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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E3는 끝나지만, CES는 멈추지 않는다

2023.12.18 Michael Crider  |  PCWorld
업계 전시회 중 가장 화려하고 요란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전자 엔터테인먼트 박람회(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E3)가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E3는 20년 이상 이어진 비디오 게임 업계의 대표적인 행사로서, 매년 여름 최신 게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공개되는 무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시회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비디오 게임 산업 협회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E3의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 ESA

사실 2019년부터 라이브 현장 이벤트가 없었던 만큼 그렇게 충격적인 소식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큰 이벤트가 폐지된다고 하니, 다음 차례는 전자 업계 최대 이벤트인 CES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를 살펴보자.


E3는 진작에 효용 가치를 다했다

게임 산업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 E3는 모든 주요 업체에 꼭 필요한 전시회였다. 도쿄 게임쇼,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와 같은 비교적 작은 지역 전시회와 함께 E3는 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큰 무대에 서서 전시장 가득 모인 언론을 향해 곧 출시될 제품을 직접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언론은 인쇄본 잡지와 당시 태동기에 있던 온라인 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전 세계 게이머에게 소식을 전했다.
 
2015년 6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E3 ⓒ Glenn Francis/Wikimedia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만 바로 이 부분이 E3의 핵심이었다. 즉, 원래는 업계가 언론을 대상으로 주최한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이런 방법으로 게이머의 관심을 끌었다. 공공장소 및 TV 광고를 위한 예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려면 일렉트로닉 게이밍 먼슬리(Electronic Gaming Monthly), 게임프로(GamePro), 컴퓨터 게이밍 월드(Computer Gaming World)를 비롯한 수십 개의 인쇄 간행물에 기사가 실려야만 했다.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기사가 실린 잡지에 인쇄 광고도 게재했다.
 
ⓒ Ziff Davis/Lord Aevum/Fandom

나이가 필자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이라면 당시의 흐름이 어디를 향했는지 아마 보일 것이다. 웹이 부상하면서 게임 매체의 인쇄 부문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게임의 마케팅 방식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게임 산업 자체가 황금 시간대에 TV 광고를 송출하고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에 광고를 넣을 정도로 성장하던 가운데 웹 광고는 마케팅으로 일상의 모든 측면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게이머는 운동화를 쇼핑하는 중에, 공과금을 납부하는 중에, 소셜 미디어 피드를 탐색하는 중에 신작 게임 광고를 접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애니메이션 광고 대신 그 자체로 작품인 예고편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해 플레이어를 맞춤 제작된 홍보 웹사이트로 유도했다. 스팀과 디지털 콘솔 스토어가 등장하면서 게임 퍼블리셔는 언론의 어떤 개입도 없이 새 게임을 광고하고 팔고 게이머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게임 전문 기자가 꿈이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게임 커뮤니티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게임 언론도 여전히 있다. 그러나 게임 전문 매체는 더 이상 업계의 대표적인 소식통이 아니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그 게임을 즐기는 사람 사이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할 뿐이다. 게임 사이트와 채널은 여전히 게임 관련 발표와 출시 소식을 다루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인디 게임 발굴, 리뷰 및 사설, 그리고 퍼블리셔 입장에서 언론에 나오길 원하지 않는 종류의 업계 소식을 다루는 데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언론의 이 같은 변화는 E3와 같은 중앙 집중적인 대면 이벤트 주최의 타당성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퍼블리셔 관점에서 겨우 몇천 명의 저널리스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을 써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냥 유튜브에 예고편을 올리고 행사에 쓸 돈을 직접 광고에 쓰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개발사의 소식이라면 게임 뉴스 사이트는 어차피 관련 기사를 보도할 것이다. PR 부서가 이메일 몇 통만 넣어주면 거의 확실하다.


유튜브가 게임 전시회를 죽였다

물론 퍼블리셔가 게이머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중앙 집중식으로 보여주는 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규모가 작아지고 더 좁은 부분에 집중하며, 한 회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닌텐도 다이렉트(Nintendo Direct)다. 다이렉트는 닌텐도의 향후 몇 개월에 걸쳐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스위치 게임을 보여주는 미니 발표회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게임 언론의 개입 없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그렇게 해도 게임 언론에서는 여전히 관련 소식을 다룬다). 또한 E3나 닌텐도 스페이스 월드(Nintendo Space World) 일정에 맞춰 특정 프로젝트를 준비할 필요 없이 닌텐도가 원할 때 언제든 열 수 있다. 애플이 10여 년 전에 개척한 길을 게임 업체들이 뒤따르고 있다. 애플은 지금도 여전히 독자적인 일정에 맞춰 자체 이벤트를 열어 중대한 내용을 발표한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디볼버 디지털(Devolver Digital)과 같은 작은 기업도 이런 성공적인 모델을 모방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실제 이벤트 없이 온라인으로만 게임과 기기를 발표한다. 이렇게 대규모 오프라인 전시에서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온라인 광고로 전환하는 추세에 따라 2010년대 중반부터 E3의 입지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엑스박스 원과 PS4가 출시될 시점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이미 자체 사전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하드웨어를 발표했으며, 소니와 닌텐도는 2019년 무렵에는 E3에서의 대대적인 전시를 사실상 중단했다.

