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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 속 엇갈리는 IT 투자, 초점은 ‘Back in Business’··· 2023 국내 IT 전망조사

2022.12.30 문준현  |  CIO KR
ⓒGetty Images Bank

경기침체의 윤곽이 짙다. 그 와중 기술 업계는 여전히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가트너는 2023년에도 IT 투자가 5.1%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21년 가트너가 2022년 IT 예산이 전년 대비 5.5% 상승하리라 예측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 경기침체가 우려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9월 실시한 수석 경제학자 전망 조사(September 2022 Chief Economist Outlook)에서 경제전문가 73%가 2023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소 높음’ 혹은 ‘매우 높음’을 꼽았다.
 
ⓒCIO KOREA

그렇다면 경기침체를 맞닥뜨린 한국 기업의 반응은 어떨까?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어떻게 예측할까? 테크 서베이 플랫폼을 통해 2023년 전망 및 최신 이슈에 관한 견해를 물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2주간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909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유효 응답은 865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아울러 메타버스 및 로우코드/노코드 열풍, 하이브리드 근무로의 변화 등 최근 부상한 새로운 이슈까지 짚어봤다.
 

매우 짙은 경기침체의 윤곽

일단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경기침체의 가능성에 대해 먼저 물었다.
 
ⓒCIO KOREA

2023년 세계적 경기침체 가능에 대해 무려 93%가 높음(높음, 약간 높음) 혹은 보통이라고 답했다.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이 66.7%에 달해 어두운 경기 전망을 그대로 반영했다. 직종, 업종, 회사 규모 상관없이 모두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교차분석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직급이 높을수록, 그리고 직종과 업종이 IT 계열일수록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IT 직종은 비IT 직종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전망할 경향이 3.14% 더 컸다(67.11% 대 63.96%). IT 업종 또한 비IT 업종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칠 경향이 3.63% 더 크게 나왔다(68.42% 대 64.79%).

이에 더해 규모 1,000명 이상의 기업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다고 선택한 비율은 72.31%로 평균 66.71%보다 5.6%p 더 높았으며, 이사급 이상의 직위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다고 답한 비율은 71.37%로 평균 66.71%보다 4.67%p 더 높았다. 이는 과장급 이하(60.13%)보다 11.24%p나 더 높은 수치다. 

대기업의 고위직인만큼 업계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거나, 교류가 활발한 고위급 관리자들 사이에서 비관적인 경기 전망이 자주 논의됐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확연히 움츠러든 IT 예산 투자 계획

이렇듯 대다수 기업이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IT 예산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게 될까? 가트너의 예측대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IT 예산은 크게 줄지 않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내 기업은 IT 투자나 경기 전망에 대해 확연히 작년보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예년과 다른 추세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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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IT 예산을 줄일 예정(‘감소’)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15.8%로 작년 6.58%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예산을 늘릴 예정(3% 이상 총합)이라고 답한 기업도 31.2%로 작년 47.8%에서 확연히 감소했다.

지난 몇 년 간의 추세를 살펴보면, IT 예산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팬데믹의 여파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 올랐다. 2020-2019, 2021- 2020 사이 예산을 축소할 예정인 기업은 각각 4.5%p, 5.5%p 늘어났다. 그러다 2022년 팬데믹 규제가 풀리고 경제가 복귀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작년 전망조사 에서는 이 비율이 7.03%p 내려갔다. 하지만 2023년 전망조사에서 예산을 축소할 기업의 비율이 9.26%p 올라 작년의 상승세를 상쇄했다.

또한 업종별 교차 분석 결과 비IT 업종이 IT 업종에 비해 예산 축소를 선택할 경향이 더 컸다(17.85% 대 14.04%).
 
ⓒCIO KOREA

하지만 기업 규모별 교차 분석을 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500명 이하의 기업이 500명 이상의 기업에 비해 예산 상승을 선택한 경향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평균 31.21%에 비해 500명 미만 규모의 기업이 모두 예산 상승을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31.86%,35,96%,35.43%). 이는 500명 이상 기업의 저조한 수치 (26.87%,29.23%,27.03%)와 더 뚜렷하게 대비된다.

