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기업과 제품들

왕(Wang) 1970년대 왕 연구소(Wang Laboratories)는 텍스트를 테이프에 저장하고 힘들게 다시 인쇄하지 않고도 페이지를 편집할 수 있는 단독형 워드 프로세서를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글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80년대까지 사무정보시스템(Office Information System)에 초점을 맞춘 왕의 워드 프로세싱은 세계 대형 기업들의 80%가 사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 안 왕(An Wang)은 IBM과의 경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호환형 PC라는 IBM의 가능성을 묵살했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더욱 일반적인 목적의 기계의 등장으로 한 때 시장을 지배했던 왕의 워드 프로세서는 자리를 내줬다. 이 회사는 1992년에 도산했다. 사진 출처 : 마킨 위처리/플리커

넷스케이프(Netscape) 1990년대 중반에 학계에 속하지 않은 1세대 웹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Navigator)는 웹 그 자체였다. 1996년에는 보고서마다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웹 서퍼(Surfer)의 70~80%가 넷스케이프를 브라우저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 장점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네비게이터를 기업 소유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IE는 모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익스플로러를 자사의 널리 보급된 OS에 통합하면서 급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1998년 경 네비게이터는 IE에 주도권을 내어주게 되었고 2002년 경에는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리로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이미지 출처 : 스몰맨12q/위키피디아

플리커(Flickr) 플리커의 홍보 문구인 "세계 최고에 가까운 온라인 사진 관리 및 공유 애플리케이션"은 이 사이트가 출시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야후가 이 사이트를 인수한 뒤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엄청난 질타를 받았지만, 파일 저장소, 사진앨범 생성, 친구와 연결 등 이 사이트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더욱 일반적인 목적의 사이트에 스카웃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리커가 간단한 휴대폰 사진 시장에서 인스타그램(Instagram)에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심지어 새로운 CEO 마리사 메이어가 이 사이트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사진 출처 : 로이터/애드리스 래티프

IBM PC 1981년 IBM이 PC로 급성장하고 있던 소형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이 회사 경영진들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성공을 거뒀다. 1983년까지 IBM은 시장의 1/4을 점유했으며 애플을 가볍게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PC 패배의 씨앗은 설계에서 비롯되었다. IBM은 PC를 시장에 신속하게 보급하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기성 부품들을 생산했으며, 경쟁사들은 IBM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BIOS를 역 설계하여 PC 유사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해당 기업은 PCjr을 공개하기 전에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지만, 이 기기에 PC의 호환성이 빠져있다는 점으로 IBM은 스스로 개척한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사진 출처 : 보피b/위키피디아

워드퍼펙트(WordPerfect) MS-DOS의 전성기에 80년대의 경쟁을 주도하고 사용자 친화성과 성능을 텍스트 기반의 환경에 접목한 워드 프로세서계의 강자 워드퍼펙트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환경에 맞춰 진화한 동물처럼 상황이 바뀌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안정된 윈도우 버전의 워드퍼펙트가 등장할 때까지 수 년이 소요되었으며, 막상 출시되고 나니 가장 큰 장점이었던 단축키가 윈도우의 기본 단축키와 중복되는 바람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숨겨진 API를 사용하여 자사의 워드(Word)에 불공평한 이점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워드퍼펙트는 법률 사무소 등의 틈새 시장에서 연명하고 있는 반면, 워드는 실질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 다니엘 피차드/위키피디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세기가 바뀌면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 그 주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수 년 동안 썬이 통합해야 했던 모든 이질적인 제품들 덕분에 닷컴 계의 인기스타가 됐다. 모두들 자사의 새로운 웹 사이트에 자바 애플리케이션, 스파크(SPARC) 서버, 솔라리스를 적용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두가 거품에 속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며, 거품이 사라지자 x86 리눅스 서버를 더 적은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었으며 썬이 엄청난 자원을 투자한 자바는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2009년 오라클은 이 망해가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였다. 사진 출처 : 톰 멀더/플리커

림(RIM) 림이 아이폰의 등장에 얼마나 속수무책이었는지 알아보자. 2007년 무대에서 스티브 잡스가 첫 모델은 발표한 다음 날, 림의 엔지니어들은 그가 기능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그 이유로 그 어떤 휴대폰도 그런 성능을 감당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갖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그들은 착각하고 있었고 이런 실수에는 블랙베리가 수 년 동안 전원과 데이터 사용량을 최소화하는데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이 반영돼 있었다. 배터리 기술과 3G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갑자기 이런 것들이 덜 중요한 것으로 비쳐졌고 림의 패권은 오래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기도 전에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온스크린(On-screen) 키보드로 자판을 입력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 출처 : 로이터/루카스 잭슨

마이스페이스(Myspace) 마이스페이스는 2000년대 초반에 소셜 미디어의 문을 두드리면서 기존의 개척자였던 프렌드스터(Friendster)를 가볍게 제치고 뉴스 콥(News Corp)이 5억 달러에 인수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을까? 공동 창업자 크리스 디볼프는 모든 것이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처음에 사이트를 손쉽게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 콜드퓨전(ColdFusion) 코드베이스 때문에 신속하게 확장하거나 개선하기가 어려웠다. 벤처캐피탈 자금을 얻는 대신에 성숙한 기업에 인수된 마이스페이스는 갑자기 수익을 창출해야 했고 결국 수준 이하의 광고를 남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성 범죄자들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품으로 떠났다.

아타리(Atari) 아타리 2600의 성공의 비밀은 여유로운 시작에 있었다. 대중은 퐁(Pong)에 열광했으며, 이 때문에 아타리의 ROM 카트리지 기반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사장되었다. 사람들이 결국 해당 게임기를 위한 여러 개의 게임(그 중 하나가 1980년대의 히트작 스페이스 인베이더스(Space Invaders)였다)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2600은 엄청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아타리의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은 낮은 임금 때문에 회사를 떠났고 다른 엔지니어들이 해당 시스템을 역 설계하여 호환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됐으며, 팩맨(Pac-Man) 과 E.T. 가 크게 실패하기까지 했다. 아타리는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에 미국 시장 라이선스를 제공할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기회마저 포기하면서 업계를 떠나게 되었다. 사진 출처 : 에반 애모스/위키피디아

소니 소니는 워크맨(Walkman)을 발명하여 수백 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렇다면 워크맨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아이팟을 왜 발명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막강한 전자제품 기업이었던 소니가 쇄락한 이유와도 관련 있다. 일본의 문화가 컴퓨터 보다는 전자제품 중심적이었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정답은 더 밋밋한 느낌이다. 디지털 워크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콘텐츠,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이 통합되어야 하는데 2000년대 초반에는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니는 버스를 놓친 것이다. 사진 출처 : 에반 애모스/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