E3는 게임 전용 이벤트가 아닌, 코믹콘(Comin-Con) 스타일의 축제와 비슷한 더 일반화된 전시로의 전환을 꾀하며 페니 아케이드 엑스포(Penny Arcade Expo)와 같은 전시회가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는 힘인 ‘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원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에 E3의 위상을 높여준 업계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힘을 잃게 됐다.

2020년 전 세계 여행이 중단되면서 E3도 ‘디지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 시점에는 사실상 모든 주요 업체가 직접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으로 전환한 상태였다. 즉, 마케팅 부서가 직접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ESA를 방문해 전달할 이유가 사라졌다. 결국 게임 업계의 가장 큰 연중행사였던 E3는 그로부터 3년 뒤 쓸쓸히 사라지게 됐다.


CES는 무엇이 다른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도 E3의 전철을 뒤따르게 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팬데믹은 CES에도 큰 타격이 됐지만(2019년 1월에 열린 대규모 국제 행사였으니, 팬데믹의 초기 확산에 작게나마 책임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CES는 전자제품 언론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에 소속된 일원인 동시에 컴퓨터 및 전자제품 뉴스의 열성적인 소비자이기도 한 필자는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할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이 PCWorld, 그리고 대부분의 온라인 매체가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업계 전체로도, CES와 같은 업계 이벤트 관점에서도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새롭고 신기한 기기가 100대 있을 때, 그중에서 CES 관련 기사로 독자에게 소개되는 기기는 1대에 불과하다. 전시회 현장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대형 소비자 사이트라 해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게다가 가정집보다 큰 초대형 부스를 차린 대형 업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CES에는 자동차 대리점보다 큰 공간을 차지하고 전시하는 LG와 삼성 같은 기업부터 접이식 테이블 하나에 출장 나온 담당자도 한 명뿐인 작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수천 개의 기업이 참여한다. 자동 밀폐 스템 볼트부터 리버스 래칫 라우터까지 온갖 제품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좁은 통로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주일을 지낼 수 있을 정도다.


빙산의 일각에서 일어나는 일

공개 전시되는 제품이 전부도 아니다. CES 현장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벗어나 주변의 모든 대형 호텔까지 펼쳐지며, 일주일 내내 라스베이거스 거리에서 수많은 전시와 소규모 행사가 진행된다. 소비자에게 직접 마케팅할 예산이나 인력이 없는 기업은 특종에 굶주린 기자들의 눈에 띄어 기사화되기를 희망하며 이곳으로 모여든다. 실제로 이런 종류의 기사는 유튜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CES나 이와 비슷한 다른 전시회의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해도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ES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적어도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시회에는 우리, 기자와 독자가 볼 수 없는 B2B 측면도 있다. 
 
ⓒ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ES는 대만의 리모트 컨트롤 제조업체가 일본의 TV 제조업체와 만나 독일 고무 업체에서 조달한 버튼 멤브레인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는 곳이다. A 회사의 중간 관리자가 B 기업의 전 동료를 만나 명함을 교환하고 이후 둘이 컨설팅 회사를 차려 3년 뒤에 다시 찾아오는 곳이다. CES와 같은 전시회에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재현할 수 없는 교류가 하루에도 수천 번씩 일어난다.

CES는 팬데믹 기간 동안 휘청거렸지만, 이처럼 깊은 산업적 구성요소가 없는 다른 전시회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원래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는 2024년 참가자 수를 1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7년 최고 기록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지만 작년보다 많으며, 업계에서 단연 가장 큰 규모다. 얼핏 보면 CES에서는 화려한 전시장 부스와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만 눈길을 끈다. 그러나 CES를 단순히 시끌벅적한 연례행사 이상의 가치 있는 이벤트로 만들어주는 굵직한 의사 결정은 닫힌 문 안쪽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이런 가치를 유지하는 한 CES와 같은 전시회는 이따금 일어나는 전 세계적인 재해가 닥칠 때를 제외하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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