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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제조 기업 IT운영 담당자가 바라보는 '데브옵스'

2016.02.29 정철환  |  CIO KR
애자일 방법론을 처음 접한 시기가 2000년대 초반 무렵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당시 책을 통해 접했던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일명 XP'는 오랜 기간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은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폭포수 모델에만 익숙해 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중에 순환적 개발 방법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990년대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분야를 대표하던 SI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기에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하면 으레 '분석-설계-구현-테스트-구축'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순차적인 개발 경험뿐이었다.

XP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 기법들에 대해 흥미가 느껴졌고, 특히 '짝 프로그래밍'은 SI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15년이 지나면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SI 프로젝트 개발 및 회사 내 시스템 개발을 하면서 애자일 기법을 개발에 적용할 기회를 얻지는 못하였다. 애자일 개발 방법론은 그 후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되었고 개발분야에서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전히 기업의 IT 시스템의 개발, 운영이라는 입장에서 직접 활용할 기회를 얻지는 못하였다.

최근 (개념이 태동한 지는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데브옵스라는 또 하나의 IT 개발 및 운영과 관련된 사상을 접하게 되었다. 애자일보다 더 데브옵스는 기업의 IT 시스템 개발/운영 담당자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이다. 하지만 과연 데브옵스를 어떻게 기업의 정보시스템 운영 및 개발에 적용할 것인가? 그리고 명확한 실체가 정의되어 있지 않은 개념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적용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또한, 현재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기업만을 놓고 봤을 때 데브옵스의 적용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데브옵스의 정의를 살펴보자.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데브옵스는 “데브옵스(DevOps,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s)의 합성어),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정보기술 전문가 간의 소통, 협업 및 통합을 강조하는 개발방법론”이라고 되어 있다. 여러 관련 문서를 찾아봤을 때 데브옵스는 패키지도, 솔루션도, 기술도 아닌 문화라고 정의한다. 다만 각기 따로 놀던 개발과 운영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 및 도구, 조직 등 전체를 일컫는다. 따라서 데브옵스의 도입은 ERP의 도입이나 개발방법론의 도입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기업 상황은 어떤가?


우선 필자가 몸담은 기업이 제조업이기에 솔직히 제조업의 상황을 기반으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음에 양해를 구한다. 국내 제조업의 대부분은 IT의 개발과 운영을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그룹 계열사 등은 그룹의 IT 전문회사에 연간 단위 계약으로 위탁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룹 계열사가 아니어도 자체적으로 IT 개발 및 운영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IT의 개발과 운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또한 IT시스템의 인프라를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와 애플리케이션 운영조직 간의 관리 체계가 서로 양립적이기 보다는 협조적인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제조업의 핵심 IT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ERP는 대부분 외국의 패키지를 기반으로 되어 있다. 그 외의 시스템들도 한번 개발되면 상당기간 큰 변화가 없이 운영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는 주요 IT 인력들은 10년 이상 해당 업무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로 기업의 현업에 못지않은 비즈니스 영역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 조직문화의 특징인 두루뭉술한 역할과 책임 정의로 인해 칼로 자른 것 같은 업무 영역이 있기 보다는 다양한 회의 및 이슈에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특유의 '갑을'문화로 인해 IT 이슈가 발생하면 IT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이 전적으로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처지기에 개발과 운영의 비협조로 인한 문제의 발생 확률이 낮거나 최소한 두 주체 간의 갈등이 노골화되는 경우까지 가는 예가 많지 않다. 이런 토양에서 IT시스템을 운영한 지가 20여 년이 지난 기업들이 많다. 이런 우리나라 IT운영 상황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엇갈리겠지만 기업이 데브옵스에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 핵심 원인이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IT 환경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많이 다르다. 그로 인해 아쉬움도 많고 때론 암담하기도 하지만 기업의 IT 운영을 담당하는 관점에서 보면 IT 조직의 무한 희생으로 안정적이고 일사불란한 정보시스템 개발 및 운영 체계가 구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국내에서 데브옵스에 대한 고민을 덜 하게 될까? 물론 우리나라라고 해도 인터넷 기업이나 금융 분야는 또 다르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애자일의 경우에 그랬던 것처럼 데브옵스를 현실에서 고민할 기회를 갖긴 어려울 듯하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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