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헬스케어에 손을 뻗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머신비전(Machine Vision)으로 무엇을 하는지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산업 부문을 혁신하려는 계획을 암시할 수도 있어서다.
증강현실? 아니면 진짜 증강?
애플이 새로운 플랫폼을 소개할 때마다 항상 흥미롭다. 이러한 플랫폼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추진할 새로운 분야를 찾거나 혹은 기존 비즈니스에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애플의 AR 글래스 계획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추측에 관심이 있을 터다.
지난 3월 7일 발표된 궈밍지의 예측에 따르면 이전에 공개됐던 내용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지만 애플이 세 가지 버전(헤드셋, 글래스, 콘택트렌즈)으로 AR 및 MR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2년에는 AR 헤드셋”
그에 따르면 애플의 로드맵은 ‘혼합현실’ 헤드셋으로 시작되며, 아마도 2022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헤드셋의 무게는 약 142g(차이가 있을 순 있다), 가격은 미화 약 1,000달러 수준으로 예측됐다. 또한 소니의 마이크로-OLED 디스플레이와 여러 광 모듈을 탑재해 몰입적인 AR 및 VR 경험 모두 제공할 전망이다. 이는 몰입적인 브랜디드 콘텐츠, 가상 쇼핑, 협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기업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2025년에는 AR 글래스”
헤드셋에 이어서 2025년경에는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AR 글래스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AR 글래스는 사용자의 주변 환경에 유용한 정보를 레이어링해 진정한 증강현실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실내 매핑, 소매업 등에서 큰 이슈가 될 것이며, 유용한 정보를 오버레이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 제조, 엔지니어링 등에서 가치 있게 쓰일 것이다.
AR 글래스는 특히 음성비서 및 AI와 함께 사용할 때 ‘접근성(Accessibility)’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AR 글래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잠재고객에게 어필하려면 도수가 있는 렌즈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30년에는 AR 콘택트렌즈”
애플이 AR 콘택트렌즈를 선보일 계획이라는 주장에 비하면 헤드셋과 글래스는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가 추정하건대, 시력 개선을 위해 맞춤 제작된 애플 AR 렌즈를 착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실과 AR 세계를 모두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AR 렌즈는 아무리 빨라도 2030년경 공개될 예정이다. 물론 약 10년이나 걸린다는 건 이 모든 예측이 현실이라기보단 희망 사항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강’에 공헌할 애플
애플 CEO 팀 쿡은 애플이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할 분야는 건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강 앱, 접근성, 애플워치 내부 센서를 제외하고는, 특히 모든 사람이 디지털 헬스 세계에 입장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아직은 이루기 어려운 미래 비전으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성과도 없었다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애플 리서치킷(ResearchKit)을 사용해 연구진은 이전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애플워치(Apple Watch)는 이미 생명을 구하고 있다. 또한 활동 앱(Activity), 피트니스+(Fitness+) 등을 비롯해 사용자 행동을 바꾸는 앱 및 서비스들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이와 관련해 쿡은 가장 큰 아이디어는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만으로 헬스케어 부문에서 애플이 품은 야망을 전부 파악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료보험과 연계된 애플워치가 ‘모토로라 ROKR 아이튠즈 폰(편집자 주: 애플과 모토로라가 힘을 합쳐 선보인 아이튠즈를 실행하는 최초의 휴대폰. 정식 명칭은 모토로라 ROKR E1이며, 잡스가 아이튠즈 폰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과 유사한 스토리 라인을 따라갈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AR 콘택트렌즈가 출시된다고 예정된 시기(2030년)는 이 애플의 야망 사이에서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때다. 그때까지 애플은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건강 데이터를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사용자가 그 과정에서 찾은 질병을 의사들이 치료하도록 돕고자 통합된 건강 서비스 및 제품들을 제공할 것이다.
어쨌든, 만약 음악 산업부터 시작한 덥수룩한 수염의 괴짜 총수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그룹의 브랜드(버진 케어)가 글로벌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 체인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거의 틀림없이 같은 시기에 이미 많은 사용자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던 애플은 더 많은 걸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쿡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아마도 ‘애플케어(AppleCare)’라고 불릴 것이다.
* Jonny Evans는 1999년부터 애플과 기술에 대해 저술해온 전문 기고가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