물론 기업 규모에 따라 절대적 투자액수가 크게 차이나므로 큰 규모의 기업이 IT 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압도적 다수가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예상 밖의 결과다. 500명 미만의 기업이 2023년 전망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증거도 없었다.
 

큰 기업, 데이터 투자 멈추지 않는다 

ⓒCIO KOREA (복수 응답)

그렇다면 500명 미만 기업은 어디에 더 투자할 예정이며, 500명 이상의 기업은 유지되거나 줄어든 예산으로 어디에 투자하려 할까? 일단 2023년 예산 혹은 인력을 올해보다 크게 할당할 투자 분야에 대해 물어본 결과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역시나 압도적인 투자 분야는 클라우드였다.

기본적으로 클라우드(46.2%), 인공지능/머신 러닝(34.7%), 빅데이터/애널리틱스(31.0%), 사이버보안(21.39%), 그리고 가상현실/증강현실/메타버스(10.64%)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주요 기술의 절대적 비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가상현실/증강현실/메타버스는 관심도가 작년에 크게 올랐음에도 올해는 반토막났다. 인력이나 예산을 크게 할당할 투자 분야로 ‘없음(전 영역 유지 혹은 축소)’를 선택한 비율도 13.9%였다.
 
ⓒCIO KOREA

이렇듯 IT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의 절대적인 규모가 모든 기술 분야에 걸쳐 줄어들며 비관적인 형세를 보였다. 이에 더해 기업 규모가 투자 분야에 끼치는 영향을 교차분석 한 결과, 앞서 기업 규모별로 2023 IT 예산이 차이나는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1,000명~4,999명과 5,000명 이상의 기업은 투자 분야로 빅데이터/애널리틱스(평균대비 각각 9.79%, 4.09% 더 높음)와 인공지능 및 머신 러닝(평균대비 각각 7.63%, 8.60% 더 높음)을 꼽는 경향이 더 크게 드러났다.

1,000명 이상의 기업에서 투자 경향이 이토록 뚜렷하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IT 예산을 유지하거나 늘릴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 중 투자 분야로 빅데이터/애널리틱스를 포함한 기업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숙도가 보통이거나 높은 편에 속한다고 답한 기업이 68.1% 였다.

교차분석 결과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숙도를 높음 혹은 약간 높음으로 꼽은 기업은 빅데이터/애널리틱스를 주요 투자 분야로 선택하는 경향이 더 높게 드러났다(평균 30.98% 대비 36.36%).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어느 정도 진행돼 데이터 관리에 발을 들여놓은 기업이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하거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더 많이 뽑아내기 위해 고도화된 빅데이터/애널리틱스 솔루션에 눈길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앞으로 모멘텀을 받을 기술을 물어보는 질문에서 IT 업종이 차세대 데이터 아키텍처를 꼽는 경향을 나타냈다(IT 9.42% 대비 Non-IT 5.41%). 따라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숙도가 높은 1,000명 이상의 IT 관련 기업은 데이터 레이크 하우스, 데이터 클라우드, 데이터 패브릭 및 데이터 메시 같은 새로운 데이터 아키텍처에 투자할 예정이라 볼 수 있다.
 

중소기업, 클라우드 투자가 살 길

대기업은 전반적으로 IT 예산을 줄이거나 유지하면서 빅데이터/애널리틱스에 투자할 성향을 띈 반면, 앞서 언급한대로 500명 미만의 기업은 오히려 IT 예산을 늘릴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컸다. 이는 2021년 IT 전망 조사와 비교했을 때도 대조되는 결과다. 2021년 전망조사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큰 기업에 비해 예산 축소에서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축소할 거라는 응답 중에서 1,000명 이상 규모 기업은 16.67%에 불과한데 비해, 99인 이하 규모 기업은 50%였다.

