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문이 ‘사업의 주체’가 된 사연··· 화학 기업 이스트만 사례

화학 기업 이스트만이 디지털 제품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당 비즈니스를 관할하는 부문이 ‘IT’라는 점은 색다른 사실이다.

알도 노세다는 5년 전 이스트만(Eastman)의 CIO로 업무를 시작한 직후 회사의 다른 리더들과 협력해 물리적 제품을 보완하는 새로운 범주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스트만에 오기 전에는 몬산토(Monsanto)에 몸담았던 그는 “몬산토에서도 유사한 여정을 거쳤다. 농부들에게 자문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디지털 부서를 개소했다. 이스트먼이 CIO직을 제안할 때 이 아이디어는 이미 공유된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범주의 서비스는 고객이 본질적으로 복잡한 이스트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를 증대시키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 계층(service layer)을 구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새로운 서비스 레이어는 완전히 새로운 수익원 제공을 위한 구독 서비스로 판매될 수 있다. 이스트만이 그간 주로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했다는 점에서 서비스 판매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었다.

현재 이스트만의 퍼포먼스 필름(Performance Films) 사업부에서 디지털 전략 및 제품 매니저를 맡고 있는 케이트 호란은 “알도 CIO가 오자마자 다양한 비즈니스 배경을 가진 이들로 팀을 구성했다. IT 부서 내의 스타트업 형태로 구축된 팀은 이스트만의 성공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시장에 3개의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이며 네 번째 서비스는 출시를 앞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객 문제 해결
3가지 서비스 중 가장 성숙도가 높은 것으로는 코어(Core)가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 애프터마켓 업계 딜러들은 도장 보호 제품 및 윈도우 필름 제품을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코어는 특정 제조사 및 모델을 위한 범퍼, 펜더 혹은 미러와 같은 차량 부품 패턴을 제공한다. 설치 작업자는 코어의 편집 기능을 사용해 패턴을 맞춤화한 다음 디지털 커팅 보드 위에 배치하고 그 곳에서 잘라내 차량에 설치할 수 있다. 

호란은 “고객이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 필름을 잘라낼 때 시간 및 재료를 절약할 수 있도록 패턴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배치(nest)한다. 이를 도울 수 있는 네스팅 알고리즘(nesting algorithms)을 갖추고 있다. 이는 최종 설치자가 예술이자 과학인 자신의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들이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필름을 설치하도록 돕고자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네스팅(Nesting)은 의류 산업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다. 불규칙한 모양들의 집합을 가능한 한 작은 소재 조각 위에 패킹하는 업무를 말한다. 볼륨이 클 경우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 재료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AI 및 정교한 수치 분석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불규칙한 모양을 모델링하기 위해 사용되는 캐드(Computer aided design, CAD) 도구는 모델들을 네스팅 알고리즘에 공급할 수 있다. 

퍼포먼스 필름의 맥락에서 보면 네스팅은 패턴을 커팅보드 위에, 궁극적으로는 필름 위에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올리는 과정이다. 네스팅은 필름의 최적화된 사용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미관 향상 또한 가능케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제품 판매를 증대시키고 제품 판매는 더 많은 이들을 서비스로 유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독립적인 제품으로 보일 수 있다고 노세다 CIO는설명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동차가 시장에 출시될 때 가능한 한 신속히 패턴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서비스가 가진 매력이다. 이를 최고의 품질로 신속히 생산해야 한다. 패턴 생성을 위해 특허 출원 중인 알고리즘, 분석, 인공지능 및 기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페라리가 들어오고 주인이 페인트 보호 필름을 원한다고 상상해보자. 딜러가 적절한 컷을 찾기 위해 시스템에 들어갔으나 차가 없거나 컷의 품질이 정확하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이 정보를 상당히 높은 품질로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작업을 수행한다.”

비즈니스 성장
초기에는 회사 내에서 디지털 사업을 어느 부문이 총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사업은 IT 부서에서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제품 조직은 업계 전체로 볼 때에도 꽤나 이례적이다.

호란은 “마치 스타트업처럼 운영된다. 전사적으로 의견을 얻기 위한 운영팀 회의를 갖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목소리다”라고 설명했다.

노세다 CIO는 디지털 제품 조직이 다양한 전략적 로드맵을 따라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는 구독자 수를 증가시키는 것인데, 이는 대부분 지리적 확장의 문제다. 이 서비스는 북미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현재 다른 지역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기존 고객 지원 강화를 위한 역량 증대다. 

노세다는 자신의 역할의 약 80% 정도가 전통적인 IT 업무라고 설명했다. 즉 사이버 보안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등과 같이 조직 지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업무를 말한다. 그는 나머지 20% 정도의 업무가 커뮤니케이션, 고객 서비스, 제품 설계 및 엔지니어링 담당자를 포함한 직원 전체와 함께 디지털 제품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CIO의 디지털 비즈니스 운영이 더욱 일반화될 수 있다. 노세다는 “IT 부서는 단순히 회사 내부를 지원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다. 외부 세계에 가치를 더하고 새로운 수익 또한 창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