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자리는 외롭다. 하지만 머무는 순간은 찰나일 수 있다. 길지 않은 IT 업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제왕'적 존재들이 미끄러졌다. 몇몇은 다시 회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회생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 한 때 업계를 주름잡았던 14곳의 기업들을 정리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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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현재는 블랙베리)
RIM은 회사의 블랙베리 라인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를 알린 기업이다. 블랙베리의 중독성으로 인해 '크랙베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었다. 하지만 아이폰과 그 이후의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하면서 지난 3년 간 쇠락의 길을 걸었다.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하락했으며 많은 이들은 이 회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랙베리는 올해 새로운 블랙베리 10 운영체제와 신형 스마트폰 2종을 통해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
AOL
인터넷 접속 서비스 및 실시간 메시징 분야의 전설이었던 기업이 AOL이다. 타임워너와 합병됐던 2000년 경에는 그야말로 모든 게 장밋빛이었다(실제로는 이때부터 악화됐다). 그러나 해가 거듭되면서 AOL은 신뢰를 잃어갔으며 2009년 타임워너는 이 회사를 분리시켰다. 이후 AOL은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전략을 수정해 현재 허핑턴 포스트, 인가젯, 테크크런치를 보유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입지를 가지고는 있는 셈이다.
야후
세기가 전환되던 시절, 야후는 뉴스, 검색, 이메일, 광고 분야의 초강자였다. 그러나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구글이라는 새로운 강자보다 늘 두 걸음씩 뒤진 행보를 보여왔다. 웹 자산의 관리 부실과 잇단 CEO 교체는 회사의 쇠락을 가속화시켰다. 현재 구글 출신의 마리사 메이어가 회사의 미래를 풀어갈 CEO로 분투하고 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80년대 초까지 역사가 거슬러올라가는 썬 또한 한 때 전설적인 기업이었다. 무엇보다도 '자바'를 발명한 기업이다. 그러나 닷컴버블이 붕괴된 2000년 이후 이 회사는 나아갈 바를 찾지 못했다. 기업들은 썬의 고가 서버를 구입하지 않았으며 오라클이 2009년 썬을 인수하기까지 이 회사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해고와 주가 하락이 이어졋던 것도 물론이다.
냅스터
이 P2P 파일 공유 서비스는 1999년 혁명을 개시했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 보유한 음악 파일을 무료로 공유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혁명이 그렇듯 결과는 무상했다. 법원이 저작권 침해로 인해 사업 중지를 명령한 2001년 사실상 사라졌다. 냅스터 브랜드는 이내 팔려가 합법적 온라인 음악 스토어로 재오픈했지만 아이튠즈와의 경쟁에 직면해야 했다. 2000년 이후 화려했던 시절을 돌이키지는 못했지만 냅스터는 진정한 선구자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90년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소한 소비자 분야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PC가 디지털을 지배하던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수많은 비윈도우 모바일 기기들이 업무와 놀이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윈도우 8과 윈도우 폰이 반전을 꾀했지만 아직 계획 만큼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분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두둑한 지갑과 결단력이 아직은 막강하다.
델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PC 제조사하면 단연 델이었다. 델은 지난 5년 PC와 노트북 시장의 정체로 인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시대가 열렸지만 델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성공적으로 출시해내지 못했다. 이제 CEO 마이클 델은 PC 시장을 넘어 빅 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이동을 위해 프라이빗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스페이스
마이스페이슨느 2004~2007년 그야말로 지배적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였다. 그러나 2005년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포레인션에 매각된 이래 마이스페이스는 그저 루퍼트 머독의 자산 중 하나에 불과했으며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마이스페이스는 2011년 재매각됐으며 현재는 스페시픽 미디어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보유하고 있다. '뉴 마이스페이스'로 명명된 보다 음악 지향적인 이 사이트로 변모한 상태다.
노키아
노키아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였다. 정확히 1998년부터 2012년까지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줄곧 점유율을 잃어왔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2007년 말 40달러였던 주가는 현재 4달러 주변을 맴돌고 있다.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거의 모든 노키아 폰에 윈도우 폰 운영체제를 탑재시키기로 했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이트웨이
90년 대의 히어로 기업 중 하나로는 게이트웨이도 있다. 품질과 가격에서 호평을 받았던 게이트웨이의 윈도우 PC였지만 닷컴 버블의 붕괴는 게이트웨이에게도 시련을 안겼다. 이 회사는 이후 공격적 가격의 TV, 카메라, 공유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햇지만 미진한 고객 서비스로 인해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2007년 에이서에게 7억 1,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참고로 1997년 컴팩은 게이트웨이에 70억 달러를 제안한 바 있다.
라이코스
"라이코스, 물어와!"를 기억하는가? 라이코스는 아마도 구글에 밀려 쇠퇴한 검색 엔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1999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된 온라인 목적지였다. 인터넷 버블 시절 이 회사는 테라 네트웍스에 매각됐으며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다. 라이코스는 구글과의 경쟁을 피해 2005~2006년 자산들을 매각하고 스스로를 게임, 이메일, 뉴스, 웹 퍼블리싱 툴 포탈로 자리매김시키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참고로 라이코스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HP
HP도 거대 PC 제조사의 운명을 피해가지 못했다. 모바일 흐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물색하는 단계다. 1940년 대 창고에서 시작해 실리콘밸리의 빛나는 별로 등극했던 회사 역사를 감안할 때 최근의 CEO 교체와 주가 하락은 더욱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멕 휘트먼 신임 CEO는 회사의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기업 인수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넷스케이프
인터넷 초기 시절, 넷스케이프는 시장 점유율 90%에 이르는 독점적 브라우저였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90년대 말 최초의 브라우저 전쟁을 시작하면서 점유율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윈도우에 기본 내장된 것은 치명타였다. 하지만 넷스케이프는 그대로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넷스케이프는 1998년 AOL에 인수되기 전 회사의 오픈소스 코드를 비영리 모질라 재단에 넘겼다. 그리고 이 재단은 이 코드를 이용해 오늘 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만들어냈다.
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오늘날처럼 대중화되기 이전, 모바일 기기의 강자는 PDA와 팜파일럿이었다. 그러나 RIM의 블랙베리로 대표되는 올인원 스마트폰이 2000년대 초반 PDA를 퇴출시켜가기 시작했다. 이후 팜은 수년에 걸려 팜 트레오, 센트로, 프리라는 세련된 스마트폰을 선보이기 시작으며 웹OS라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팜 프리의 판매량은 부진했으며 결국 더이상의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이후 팜은 2010년 HP에 매각됐으며 팜 브랜드와 웹OS는 지속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