그렇다면 2023년 500명 미만 기업은 어디에 더 투자를 할 예정일지 살펴보자. 2023년 IT 예산을 늘릴 예정이라고 답한 500명 미만 기업(166개) 중 62%가 IT 업종에 속했으며, 주요 투자 분야는 클라우드였다. 50-99명, 100-499명 규모의 기업이 클라우드를 주요 투자 분야로 꼽을 경향이 평균보다 2.07%, 2% 더 높았다. 500~999명 규모의 기업도 6.91%의 큰 차이로 클라우드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앞선 질문에서 투자 예산을 늘리겠다고 답한 경향은 오히려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31.31% 대 27.03%).

따라서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규모가 작은 IT 업종은 오히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분야에 더 투자하려는 듯하다. 큰 규모의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던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강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IT 투자 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이 작년보다 5.21%p 상승하며 꽤나 큰 차 이를 보였다. 특히 기업 규모별 기술 투자 경향을 보면 50~99명, 1~49명 규모의 기 업이 각각 평균보다 6.73%p, 3.05%p 더 높은 비율로 사물인터넷을 주요 투자 분야로 꼽았다. 상세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제조 IoT), 통신/방송(AI 스피커, 홈 IoT), SW/플랫폼/솔루션/컨설팅 및 SI 업체(IoT 관리) 등의 분야에서 2023년부터 사물 인터넷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다.
 

더 육중해진 ‘DT’의 무게

기업 내 디지털 변혁(이하 DT)에 대한 질문은 매년 묻는 문항이다. 기업내 DT가 매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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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DT 진행 상황과 비교해보면, 2023년에는 DT 성숙도를 약간 낮음과 낮음으로 선택한 비율이 눈에 띄게 (각각 4.18%, 4.05%p)으로 늘었다.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1.6% 줄어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대로 DT 성숙도가 높거나 약간 높다고 답한 비율은 4.50%, 18.40%로 2021년 전망조사에 비해 각각 1.99%p, 5.9%p 하락했다. 2년 전과 비해 대다수 기업이 DT 성숙도가 떨어진다고 답한 것이다.

기업 규모별로 봐도 DT 성숙도가 높다고(약간 높음, 높음) 선택한 비율과 낮다고 (약간 낮음, 낮음) 선택한 비율이 늘었다. 1,000명 이상의 기업 중 DT 성숙도가 높 다고 선택한 비율은 32.95%로 2년 전 44.76%보다 11.58p% 하락했다. 500명 이하의 기업 중에서도 DT 성숙도를 약간 높은 혹은 높음으로 선택한 비율은 32.56% 로 2년 전 39.05%보다 6.49%p 하락했다.

업종별로 살펴봤을 때 역시나 IT 업종이 비IT 업종보다 DT 성숙도가 더 높았다. 2023년 설문에서 DT 성숙도를 보통 이상으로 꼽은 비율로 봤을 때 IT 업종 은 73.25%, 비IT 업종은 58.02%로 15.23%p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2021 조사 의 수치에 비하면 6.15%p 상승한 것으로 업종 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보통’을 빼고 약간 높거나 높다고 대답한 비율은 IT 업종이 27.41%, 비IT업종이 17.17%로 이 격차 또한 6.45%p 증가했다.

이를 봤을 때 전반적인 DT 성숙도가 하락한 이유는 DT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IT와 비IT 업종 모두에서 ‘보통’의 성숙도는 큰 차이가 없었지 만 ‘높음’ 혹은 ‘낮음’의 비율은 크게 상승했다. 원래 IT와 비IT 업종의 DT 성 숙도 격차는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2023년 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IT 업종도 DT 성 숙도를 낮다고 평가하는 쪽으로 치우쳤으며, 비IT 업종은 더더욱 낮게 평가한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 전반적으로 기업 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직급일수록 DT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경향이 예년에 이어 2023년 조사에도 이어졌다. 교차분석 결과 이사급 이상은 DT 성숙도를 높다고 평가하는 비율이 주목할 만한 수준으로 낮았으며(평균 22.89% 대비 18.55%), 반대로 과장급 이하는 DT 성숙도가 높다고 평가한 경향을 띠었다(평균 33.99% 대비 39.87%). 이를 이사급 이상이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한다는 위의 결과와 종합해보면,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경기침체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그만큼 DT 성숙도에 엄격한 기준을 세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차세대 기술은 '잠시 서랍 속에' 

