 활동해온 한 교사는 교육자로서 겪는 일화를 커뮤니티에 자주 공유한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직접 목격하는 당사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말해온 내용과 충격적일 정도로 일치한다.

이 교사는 최근 한 학생과 대화하던 중에 iOS보다 안드로이드를 선호하는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질문을 받은 사례를 전했다. 교사는 질문에 대해 “나는 픽셀을 사용하고 있고, 많은 이유로 아이폰보다 픽셀을 선호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안드로이드가 얼마나 형편없고 아이폰이 얼마나 더 뛰어난지 열심히 이야기하던 학생은 “아, 그래요. 픽셀 좋은 폰이죠”라고 답했다.

아직은 모호한 구글의 이 전략이 더 노골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발전할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최소한 구글이 이런 방식을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 간을 보기 시작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구글이 픽셀 제품의 미래, 더 넓게는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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