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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칼럼 | 선택의 제약과 기업의 선입견

2023.10.04 정철환  |  CIO KR
1980년대 말부터90년대말까지 10여년의 기간은 서버 하드웨어 업체들에겐 캄브리아기와 같은 시기였다. 소수 메인 프레임 중심의 컴퓨터 시스템 아키텍처가 새롭게 떠오른 PC를 기반으로 한 클라이언트/서버 아키텍처로 전환되는 시기였으며, 더미터미널 중심의 사용자 단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3.0등장과 유닉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스템 2-티어, 3-티어 등 다양한 아키텍처의 구성이 가능하게 되면서 다양한 서버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었다.

당시 시장에서 활약했던 서버들을 돌아보면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IBM, HP 이외에도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DEC, 컴팩(Compaq), SGI, 유니시스(Unisys), NCR, 후지츠(Fujitsu), 스트라투스(Stratus), 탠덤(Tandem), 데이터 제너럴(Data General), 히타치(Hitachi), 아폴로(Apollo), 알파 마이크로시스템즈(Alpha Microsystem) 등 다양한 벤더에서 유닉스 기반 또는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자체 개발하여 함께 제공했다.

하지만 닷컴 붐을 거치면서 인터넷 중심의 컴퓨팅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시장 지배적인 서버 업체를 중심으로 다른 업체가 인수 합병되면서 현재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업체들만 남아있는 듯하다. 특히 윈도우 운영체제 계열 서버 이외에 유닉스 계열 서버는 IBM을 제외하면 거의 없으며 대신 x86기반 아키텍처에 리눅스 운영체제를 활용한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스토리지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스토리지 업체 역시 IBM과 델(Dell), 넷앱(NetApp), HP, 히타치(Hitachi) 중심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대에 따라 많은 기업 또는 기관들이 자체 IT인프라를 구매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인프라를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예전 기업의 IT 담당자들은 소위 ‘벤더 락인(vendor lock-in)’에 대해 매우 민감했다.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가능하면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최근 시스템의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의 IT 담당자들은 오히려 자사의 IT인프라에 대해 단일 벤더 솔루션 적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세월 여러 서버 하드웨어 업체들이 사라지고 소수의 업체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향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및 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솔루션을 선호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인프라 관리상의 편의성, 통일성을 제공하는 단일 벤더 체계를 더 원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IT 담당자들은 특정 벤더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호적 또는 부정적 선입견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단일 벤더 중심의 시스템 구성의 가장 큰 단점은 물론 벤더 종속성이다. 특정 벤더의 제품을 사용하면 해당 벤더에 종속되며, 다른 벤더의 제품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벤더 종속성은 전체적인 IT 총소유비용(TCO)을 올릴 수 있다. 특정 벤더의 제품은 종종 라이선스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높을 수 있으며 때론 일방적인 가격 인상 정책으로 고객의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이나 기능에 차이가 없거나 더 나은 제품을 선입견 또는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 벤더에 종속되면 다른 벤더의 혁신적인 기술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즉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벤더 전환에 대한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혁신적 기술은 우리가 친숙하지 않았던 업체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특정 벤더의 제품에 대한 보안 취약성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보안 및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대부분 벤더들은 보안에 대해 일정수준 이상의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나 보안 장비의 경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대응 능력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 확산에 따라 향후 온프레미스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례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온프레미스 IT 인프라 운영을 필요로 하고 또 이러한 방식이 제공하는 장점도 분명하다. 다만 IT 벤더 및 솔루션의 선정을 위한 선택의 다양성은 향후에도 1990년대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하드웨어의 품질은 업체간 우위를 가리기 어려울 수준으로 평준화됐으며 CPU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으로 거의 대부분의 벤더들이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스토리지 역시 올플레시로 전환되면서 이전에 있었던 컨트롤러 및 아키텍처에 따른 성능 우위 역시 벤더별로 기술의 차이가 크지 않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일부 벤더에 대한 선호도와 다른 벤더에 대한 선입견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IT 담당자는 항상 열려 있는 마인드로 새로운 솔루션 벤더의 등장이나 기존 타 벤더 솔루션과의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비교 및 평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IT 인프라의 TCO를 효율화하고 좀 더 향상된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마지막 구절과 같이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길이 모든 차이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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