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일본 지하철에 드론이 날아다니는 이유는...” 드론 DX 이끄는 리베라웨어 민홍규 대표
2023.10.11
이지현 | CIO KR
매일 다니던 도로가 무너지고 지하철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시민이 사용하는 교통 시설, 도로, 항만, 상수도 등 사회기반 시설을 개선된 규정에 맞게 점검하고 관리하며 안전사고를 방지한다. 시설 점검이 필요한 민간 영역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사고 대응 영역 앞선 곳은 단연 일본이다. 잦은 지진으로 시설물이 파손되는 일이 빈번하니 관리 방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람에게 의존하던 인프라 관리 방식을 넘어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기술 중에서도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젊은 인력의 감소, 기존 인력의 고령화, 육체노동 중심의 3D 업무 기피 현상으로 생기는 인력 공백을 드론으로 채워보겠다는 것이다. 일명 드론 DX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인이 설립한 기업 ‘리베라웨어’가 일본 시장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해서 CIO 코리아가 만나보았다.
“50년 넘은 인프라 많은 일본···안전 분야 속 혁신 증가해”
리베라웨어는 유지 보수 전용 드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10대 시절부터 일본에서 거주한 민홍규 리베라웨어 대표는 일본 국립대인 치바대학교 연구원으로 일하며 드론 기술 연구에 발을 들였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일본 정부는 자연재해 및 재난 사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드론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고 있었는데, 치바대가 바로 관련 연구에 성과를 내는 곳이었다.
민홍규 대표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드론 연구 지원은 중국이 주도하는 드론 시장에서 일본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실제로 일본의 드론 시장 규모는 2021년도 기준 약 2,308억 엔(약 2조 원)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다. 현재 소니, 라쿠텐, 야마하 같은 대기업도 드론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ACSL 같은 상장한 드론 기업도 있다.
여러 드론 기업이 경쟁하는 가운데 리베라웨어는 인프라 점검에 최적화된 기능을 내세우며 차별화 요소를 만들었다. 물론 기존에도 유지 보수에 쓰이는 드론이 있었다. 다만 기존 제품은 주로 ‘야외’ 환경을 고려해 제작됐으며 GPS에 의존하기에 실내에서 쓰기 어려웠다.
리베라웨어가 만든 실내 유지 보수용 드론 ‘아이비스’는 그 크기가 가로세로 길이가 20cm 미만이고,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가 185g이다. LED 조명과 카메라도 설치돼 있어 카메라로 찍힌 영상은 컴퓨터로 송출된다. 드론 조종사는 해당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경로를 탐색한다.
민홍규 대표에 따르면 아이비스는 기체가 작고 가벼워서 기체가 뜨기 위한 양력을 줄여 분진이 적고, 결과적으로 좁고 어둡고 먼지가 많은 굴뚝, 실내 천장, 지하 통로 등에 드론을 보내고 주변을 선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실내 환경에서 작은 드론을 운행하면 자칫 벽이나 장해물에 가까워질 때 드론이 추락할 수 있다. 아이비스는 프로펠러가 흡입하는 기류의 흐름을 자체 분석하며 옆에서 빨아들이는 바람 그리고 아래로 내보내는 바람을 제어한다. 이런 구조 덕에 작은 드론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베라웨어는 드론으로 얻은 촬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3D로 형태로 재구현하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리베라웨어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곳은 JR동일본이다. JR동일본은 한국으로 치면 서울도시철도공사 또는 한국철도공사 같은 기업으로 수도권의 철도를 관리 및 운영하는 일본 최대 철도회사다. JR동일본은 리베라웨어와 ‘카르타(CalTa)’라는 합병 회사를 설립하고 일본 철도 시설물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리베라웨어는 드론으로 얻은 촬영 사진을 영상 및 3D로 재현해 주고 데이터의 저장 및 보안을 관리하는 전체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덕분에 JR동일본은 기존 유지 보수의 편의성을 높이고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던 좁은 천장까지도 드론으로 점검하며 안전 점검 수준을 높이고 있다.
민홍규 대표에 따르면 일본의 터널, 도로, 지하철 등 사회 인프라 상당수는 건설된 지 50년이 지난 실정으로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건설 후 30년이 지난 인프라가 꽤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은 물론 대형 시설 장비를 가진 민간 기업에서 노후화된 시설물을 더욱 많이 관리할 것이고 결국 유지 보수 방식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민홍규 대표의 설명이다.
“대형 시설물을 사람 눈으로 직접 점검하는 것에는 이제 한계가 있다. 그런 아날로그 방식은 향후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드론 같은 새로운 기술로 유지 보수의 속도를 높여서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인프라 발전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비슷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2020 시설물 통계 연보 ⓒ 한국시설안전공단
상업용 드론 관심↑··· 중국산 드론 제재로 바뀌는 업계 지형
현재 리베라웨어의 고객사는 300여 개다. JR 동일본 외에도 철강 기업 같이 작업 위험도 및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변화를 더디게 받아들인다는 일본에서 이렇게 ‘드론’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홍규 대표는 인력 감소 현상을 꼽았다.
“철강회사는 과거 유지 보수 및 시설 점검 과정에서 줄을 타고 높은 곳에 가거나 신체적으로 고된 일을 해야 했다. 하수구 점검 같은 것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보수는 일당으로 받으며 어둡고 위험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하는 업무는 많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젊은 인력 자체가 줄고 이전에 일할 사람은 고령화되니 관련 직무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 이런 영역에서 드론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장 작업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실내 드론으로 제대로 촬영하려면 결국 그 현장과 구조물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드론으로 기존 직원의 역량과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리베라웨어는 최근 AI 기술을 도입해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AI로 촬영 이미지를 분석해 특정 구조물에 녹이 슬거나 균열이 없는지 더 정밀하게 분석하는 식이다. 한국 AI 솔루션 기업과 MOU를 맺기도 했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 및 대여를 비롯해 드론 촬영 분석 소프트웨어로 판매로 리베라웨어의 올해 말 예상 매출액은 한화 40억 원이다. 2016년 설립된 리베라웨어는 현재까지 받은 누적 25억 1,000만 엔(약 227억 원)을 투자받았다.
유지 보수 시장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장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규모의 경제라는 힘을 가진 중국 제조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어 고객 확보에 쉽지 않다. 중국 기업과 경쟁하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드론 사업을 접는 기업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리베라웨어의 경우 유지 보수에 특화된 드론을 정교하게 만들고 맞춤 기능을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국가 차원에서 드론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령 군사 및 정보기관에서 드론이 빈번히 쓰이자 미국 당국은 DJI로 대표되는 중국산 드론을 법적으로 막고 있다. 일본 정부도 2020년 사이버안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중국산 드론은 정부 조달 대상에서 제외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2015년 아베 총리가 재임 당시 총리 관저에 소량이긴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담은 드론이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이후 개인의 드론 운행 제재 수준이 높아졌다.
“일본 드론 시장에서는 이제 개인보다 기업 차원에서도 도입하는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 개인 취미 외에는 군사 분야 드론에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 하지만 한국도 철강, 플랜트, 공공 등에서 드론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리베라웨어도 한국 내 대기업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을 넘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가시화하여 누구나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베라웨어는 계속 힘쓸 것이다.”
jihyun_lee@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