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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 리더십|조직관리

인터뷰 | ‘SW 디자이너에서 앤젤 투자자로’··· FB '좋아요' 버튼 디자이너 솔레이오

2022.08.24 Matthew Tyson  |  InfoWorld
초창기 페이스북의 디자이너에서 시작해 엔젤 투자자로 전향한 솔레이오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툴의 혁신과 뛰어난 디자인 팀과 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솔레이오는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출신의 벤처 투자자다. 이전에 펀드 매니저로도 일했다가 엔젤 투자자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성공적인 투자를 이뤄냈다. 대표적인 투자처로는 웹 기반 UI 협업 도구 피그마(Figma), 보안 자동화 및 보안 규정 준수 플랫폼 반타(Vanta), 프론트엔드 개발자용 플랫폼 버셀(Vercel)이 있다.

페이스북 및 드롭박스 초창기에 디자이너로 일한 그는 디자이너에서 투자가로 전직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성공적인 테크 회사의 디자인 접근 방식과 피그마 및 버셀의 투자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메튜 타이슨: 프로그래머로서 나에게 디자인은 미지의 영역이다. 좋은 디자인을 보면 알아볼 수 있고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로직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뿐이다. 개발자가 알아야 할 좋은 디자인의 기본 규칙 같은 것이 있는가? 디자인의 세계에 어떻게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됐는지도 알고 싶다.

솔레이오: 고등학교 여름 방학에 동창회 매거진 편집부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디자인에 입문했다. 이 경험으로 데스크톱 퍼블리싱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알게 됐다. 콘텐츠 기획부터 시작해 시각적 텍스트와 텍스트 콘텐츠 작성, 그리고 콘텐츠를 편집하고 인쇄물에 배치하는 단계를 지켜볼 수 있었다.
 
이후 대학생 때 이 경험을 살려 웹 개발을 시작했다. 매크로미디어 드림위버(Macromedia Dreamweaver)라는 도구 덕분이었다. 나처럼 데스크톱 퍼블리싱에 익숙한 디자이너가 웹페이지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웹 개발에 푹 빠져 밤을 새워가며 스스로 HTML, 플래시(Flash)를 배웠고 후에는 CSS, 자바스크립트 그리고 PHP까지 독학했다.

조슈아 데이비스(Joshua Davis)나 댄 시더홀름(Dan Cederholm) 같이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웹 페이지를 분석한 뒤 직접 만들어보며 흥미를 키웠다.

특히 웹 앱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 브라우저 기반의 소프트웨어가 소비자 기술의 차세대 혁신이 되리라고 직감했다. 이제 웹 앱의 대표 선발주자로 알려진 구글의 지메일(Gmail)이 나오자마자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겸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타이슨: 페이스북의 초기 디자인에 크게 관여했다. 인터넷의 큰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시기의 중심에 있었던 셈이다. 이 경험에 대해 얘기해달라.

솔레이오: 페이스북은 스스로를 테크 기업이라고 정의한 최초의 소셜 미디어 업체였다. 그래서 개발 관련 인력을 주로 채용했다. 디자이너도 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만 뽑았다. 코드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초창기 제품 개발에 기여했다. 

페이스북의 디자이너는 전반적인 개발 과정에 모두 관여했다. 아이디어 착안 및 프로토타이핑부터 실제 기능을 코드로 만드는 작업까지 말이다. 따라서 회의 주제가 제품 전략과 개발 아키텍처, 세세한 UI 디자인 수정 사항, 프론트엔트 개발 과정 사이를 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가 아는 한 페이스북에서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프로덕트 디자인(product design)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페이스북같이 변화무쌍한 기술 중심의 회사에서는 디자인 팀이 엔지니어링 팀과 긴밀히 협력해야만 빠르게 진척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업이 확실한 워터폴 개발 방식이 보편적이었던 시절에 이게 얼마나 이례적인 방식이었는지 뒤늦게야 알았다.

즉 초창기 페이스북 디자인 팀은 실제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었다. 

