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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바이스 / 소비자IT

칼럼 | '2% 부족' 구글 픽셀 태블릿이 실패작인 이유

2023.08.17 JR Raphael  |  Computerworld
필자는 구글의 신제품 픽셀 태블릿 사용 경험을 어떻게 공유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너무 많이 기대했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매우 절제된 표현이다.

이전 칼럼에도 썼던 것처럼 구글이 픽셀 태블릿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태블릿이 기능하는 방법, 태블릿이 기능이 사용자의 삶 속에 녹아드는 방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창조하는 것"과 "태블릿 활용 용도의 재구상"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 Google/Foundry

픽셀 태블릿은 지난 십수 년 동안 무수히 보아온 납작하고 네모난 모양의 화면과 달랐고 그저 평범한 또 다른 태블릿을 표방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가 명명하거나 정의한 적 없는, 구글만의 고급 경험을 창조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복합체에 초점을 맞췄다.

픽셀 태플릿은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사용할 때는 언제든 태블릿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태블릿을 내려놓으면 비정형적인 것으로 바뀐다. 부엌 카운터 위에 덩그러니 놓여 대부분 시간 먼지만 쌓이는 대신, 픽셀 태블릿은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적극적으로 사용자와 대화하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변한다. 도킹된 상태에서는 빠르게 정보와 인터랙션을 공유하는 가정과 사무실의 허브가 되었다가 승인된 사용자가 집어 들고 로그인하는 순간 개인 태블릿이 된다.

지난 1월 이 제품을 처음 열었을 때 필자는 왜 구글이 이전에 만들었던 태블릿을 빠르게 단종한 후 다시 태블릿에 손을 댔는지, 왜 픽셀 태블릿의 파괴력이 단일 기기나 태블릿 플랫폼을 넘어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구글이 아이패드와 정면으로 부딪히거나 기존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모델을 그대로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신 적어도 이론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다른 이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를 예상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자체도 비슷한 제품군 수준에서 동일한 목적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여기까지가 픽셀 태블릿 주변의 지형이다. 그리고 진화 중인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일부인 픽셀 태블릿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자세히 설명하겠다. 


구글 픽셀 태블릿의 장점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하자.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서 픽셀 태블릿은 사용하기 즐겁다. 필자는 저녁마다 마음의 긴장을 푸는 활동에 시간을 쏟고 있다. 마음을 내려놓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등의 수동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픽셀 태블릿은 이런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사용하기 즐거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다른 부분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깨끗하고 깔끔한 화면 인터페이스까지 지닌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 할 수 있다. 픽셀 태블릿은 핵심적 제품 약속대로 적시에 운영체제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를 받을 수 있음을 신뢰할 수 있는, 수년 만에 처음 출시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기도 하다. 블로트웨어로 가득 차 있지도 않고 제조사의 돈벌이 수단의 결과로 사용자의 데이터가 위험에 빠지지도 않는다.  
 
ⓒ Foundry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말하자면, 구글이 픽셀 태블릿과 픽셀 폴드에서 도입한 강화 요소인 개선된 멀티태스킹 시스템과 오래전 안드로이드에 도입됐지만 강조되지 않았던 화면 분할 기능을 덕분에 사용하기 매우 편하다.
 
ⓒ Foundry

킥스탠드가 내장된 픽셀 태블릿 케이스도 기발하고 사용하기 편해서 모든 태블릿에 이런 케이스가 같이 출시되기를 바랄 정도다.
 
ⓒ Foundry

픽셀 태블릿은 생산성 최우선 시스템이 아니다. 필자는 이것이 의도적인 설계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구글은 아주 신중하게 픽셀 태블릿을 가정 내 혹은 생활 주변에 머무는 기기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사무실 환경에서도 분명 유용하지만(사실 필자는 리뷰용으로 대여한 픽셀 태블릿을 사무실 책상 위에 도킹한 상태로도 사용해 봤다), 픽셀 태블릿은 한 장소에 보관하면서 콘텐츠 소비를 위한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가끔씩 아주 가벼운 작업을 수행할 때 사용하는 기기다.

좀 더 활동적이고 무거우며 생산성 중심적인 작업에는 크롬북이 훨씬 적합하다. 이런 유형의 기기는 안드로이드 앱 호환성과 생산성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키보드와 트랙패드, 현대적인 업무 요구사항에 더 적합한 데스크톱 수준의 브라우저 환경을 제공하므로 생산성 작업에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기능하면서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보여주는 최상급의 일상 용도의 태블릿을 위한 틈새 시장은 존재한다.