IT 업계 종사자라면 어떤 버즈워드(buzzword)가 진짜 차세대 기술이 될지, 아니면 단어 그대로 시끄럽게 회자되다 잊혀지고 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속이 없는 버즈워드를 간파하고, 차세대 기술을 정확히 예측한다면 손쉽게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에 떠돈 기술 토픽 중 가장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항목과 반대로 2023년에 가장 가장 큰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을 꼽도록 했다. 참고로 이 설문 항목들은 실제 투자 분야가 아닌 기술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므로 메타버스 대신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메타버스, 가상/증강/혼합 현실, 디지털 트윈 등) 같이 더 큰 맥락을 표현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과장된 토픽에 관해서는 그 이유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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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메타버스, 가상현실 등),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로우코드/노코드 플랫폼)가 각각 24.3%, 20.0%, 14.2%의 비율을 차지하며 가장 과장된 토픽으로 선정됐다. 전 토픽에 걸쳐 ‘몇 년 안에 상용화되 기에는 기술 완성도가 매우 뒤떨어짐’이 과장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혔다. 토픽 별로 살펴보면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불명확함(33%)’이,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는 ‘이전 패러다임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13%)’이 기술 완성도 다음 가장 큰 이유로 지목 받았다.

특정 토픽이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직급을 교차분석한 결과 주목할 만한 상관관계가 한 가지 드러났다. 이사급 이상은 ‘기술 완성도가 매우 뒤떨어짐’(평균 15.38% 대비 17.34%)을 이유로 지목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과장급 이하, 즉 실무진과 더 가까운 직급은 ‘전문 인력이 부족함(평균 6.47% 대비 9.15%)’을 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이 질문은 과장된 기술이 왜 과장됐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후속 질문이므로 다른 요소와 교차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설문조사에서 소개한 과장 기술은 다음 질문이 제시한 한계점(기술 완성도, 이전 패러다임과 다르지 않음, 비즈 니스 모델 불명확, 전문 인력 부족 등)을 부분적으로나마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직위에 따른 상관관계는 차세대 기술의 한계점을 지적할 때 직위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줄 수 있다.

이 결과를 해석해보자면, 이사급 이상은 차세대 기술의 도입 여부와 비즈니스 가치 창출 여부를 주로 고민하므로 신기술을 바라볼 때 기술의 완성도를 따질 가능성이 비교적 더 크다.

반면 실무진은 특정 차세대 기술을 회사가 도입할 시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에 더 신경 쓸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실현할 인력이 있는지가 비교적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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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모멘텀을 받을 기술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고도화’(24.2%), ‘지능형 사물 (17.1%)’,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12.0%)’, 그리고 ‘하이퍼오토메이션(9.9%)’ 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위에 언급한대로 ‘차세대 데이터 아키텍처(8.9%)’ 같은 항목은 대기업(1,000명 이상)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고, 반대로 중소기업(500명 미만) 은 ‘지능형 사물’(평균 17.11% 대 22.47%)을 선택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모멘텀 기술로 하이퍼오토메이션을 꼽은 기업은 관련 기술인 빅데이터/애널리틱스를 투자 분야로 꼽는 성향(평균 30.98% 대 40.70%)을 크게 보였다.
 

메타버스, 왜 거품이 빠졌을까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버즈워드는 단연 메타버스다. 코로나 시대 급부상한 ‘메타 버스’는 2022년 전망보고서가 조사한 기술 투자 문항에서 5위(20.55%)를 차지했 다. 이는 2020년(3.61%)보다 무려 16.94%p 상승한 수치였다.