타이슨: 페이스북 다음 드롭박스로 이직하며 관리자로 승격했다. 처음부터 관리자가 된 경험은 어땠는지 알고 싶다. 

솔레이오: 솔직히 말하자면, 힘든 경험이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 드롭박스는 이미 4년 차 스타트업이었다. 이미 프로덕트 개발과 디자인에 대한 접근방식이 확고했다.

게다가 드롭박스의 제품 가치는 페이스북과 완전히 달랐다. 드롭박스 사용자는 귀중한 파일을 안전하게 보호하길 원했지 페이스북처럼 빠른 주기로 개선되는 앱을 원치 않았다. 개발팀도 똑같았다.
 
이런 간극이 페이스북 디자인 문화의 성공 요인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다음 페이스북과 별개로 드롭박스에 적합한 디자인 문화는 무엇일지 고민했다. 드롭박스의 디자인 팀과 리더 집단 모두 페이스북과 확실히 다른 가치를 추구했고 이에 적응해야 했다. 즉 이전의 경험을 버릴 때와 적용할 때를 잘 구분해야만 했다.

돌아보면 정말 정신없었던 성장과 발전의 시기였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드롭박스의 디자인 팀은 업계에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디자이너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됐다. 당시 드롭박스 디자인 팀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디자인 드림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드롭박스에서 이런 경험을 하며 디자인팀과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론을 구체화하게 됐다. 

타이슨: 처음으로 투자한 회사는 피그마라고 알고 있다. 투자뿐만 아니라 자문까지 했다. 봉사 차웠이었는가? 

솔레이오: 사실 투자 일을 시작한 건 페이스북을 퇴사했던 해였다. 퇴사한 다른 동료가 스타트업을 차리면서 디자이너 채용을 도와주길 요청했다. 그들이 궁금해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를 얻을 수 있었는가?

페이스북에서 디자이너 채용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 나는 이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 채용이 제품 개발만큼이나 회사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재 채용이라는 직무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뛰어난 디자이너를 찾아 페이스북에 합류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재밌었다.

하여튼 창업자가 된 동료들에게 디자이너 채용 관련 조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투자와 자문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다. 사실 드롭박스가 초창기 투자 기업 중 하나였다. 드롭박스 디자인을 자문하면서 2012년 말에 디자인 팀 리더로 합류했다.

피그마 얘기로 돌아가자면, 2014년의 일이다. 드롭박스 동료이자 딜런의 대학 동기였던 라이언 카플랜의 소개로 피그마(그 당시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창업자인 딜런 필드와 드롭박스 본사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딜런 필드가 피그마 개발을 위해 연습했던 WebGL 데모. ⓒHeyday

딜런은 식당에 노트북 한 대를 들고 와 처음에는 이상한 WebGL 데모를 보여주더니 그다음 피그마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 웹 기반의 UI 협업 도구였다.

나는 이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의 설명이 내가 디자인 팀의 리더로서 고민했던 문제점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분절된 디자인 도구였다. 드롭박스 디자인팀은 포토샵을 비롯해 당시에는 나온 지 얼마 안 됐던 스케치(Sketch)라는 두 가지 디자인 도구를 썼다. 팀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이는 쓸데없는 잡무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 
두 번째는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나는 포토샵과 스케치 모두 싱글 레이어(single-layer) 디자인 툴에 불과했고 실제 디자인 작업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디자인은 곧 협업이며 팀 스포츠다. 여러 디자이너가 작은 팀을 이뤄 공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피그마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듯했다. 최신 웹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디자인협업 경험을 구축했다. 이는 디자이너 간의 협업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외의 팀원과의 협업까지 쉽게 한다는 강점이 있다.

이런 협업 도구는 소프트웨어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중요한 아이디어였다. 딜런을 만났을 때 나는 피그마가 혁신적인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이 디자인에 접근하고 디자인을 구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 말이다.
 
