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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애플워치는 IT 기기일까?

2015.04.01 정철환  |  CIO KR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애플의 애플워치가 정식으로 출시될 것이다.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이미 작년에 공식 발표되어 외관에 대한 정보는 널리 알려졌고 올해에는 애플워치 실물이 공개되어 직접 사용자들이 작동해 보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애플워치 에디션의 가격이 1,000만 원이 넘을 거라는 소식과 함께 시계 케이스가 금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일부는 그 가격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소식을 접하고 ‘역시 애플은 한 수 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젠 애플워치의 판매 전략에 대해서도 다른 스마트워치가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백화점·무장 경찰·고정밀 저울... 애플워치, '귀금속'처럼 팔린다’, CIO 2015년 3월 25일 기사) 애플이 애플워치를 다루는 전략이 그 동안의 애플이 보여준 놀라운 성장의 근본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시장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애플은 1980년대 초에 개인용컴퓨터 시장을 창조한 기업이다. 물론 애플 이전에 개인용 컴퓨터를 먼저 개발한 기업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은 신제품을 만들기는 했으나 시장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저 일부 기술 매니아들이 구입하는 수준에 머물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 컴퓨터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드디어 생겨나게 되었다. 그 뒤에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의 하드웨어 오픈 전략이라는 뛰어난 전략과 함께 등장한 IBM-PC에 주도권을 내주게 되었지만 당시 애플이 자사의 하드웨어를 오픈 하지 않은 전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전통이니 당시의 전략이 실패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 뒤에 애플은 한참 동안을 침묵하다가 스티브 잡스의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 시초가 된 것이 아이팟이다. 하지만 아이팟 이전에 이미 무수히 많은 기업에서 이미 MP3 플레이어는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팟은 아이튠즈와 함께 온라인 음악 유통이라는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였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후 아이팟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과 동시에 애플의 본격적인 성장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미 컴팩(Compaq) 시절 등장한 PDA가 마이크로소프트의 WIN-CE 기반으로 출시 된 후 여기에 전화기능이 추가된 PDA 폰이 있는 상황에서 2007년에 아이폰을 출시한다. 아이폰 역시 이미 있는 스마트폰 개념의 제품이 출시 된 후에 세상에 나왔으나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함께 가지고 나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애플은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이 된 것이다. 스마트폰 역시 아이폰 이전에 다른 기업의 제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전체 휴대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만들 거라는 소문이 돌자 몇 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안드로이드 기기 진영에서는 앞다투어 스마트워치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다수에서 이미 스마트워치가 제품으로 시장에 나온 지는 꽤 시간이 흐른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워치 시장이 열렸다고 할 수 있는가? 주변에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는가? 필자는 아직 스마트워치 시장이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애플이 애플워치를 올해 정식으로 출시한다고 하자 매년 3월에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에서 스마트워치에 대한 이슈가 화제가 되고 유명한 럭셔리 스위스 시계 메이커가 인텔, 구글과 함께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일부 럭셔리 시계 회사에서는 박람회에 벌써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등장시키기도 하였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정식으로 시장에 출시했을 당시에는 이런 반응은 없었다. 무슨 차이일까? 그리고 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스위스 시계 메이커들이 스마트워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애플이 애플워치를 IT기기가 아닌 럭셔리 손목 시계’로 제품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계식 시계를 좋아한다. 물론 스마트폰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세상에 손목시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시간을 알고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세계 표준시에서 1초도 틀리지 않는 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기계식 시계 애호가 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를 넘어 액세서리이자 개성의 표현이고 취미생활이기까지 하다.

전자시계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스위스 기계식 시계 제작기업들은 엄청난 위기에 빠졌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망해서 인수 합병되었다. 이런 인수합병을 통해 오늘날 세계 최대의 기계식 시계 제조기업은 스위스의 스와치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계식 시계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때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출시하면서 럭셔리 제품라인을 포함시킨 것은 그러한 최근의 흐름을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럭셔리 라인의 등장은 그 하단에 위치한 다른 라인의 제품 브랜드 가치를 덩달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디오 회사에서 레퍼런스 급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와 같다. 수 천 만원을 훌쩍 넘는 레퍼런스급 제품은 결코 많이 팔릴 수 없다. 하지만 그 레퍼런스급 제품이 있음으로 해서 하위 모델 라인업이 인기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가 F1에 돈을 투자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애플은 아마도 애플워치를 통해 오래 전 전자시계의 등장이 전세계 시계 시장에 미친 영향력을 다시금 보여 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현재까지 애플워치 제품이 정시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전략은 먹혀 들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필자가 애플워치를 IT기기가 아닌 손목시계라고 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필자도 정식 출시하면 하나 구입하고 싶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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