그러나 메타버스라는 하나의 기술적 구현 방식을 포괄하는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 토픽은 2023년 조사에서 24.3%으로 과장된 토픽 중 1위를 차지했다. 항목의 개수가 12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비중이다. 앞서 2023 IT 투자 분야를 물어본 항목에서도 가상현실/증강현실/메타버스는 10.6%로 8위를 차지하며 작년에 비해 10%p 하락했다.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후속 질문에서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을 꼽은 응답자의 45.2%가 ‘비즈니스 모델 불명확’과 ‘관련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음’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몇 년 안에 상용화되기에는 기술 완성도가 매우 뒤떨어짐’을 선택한 응답자도 23.3%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1년 사이에 관심도가 떨어진 이유를 추정하자면, 곧 메타버스 생태계의 윤곽이 드러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이 출현하리라는 기대에 현실이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 항목은 모든 직종, 직위, 업종, 회사규모에 걸쳐 가장 과장된 토픽으로 꼽혔다. 다만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은 2023년 모멘텀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기술 토픽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또한 교차분석 결과 과장된 토픽과 모멘텀을 확보할 토픽 모두에서 IT 직종이 비IT 직종에 비해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을 꼽는 경향이 높았다. 즉 IT 직종 안에서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을 과장된 토픽으로 보는 집단과 모멘텀을 받을 토픽으로 보는 집단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작년에 비해 디지털 공간 및 시뮬레이션이라는 기술 트렌드에 대한 막연한 거품이 빠졌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2022년 새로운 버즈워드: LCNC

메타버스 외에도 올해를 장식한 버즈워드는 로우코드, 노코드(Low-Code, No- Code; LCNC)다. LCNC는 2022년 대퇴직과 IT 인력 공백 속에서 ‘해결사’로 등장 하며 특히 주목받았다. 미국의 로우코드 플랫폼 업체 멘딕스(Mendix)가 2021년 발간한 ‘로우코드의 현황(The State of Low Code 2021)’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6개국에 있는 2,000명가량의 IT 전문가 중 77% 가 로우코드 플랫폼을 어떤 식으로든 사용해봤다(“used in some way in 77% of organizations”).

하지만 조사 결과는 달랐다. 참고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LCNC 솔루션을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라는 개념으로 치환했다. 위에 결과대로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는 과장된 토픽 항목에서 양자컴퓨팅(20%) 다음으로 3위(14.2%)를 차지했다.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33.3%), 관련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았다(17.8%), 원래 있었던 기술/패러다임/접근방식과 본질적으로 다 르지 않다(13.8%) 순이였다. 이는 국내 기업의 실제 LCNC 플랫폼의 도입률을 반영하진 않지만, 전반적인 태도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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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직종과의 교차분석 결과 IT 직종이 비IT 직종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를 과장된 토픽으로 꼽은 경향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 IT 직종이 비IT 직종보다 LCNC 솔루션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는 결과다. 자료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IT 직종의 응답자가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를 과장된 토픽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원래 있었던 기술/패러다임/접근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라는 항목을 더 많이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IT 업종 종사자가 LCNC 플랫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추정해볼 수 있다. IT 업종 종사자라면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점을 알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LCNC 도구를 새로운 차세대 패러다임이라기 보다 같은 패러다임의 연장선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이 외에도 응답자 중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를 과장된 토픽으로 꼽은 한 IT 업체 의 이사는 “LCNC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확히 정의된 코딩 문제를 입력해야 한다. 따라서 어차피 코딩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전문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라는 추가 답변을 달며 LCNC 플랫폼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지로 남은 미래의 일터 

지금까지 기술과 기술 투자의 미래를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일터가 얼마나 일상화됐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팬데믹 기간 대부분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재택, 원격,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채용난과 미국의 대퇴직 사태 같은 일이 겹치며 다양한 근무형태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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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이번 조사에서 2022년 기존 사무실 근무로 똑같이 돌아간 기업의 비율은 72%로 나타났다. 혼합 혹은 원격 근무를 정규화한 기업은 24.1%였다. 도입할 예정인 기업은 3.8%로, 원격/온합 근무를 정규화하거나 정규화할 예정인 기업은 총 27.98%였다.