물론 그 당시 피그마의 완성도는 매우 낮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비전과 전략이었다. 잠재력이 너무 커 보였다. 따라서 나는 운 좋게도 연말부터 회사의 투자자 겸 자문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공동창업자들에게 채용 관련 조언을 했고 초기 디자이너를 멘토링했다. 또한 첫 번째 버전의 개발과 시장 진입 전략을 도왔고 심지어 피그마의 ‘1기 디자인 전도사’ 역할까지 맡았다.

피그마와의 경험 덕에 스타트업 자문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드롭박스를 떠나 풀타임 투자가로 전환했다. 커리어 발전의 관점에서도 적절한 결정인 듯했다. 한 회사를 떠나 전 디자인 업계에 있는 여러 팀을 도와주는 역할로 승격한 격이기 때문이다.

타이슨: 버셀의 엔젤 투자자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버셀의 광팬이기도 하다. 한 번의 버튼 클릭으로 앱을 배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번 놀란다. 이 회사와는 어떻게 일하게 됐는가?

솔레이오:
버셀은 스타트업 투자가 왜 근본적으로 관계 중심의 직무(relationships profession)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드롭박스가 버셀 창업자 기예르모 라우흐가 이전에 창업한 스타트업인 클라우드업(Cloudup)를 인수하려던 와중에 그를 만났다. 그의 팀은 드롭박스와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했지만 드롭박스가 그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만큼 그의 팀도 드롭박스를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예르모와 처음 대화했을 때부터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일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 센스, 추진력 그리고 해커의 사고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프론트엔드 프레임워크 버셀(Vercel) ⓒVercel

드롭박스와의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기예르모와 나는 계속 연락했다. 그가 몇 년 후 ZEIT(지금 버셀)를 창업하기로 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앤젤 투자가로 참여했다.

기예르모가 디자인의 가치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창업자라는 점이 분명했다. 그가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명확한 사고방식이 훌륭한 디자인, 그리고 결국 혁신을 이루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타이슨: 스타트업 투자가 결국 인간관계에 관한 일이라니, 흥미롭다. 특별한 투자 철학과 접근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레이오: 투자 일을 한 지도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어렵다. 그래서 일단 내 생각이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눈여겨보는 점은 창업가의 경쟁 전략이다. 이 경쟁 전략이 어떻게 회사의 전반적인 로드맵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유망한 창업가는 진입하려는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점과 시장 점유율을 획득할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Depositphotos

어떤 투자자는 이를 문제 해결 및 솔루션 구상 능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자원을 모으고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전략은 단순히 사용자나 비즈니스 파트너의 가치 창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엄청난 노력도 충분하지 않다. 핵심은 역동적인 환경에서도 지속 가능한 장기적 비전과 가치 창출 전략이다. 창업가 혹은 스타트업의 현재 역량을 100% 활용해 타깃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큰 승리를 노려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자 리처드 루멜트가 “최고의 전략가는 최고의 디자이너다”라고 한 말에 내가 크게 동감하는 이유다.

타이슨: 최근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려는 목표로 디자인 팀을 모집했다고 언급한 이 트윗은 인간의 정체성, 디자인 그리고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어떤 비전을 시사하는 듯하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웹3와 관련 있는가? 

솔레이오:
사람들이 실제 자아 외에도 다른 자아를 쉽게 가질 수 있다면 더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게 현재 나의 추론이다. 하나밖에 없는 실제 자아가 오늘날 많은 아이디어 구상과 관계 형성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지식 대부분은 여전히 폐쇄적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공유된다. 더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인류가 배우고 이룰 수 있는 범위가 대폭 확장될 수도 있다.
 
ⓒDepositphotos


또한 이 아이디어가 웹3의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기보다 인터넷이 진화하는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생각한다. 특히 AR/VR 같은 컴퓨팅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더 그렇다. 몰입감 넘치는 가상 세계에서의 자아 표현 방식은 실제 세계와 달라져야 할 테니 말이다. ciokr@idg.co.kr, ethan_moon@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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