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canvas

AR|VR / 디지털 디바이스 / 신기술|미래

정철환 칼럼 | 메타버스가 아니다. 공간컴퓨팅이다!

2023.06.30 정철환  |  CIO KR
지난달 5일 금요일에 있었던 애플의 WWDC 2023의 중심은 누가 뭐라해도 비전 프로였다. 그 동안 애플에서 증강현실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출시 시기도 설왕설래했던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벤트였다. 그리고 소개된 애플 비전 프로는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가득한 디바이스다. 물론 출시 예상 가격 역시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오큘러스가 퀘스트 시리즈로 VR 디바이스 대중화의 문을 열었으나 본격적인 시장 형성과 VR 기기의 확산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최근 시장에서 관심을 잃은 상황은, 최근 메타버스 열풍의 급작스러운 소멸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명까지 메타로 변경할 만큼 메타버스의 미래에 올인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홀로렌즈로 증강현실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것처럼 보였던 것이 고작 2년전인데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당시의 열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메타버스가 IT 업계 관심의 정점에 있을 때도 사실 명확하고 공통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만큼 메타버스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긴 했으나 생생한 3D 그래픽과 햅틱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의 가상현실 버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호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라고 출시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들 역시 그래픽 기반의 소셜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메타버스는 현재 기술의 한계와 명확한 장점 및 적용 분야를 확대하지 못한 상황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챗GPT 열풍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번 WWDC의 비전 프로는 어떻게 보면 애플은 너무 오랜 기간을 공들여 증강현실 디바이스를 준비하느라 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할 시기를 놓쳤다고도 볼 수 있다. 훨씬 더 뜨거운 세상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 상대적으로 뜨듯 미지근한 반응을 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책을 출간했는데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려 시장에서 관심이 멀어진 상황에서 나오게 되었기에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애플은 비전 프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메타버스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공간컴퓨팅(spatial computing)을 언급했다. 공간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터가 2차원 그래픽화면과 키보드, 마우스 등의 입력 장치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의 3차원 공간을 기반으로 입력, 처리, 표현할 수 있는 컴퓨팅 체계를 의미하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아키텍처이자 플랫폼이다. 

사실 메타버스는 이러한 공간컴퓨팅 플랫폼 상에서 구현될 수 있는 상위 응용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간컴퓨팅에 대한 확고한 기술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등장한 메타버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애플이 IT 역사에서 보여주었던 장면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애플은 애플II컴퓨터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 세상의 도래를 알렸다. 그리고 매킨토시를 통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영역을 열었다.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MP3 음원의 확산과 아이튠즈로 온라인 음원 서비스 세계를 소개했으며 아이폰으로 모바일 컴퓨팅 세상의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애플워치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스마트워치를 세상 사람들의 손목위에 채웠으며 에어팟으로 TWS(true wireless stereo) 이어폰이 주도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물론 위 어떤 분야도 애플이 최초로 관련 제품을 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이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해당 분야의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아이폰은 앱스토어와 함께 모바일 컴퓨팅이 오늘날 IT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시작점을 열었다. 아이폰은 그 동안 PC 중심으로 했던 컴퓨팅을 손바닥 위에서 가능하게 만든 새로운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그 플랫폼위에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세상을 바꿀 다양한 앱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컴퓨팅 세상을 열었다. 아마도 비전 프로를 준비하면서 애플은 아이폰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전을 공간컴퓨팅에 담았다.

그 동안 애플이 보여주었던 IT 혁신의 과거를 돌이켜볼 때 비전 프로가 우리 앞에 가져올 공간컴퓨팅 세상에 대한 기대를 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10년 뒤 2023년 6월은 IT 업계에서 중요한 변화가 시작된 시점으로 기억하는 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리고 그 미래의 어느 날에 IT 시장에 가져온 공간컴퓨팅의 혁신적인 변화를 2023년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CIO Korea 뉴스레터 및 IT 트랜드 보고서 무료 구독하기
Sponsored
추천 테크라이브러리

회사명:한국IDG 제호: CIO Korea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등록번호 : 서울 아01641 등록발행일자 : 2011년 05월 27일

발행인 : 박형미 편집인 : 천신응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