원격/혼합 근무 도입 현황은 기업 규모에서 답변이 뚜렷하게 갈렸다. 기업 규모가 5,000명을 넘는 기업 중에는 혼합/원격 근무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경우가 높았지만, 나머지 기업 규모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5,000명 이상 의 기업 중 거의 절반(49.2%)이 하이브리드/원격 근무를 정규화했거나 정규화할 예정이라고 답해 압도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 1,000명~5,000명 기업부터 수치가 뚝 떨어져 30.8%에 불과했다. 나머지 500명~999명(24.3%), 100명-499명(21.2%), 50-99명(21.3%), 1-49명(23.4%)는 일관되게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혼합 혹은 원격 근무를 정규화했거나 곧 정규화 할 예정인 기업은 가장 큰 동인으로 ‘직원 만족도/직원 유지’, ‘인재 영입을 위해’를 꼽았으며, 이는 기업 규모와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업종 및 직종 간 차이는 있었다. IT 업종이 직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동인을 꼽을 경향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생산성이 높아져서’, ‘직원/유지 만족을 위해’, ‘인재 영입을 위해’ 항목을 꼽은 IT 업종의 비율은 76.97%로 비IT업 종의 70%보다 더 높았다.

또한 직종과의 교차분석 결과 비IT직종이 IT직종에 비해 안전/긴급 상황 대응을 동인으로 꼽는 경향이 매우 높았다(44.01% 대 30.70%). 비IT 업종은 대다수가 코로나 규제상 어쩔 수 없이 혼합 원격 근무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교적 인재난이 더 심한 IT 업종은 코로나 규제가 끝났더라도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혼합/원격 근무를 정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직위 별로 따졌을 때 과장급 이하는 원격/혼합 근무의 가장 큰 동력으로 ‘남들이 하니까’, ‘위에서 시켜서’를 꼽는 경향을 드러냈고(평균 12.02% 대비 16.99%), 차부장급과 이사급이상은 ‘직원 만족도/직원 유지를 위해(평균 29.48% 대비 각각 31.22%, 32.66%)’를 가장 큰 동력으로 택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원격/혼합 근무의 만족도에 대한 인식이 직급별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작년 2022년 전망 조사에서 직원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응답자들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2위(21.44%)로 꼽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코로나가 끝나자 대부분 기업이 사무실 근무로 회귀한 점을 고려하면,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직도 기업의 우선순위인지 알기 어렵다. 그 형태가 어떻든 새로운 업무 방식이 보편적인 미래가 될지, 지나가는 유행에 지나지 않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Back in Business’

테크서베이 2023 IT 전망조사의 결과를 한 마디로 종합해보면 ‘Back in Business’ 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사무실 근무로 복귀했으며, 모든 업종, 직종, 직위에 걸쳐 내년 경기침체를 예상한다. 메타버스나 로우코드/노코드 플랫폼 같은 차세대 기술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2023년 IT 투자 예산을 줄일 예정이다. 이 와중 대기업은 빅데이터/애널리틱스에, 중소기업은 클라우드에 투자해 각자의 전략을 도모하려는 듯 보인다. 500명 미만 규모의 중소기업은 오히려 내년 예산을 늘릴 경향을 드러내며 뜻밖의 의사를 보였지만, 이 또한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IT 업계의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숙제’와도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기준은 날이 갈수록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서비스형 솔루션이 시장이 나왔음에도 DT 성숙도에 관한 평가 기준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대기업은 새로운 데이터 관리 도구와 인공지능·머신러닝에 기술에, 중소기업은 사물인터넷이라는 차세대 기술에도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위험부담이 적은 IT 투자에 집중하면서도 혁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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