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6명 중 1명은 장애가 있다. 호주 전체 인구의 약 20%(약 440만 명)에 해당한다. 누가 봐도 거대한 시장이다. 또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장은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주류 미디어에서는 장애인이 많이 보이더라도(2021년과 2022년 선정된 ‘올해의 호주인(Australian of the Year)’은 모두 장애가 있다) 주요 브랜드에서는 장애인 커뮤니티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양성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요구되는 시대에 장애인 커뮤니티는 여전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숨겨진 장애인 커뮤니티를 공략하라
TV 드라마 ‘하트브레이크 하이(Heartbreak High)’의 배우 클로이 헤이든은 1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은 존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다고 말했다. 자폐증이 있는 아니타 아한도 미디어와 마케팅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녀 역시 자폐증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특히 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마케팅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깨닫게 됐다고 언급했다.
아한은 “호주 인구의 약 20%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만약 마케터가 이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 없다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 역시 수입이 있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한다”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예를 들면 자폐증이 있는 사람이 차분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소음, 조명, 산만한 요소 등을 줄인 저자극 매장은 환영할 만한 이니셔티브다”라고 전했다.
주류 표현
브랜드가 장애인을 대표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환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K마트(Kmart)의 마케팅 총책임자 레니 프리어는 [이 회사가] 수년 동안 장애인 커뮤니티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마케팅에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호주 장애인(PWDA) 커뮤니티 산하 기관 및 직원과 협력하는 것이 포함됐다.
현재 K마트는 채용, 매장 내 접근성 이니셔티브, 제품 등을 포함한 핵심 영역에 걸쳐 여러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고 있다. 프리어에 따르면 포용성은 고객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한 핵심이다. 그는 “모든 K마트 고객이 [자사] 광고와 매장에서 보여지고 표현된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 따라서 모든 접점에서 이러한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나아갈 길 찾기
소셜 미디어 또는 유튜브 동영상에 자막을 넣고, 소셜 이미지에 사진 ID가 보이도록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장애인 커뮤니티의 마케팅 참여를 향상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장애인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는 열쇠는 단순하게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유리스코(Eurisko)의 마이크 불렌은 “장애가 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라면서, “[사람들은] 장애인과 간단한 언어로 명확하게 대화하려 하지만 가끔은 너무 과해서 다섯 살짜리 아이처럼 말을 걸곤 한다. 중요한 건 기본 상식이다. 장애인을 존중하고, 다른 고객과 같이 예의 바르게 대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단계는 가정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을 정말 단순하게 유지하고 가능한 한 포괄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라. 장애인은 결정을 내리거나 [제시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1분 이상 걸릴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도 너그럽게 행동해야 한다. 아직은 더 잘하기 위해 배우는 과정이며, 더 참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장애인 커뮤니티를 위한 혁신
장애가 있는 사용자는 모든 브랜드에게 맞춤형 제품과 관련된 강력한 기회도 제공한다. 예를 들면 K마트는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감각을 자극하지 않는(sensory-friendly) 장난감 그리고 자립에 필요한 저렴한 가격의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한 패션 브랜드는 장애인을 위한 의류를 만들어 호주 장애인과의 인게이지먼트를 높게 끌어올렸다. ‘잼 더 라벨(JAM the Label)’은 작업 치료사 엠마 클래그와 몰리 로저스의 아이디어로, 뇌성마비가 있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존 의류가 가진 어려움을 포착하고 내놓게 됐다. 로저스는 “옷을 입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불필요하게 어려웠다. 레깅스나 운동복 바지는 그나마 입기 편했지만 그렇다고 매일 입을 순 없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갖길 원했다. 그래서 잼 더 라벨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로저스와 클래그는 옷 입는 행위를 분석하여 무엇을 추가하거나 개선해야 하는지 찾고 옷을 더 기능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일반 단추가 아닌 자석 단추 등을 갖춘 다양한 의류가 만들어졌다. 휠체어를 탄 사람을 위해 고안된 재킷도 있다. 로저스는 “이를테면 소매를 따라 지퍼가 열리기 때문에 판초처럼 머리 위로 입고 손목에서 지퍼를 잠글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손목에서 지퍼를 잠그는 것이 허리에서 잠그는 것보다 훨씬 쉽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출시된 이후 잼 더 라벨은 주로 입소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애프터페이 호주 패션위크와 멜버른 패션위크에 참여해 존재감을 높였다. 그는 패션위크를 통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배 늘었다고 언급했다.
로저스는 “[패션위크는] 터닝포인트였다. 장애인용 의류가 기능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런웨이에 오를 수 있고, 섹시할 수 있으며, 주류 패션과 같은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패션 업계에서 고려되고, 마케팅뿐만 아니라 디자인 과정에서 자신을 생각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잼 더 라벨은 인플루언서와 소통하면서 입지를 더 강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호주 배우) 클로이 헤이든을 런웨이에 세운 것 외에도, 이 회사는 딜런 올컷(2022년 올해의 호주인으로 선정된 호주의 휠체어 테니스 영웅)의 팟캐스트(ListenABLE)를 위한 제품도 만들었다. 로저스는 “장애인 세계의 영향력 있는 사람과 협력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장애인 인플루언서가 함께하려고 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이 활동이 모두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잼 더 라벨은 멜버른에 있는 쇼핑몰(The Glenn)에서 첫 번째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그는 “장애인은 매장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장애인에게] 실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라면서, “장애인의 1/3 이상이 쇼핑 경험 때문에 쇼핑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매장에 들어가더라도, 대다수의 매장 직원은 장애인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잼 더 라벨은 매장을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로저스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의복의 기능만 하는 기본적인 옷 외에 ‘패션’을 즐길 자격이 있다.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한편 접근 가능한 패션 옵션을 제공하는 방법을 모범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브랜드가 장애 커뮤니티와 협력하기를 원한다. 현재 장애인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 커뮤니티와의] 성공적인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중요한 단계는 복잡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로저스는 “일단 [장애가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에 진정성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훨씬 더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