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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암호화폐, 메타버스까지…’ 엔비디아가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서기까지

2023.07.20 Peter Sayer  |  CIO
엔비디아 칩은 비디오 게임이라는 틈새 시장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AI 모델, 산업용 메타버스, 자율 주행 자동차를 구동하는 데까지 발전해 왔다. 이제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분야의 생성형 AI를 새로운 기회로 바라본다.
 
ⓒ Nvidia


비디오 게임 가속기 제조사에서 인공지능(AI)과 산업 메타버스의 주축 기업이 된 엔비디아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 시장 가치가 1조 달러 이상으로 급등하기까지는 하루아침이면 충분했다.

엔비디아가 2023년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며 다음 분기 매출이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할 때였다. 순식간에 회사의 주식 시장 가치가 치솟았다. 엔비디아가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해 기술 대기업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다. 한때 틈새 시장을 노리던 칩 제조업체는 월 스트리트에서 주목받는 유명 기업이 됐다.

실적을 발표한 주 투자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엔비디아는 잠시 1조 달러 클럽에서 내려왔다. 메타와 테슬라가 이미 겪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와 달리 엔비디아는 곧 1조 달러 클럽에 복귀했다. 투자 은행 모건 스탠리는 올해가 가기 전 엔비디아의 가치가 15%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지난 6월 예상했다.

그래픽 드라이버
엔비디아는 1993년 PC용 그래픽 가속기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 시작했다. 설립자들은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비디오 게임 시장에 주목했다. 3D 그래픽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중앙처리장치(CPU)에 매우 반복적이고 수학 집약적인 요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엔비디아는 CPU가 직렬로 계산을 처리하는 것보다 전용 칩을 통한 병렬 처리가 더 빠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가 처음 탄생했다.

이후 엔비디아의 비즈니스는 수년 동안 그래픽이 주도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포스 라인과 같은 게임용 그래픽 카드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외장 그래픽 카드 벤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래픽 칩 자체로 보면 인텔의 생산량이 더 높다. 대부분 CPU에 자체 통합 그래픽 실리콘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편에서 엔비디아 GPU에 탑재된 병렬 처리 기능의 또 다른 용도가 발견됐다. 3D 그래픽 모델링 과정과 유사한 행렬 연산 구조가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그래픽 칩을 비그래픽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GPU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 그래픽 API 또는 오픈소스인 오픈GL(Open Graphics Library)에 계산 결과를 명령할 수 있도록 형식을 변환해야 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엔비디아는 2006년 새 아키텍처 쿠다(CUDA)를 발표했다. 쿠다는 수학적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C언어로 프로그래밍하고, 병렬 컴퓨팅에서의 사용을 간소화하는 모델이었다. 쿠다의 첫 번째 응용은 석유 및 가스 탐사 분야에서 이뤄졌다. 지질 조사에서 얻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분야였다.

GPU를 범용 프로세서(GPGPU)로 사용하는 시장은 오픈GL을 만들었던 크로노스그룹이 2009년 오픈CL(Open Computing Language)을 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곧 AWS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일부 컴퓨팅 인스턴스에 GPU를 추가하고, 필요에 따라 확장 가능한 GPGPU 용량을 제공했다. 이는 컴퓨팅 집약적인 워크로드에 대한 전 세계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AI, 암호화폐 채굴, 메타버스
최근 몇 년간 엔비디아 칩의 가장 큰 수요는 AI 분야에서 일어났다.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수조 번의 반복적 계산이 요구됐다. 이러한 모델 중 일부는 정말 방대했다. (오픈AI는 GPT-4가 1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초창기 후원자였다. 오픈AI가 개발 중이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학습을 가속화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H100 프로세서에 기반한 특수 컴퓨팅 모듈을 구축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칩의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수요는 암호화폐 채굴 분야에서 발생했다. GPU는 CPU보다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 암호화폐 채굴용 GPU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래픽 카드의 공급 부족이 수년간 계속됐다. 엔비디아 같은 GPU 제조업체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절의 곡괭이 판매상처럼 호황을 누렸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칩은 오직 3D 게이밍을 위해 제작됐다. 이제는 제조 업계에서도 3D 시뮬레이션에 관심을 갖는다. 기본 렌더링과 오픈GL 및 오픈CL의 가속 코드 라이브러리를 넘어, 엔비디아는 제품 또는 전체 생산 라인의 디지털 트윈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확인할 수 있는 산업용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의 마케팅 과정이나 디자인 및 제조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조 달러 클럽에 머물려는 노력
엔비디아는 다방면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PC 및 일부 게임 콘솔용 GPU를 계속 판매하고 있으며, 서버 제조업체, 하이퍼스케일러, 슈퍼컴퓨터 제조업체에 컴퓨팅 가속 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또 자율 주행 차량용 칩도 만들고 있다. 제약, 제조 회사 등을 위한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의 운영 서비스 사업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계산 속도를 높이는 데 누구나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 코드 라이브러리와 특정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테면 반도체 제조의 포토 공정(Photolithography)에 최적화된 쿠리소(cuLitho) 패키지가 있다.

때마침 여건도 좋다. 챗GPT와 같은 최신 AI 도구에 대한 관심도 엔비디아 하드웨어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요로 인해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의 기반인 LLM의 개발 및 학습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AI 서비스인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을 최근 선보였다. 이는 자체 데이터로 학습된 산업 맞춤형 LLM을 구축, 조정 및 실행해 작업 수행 리소스가 부족한 기업을 공략한다. 생성형 AI에 대한 비즈니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하는 여러 하이퍼스케일러와 엔비디아가 직접 경쟁하게 된 것을 고려하면, 지난 3월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 발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주요 요소로는 네모(NeMo)와 피카소(Picasso), 바이오네모(BioNemo)가 있다. 네모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엔터프라이즈 프레임워크이고, 피카소는 이미지, 비디오, 3D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할 수 있는 AI 서비스다. 바이오네모는 생물학 및 생명과학 분야를 위한 모델로, 출시까지 최대 15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엔비디아 측은 자사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통해 초기 단계의 신약 개발 기간을 몇 달에서 몇 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암젠과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제약 회사들이 이를 테스트 중이다. 미국 제약 업계의 경우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R&D에 지출하고 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엔비디아에게는 범에 날개를 단 격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의약 분야와 달리, 엔비디아의 또 다른 목표인 자율 주행 자동차 시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수년 사이에 ‘눈앞’에 다가왔지만, 도로 테스트 및 사용 승인 과정은 신약 승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엔비디아는 자율 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두 가지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자율 주행 알고리즘을 테스트할 가상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있다. 다른 하나는 자동차 자체에 있다. 알고리즘이 가상 환경을 벗어나 실제 도로로 나가면 자동차는 실시간 이미지를 처리하고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 이때 무수한 계산을 수행하는 칩이 필요하다. 자율 주행은 엔비디아의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 4%(3억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매출 영역 중 가장 적다. 하지만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야심차게 내다봤다. 2분기 실적은 8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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