이제 이야기의 후반으로 넘어간다. 구글이 목표한 바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지점이다.


픽셀 태블릿의 문제점

픽셀 태블릿은 소비 지향적인 용도나 가벼운 작업 같은 종류에는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태블릿이다. 그리고 이런 시나리오를 위한 제품으로 선보였다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픽셀 태블릿은 전형적인 태블릿을 벗어난 제품으로 설계됐다. 일부는 태블릿으로 일부는 스마트 디스플레이인, 경계를 없애는 하이브리드 기기다. 제품의 주된 정체성이자, 다른 평범한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픽셀 태블릿은 실패했다.

몇 개월 동안 부엌에서는 네스트 허브 맥스를, 책상 위에는 네스트 허브 미니를 두고 사용해 온 사람으로서 필자는 가정과 업무 환경 모두에서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이점에 익숙해졌다. 물론 제공하는 기능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 판매되는 스마트 디스플레이 하드웨어도 어느 정도 개선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매우 좁은 목적을 위해서는 충분히 잘 작동하며, 단순함은 하나의 자산이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날씨나 일정을 한눈에 확인하기 쉽고, 미리 알림을 설정하고, 메모와 목록에 접근하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조명이나 가전 등을 제어하는 등 특정한 작업을 빠르고 단순하게 수행한다.

필자는 모든 생산성 중심 작업을 할 때 책상 위에 놓인 네스트 허브 미니에 의존한다. 단순하고 화면 메뉴를 빠르게 스와이프하는 기능, 최고의 음성 명령 응답성이 특히 훌륭하다. 하지만 이 점에서 픽셀 태블릿은 비교조차 되지 못한다. 사용하던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픽셀 태블릿으로 바꾼 것은 상당한 '다운그레이드'다. 

솔직히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쓸 수 있는 태블릿'이라는 듀얼 디바이스는 매우 훌륭한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로 수행할 때는 충분히 기능하지 못한다. 도킹된 상태에서 스마트 디스플레이처럼 보이지 않고 태블릿은 그저 독에 털썩 올려놓는, 단순 화면 보호기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만 느껴졌다. 구글이 실제로 안드로이드의 기존 화면 보호기 시스템에 의존해 픽셀 태블릿의 도킹 경험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놀라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 Foundry

구글은 훨씬 반응성이 좋고 장점이 많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 즉 전통적 스마트 디스플레이 기능에 완전한 태블릿 기능을 더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험을 만들기 위해 프레임워크를 확장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 기본적으로는 그저 화면 보호기일 뿐이다. 스와이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강화된 음성 소통도 없다. 여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제공하는 화면 보호기 이상의 의미 있는 기능은 없다.

만일 그동안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지 않았고 여가 시간에도 자주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픽셀 태블릿은 도킹된 동안 구글 사진 앱과 연결된 스마트 액자나 디지털 시계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할 것이다. 사실 이런 점도 높이 살만하다. 독이 기본 구성품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태블릿 설정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네스트 허브 같은 기기가 제공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에 익숙하다면 실망할 수 있다. 네스트 허브 같은 기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픽셀 태블릿은 태블릿과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기능을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기기와는 거리가 멀고,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무언가를 추가한 것에 더 가깝다. 

사실 '안드로이드 기반의 화면 보호기'라는 프레임워크에서도 더 몰입된 경험을 제공하고 정보가 풍부한 도킹 기기는 여럿 찾을 수 있다. 구글이 픽셀 태블릿으로 구현한 것은 자리만 차지하는 기기에 지나지 않는다. 2가지 목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기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독은 태블릿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기본 스피커가 최소한 어시스턴트 명령을 알아듣고 태블릿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스마트 스피커로서 기능한다면, 훨씬 완전하고 실용적인 제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구글이 평소의 습관대로 경로를 바꾸거나 이 개념을 포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구글의 아이디어는 복잡하고 가능성으로 가득한 채로 남아 있다. 그 가능성에 도달하고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 멋진 디지털 액자가 되는 이점을 지닌, 일상적인 사용이나 가벼운 작업을 할 우수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필요하다면 픽셀 태블릿은 그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언젠가는 훨씬 효율적인 무언가로 진화하면 좋겠다. 픽셀 태블릿이 표현하고자 했던 듀얼 디바이스라는 약속에 어울리고, 경계를 없애는 가능성에 부응하는 무언가로 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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