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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ㅣ픽셀 헛다리···'마케팅 알못' 구글이 놓친 기회

2021.04.29 JR Raphael  |  COMPUTERWOCHE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을 만든 지 무려 6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픽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최근 픽셀 스마트폰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이유는 약간 특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큰 논란은 구글에서 출시 준비 중인 신형 픽셀폰이 왜 이전 세대 모델 중 하나와 충격적일 정도로 비슷하게 보이냐는 것이다(머리가 아파진다!).
 
ⓒGoogle/JR Raphael

하지만 이는 오늘 여기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구글이 실제로 기기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그 전체적인 그림을 알 수 없을 것이고, 할 수 있는 건 추측뿐이다. 오늘 필자가 논의하고 싶은 문제는 픽셀폰의 존재에 관한 거시적 의문이고, 구글은 성공을 위해 이 제품을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있는지다(또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지다).

필자는 ‘픽셀 아카데미 온라인 강좌(Pixel Academy e-course)’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구글 픽셀폰이 제공하는 특별하면서도 유용한 기능들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픽셀 친구들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고자 강좌에 참여한 영리하고 매력적인 사용자들과 대화하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구글은 픽셀의 장점을 홍보하는 데 터무니없이 서툴다는 것이다. 

픽셀의 뛰어난 사용자 경험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후 소프트웨어 지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중요한 장점이지만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특장점은 아니다. 상당히 추상적이고, 다소 기술적이며, 광고판에 써넣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장점이 마케팅하기 쉬울까? 바로 일반적인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 삶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기능이다. 그리고 (다른 기업이 필적할 수조차 없는) 구글의 스마트 기능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픽셀폰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해당 기능들은 유의미하고, 실용적이며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게 픽셀폰을 차별화한다. 그렇지만 구글은 이 장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은 이 기능들의 존재를 아예 모를 뿐만 아니라 (필자의 아카데미에 참여했던) 픽셀폰 구매자들 역시 자신의 기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다(알고 나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수많은 예시가 있지만 단연 돋보이는 건 2가지 어시스턴트 관련 기능이다. 첫 번째는 알 수 없거나 의심스러운 스팸 전화를 자동 차단하고, 원하는 전화에 응답해주거나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다. 구글의 ‘우아한’ 가상 음성 비서가 실제로 전화를 받아 용건을 묻고 해당 정보를 사용자에게 화면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후속 질문을 통해 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JR

정말이지, 누가 이런 기능을 사용하고 싶지 않겠는가? 

두 번째는 위의 기능과 어느 정도 연관된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일 때 상대방에게 '전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혹은 기계 음성으로 전화 순서에 따라 상담원과 연결됩니다)’ 등을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시스턴트가 대신 전화를 받아주는 것이다. 이때마다 픽셀폰은 사용자에게 화면으로 대신 전화 받고 있음을 알리고 상대방에게도 이를 알려준다. 
 
ⓒJR

경이롭지 않은가? 게다가 2가지 기능 모두 정말 잘 작동된다. 

이제 다음 의문으로 넘어가보자. 실제 픽셀폰 내에서든 외부 마케팅의 형태로든 이러한 기능들이 광고되거나 홍보되는 것을 얼마나 자주 봤는가? 서로 사는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가정하에 대답은 아마도 ‘거의 드물었다’ 또는 ‘전혀 없다’ 정도일 것이다. 

픽셀폰을 홍보하는 매장 내 전면광고에서조차도 구글은 이 경이로운 기능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구글이 가장 앞세우는 세일즈 포인트는 픽셀폰에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구글 앱이 사전 설치돼 나온다는 점이다. 

음... 이게 픽셀폰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이를 통해 일반 사용자가 오랫동안 알고 신뢰해온 기발한 마케팅의 브랜드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을까? 구글 앱은 이들 브랜드에서도 얼마든지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제 AI를 기반으로 전화를 차단하거나 대신 받아주는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아이폰이 출시된다고 상상해보자. 애플에서 이를 어떻게 마케팅할지 상상이 되는가? 혁신적이고 획기적이며 아주 멋질 것이다. ‘오직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삶을 변화시키는 시스템이라고 홍보할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이에 관해 질리도록 듣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떤가? 구글은 지금 현재 제품을 가지곤 있지만 이에 관해 한마디도 듣지 못한다. 

이는 인텔리전스한 새로운 어시스턴트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의 처음부터 픽셀폰은 구글 포토(Google Photo)와 긴밀하게 연동돼 휴대폰의 저장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백업된 미디어의 로컬 복사본을 자동으로 지우는 영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단순하긴 하지만 일상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정말 실용적이고 멋진 기능의 또 다른 사례다. 다들 로컬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품고 있지 않는가? 또한 구글 포토(Photos)로 이미지를 백업하더라도 로컬 사본을 정기적으로 정리해야 할 부담은 사용자에게 있다. 픽셀이 아니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픽셀에서는 구글 서비스들이 조화롭게 작동하며 지속적인 수작업 없이도 문제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이 사례는 필자의 픽셀 아카데미 온라인 강좌 5일 차의 첫 번째 주제였다. 엄청난 반응을 얻은 주제이기도 했다. 픽셀폰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기능이 존재하거나 가능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또 빠뜨릴 수 없는 한 가지는 (앞선 예시만큼이나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픽셀과 프라이버시다. 요즈음 구글과 프라이버시라는 주제를 둘러싼 끝없는 의문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장점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가 심지어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파트너들의 침략적인 광고 주입, 은밀한 데이터 판매 설정으로부터 진지하게 픽셀폰을 분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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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면, 마케팅은 구글의 강점이었던 적이 없다. 그러나 픽셀폰이 이 하드웨어의 진정한 터닝포인트(구글의 첫 자체 칩 등)가 되리라 예상되는 6세대로 접어드는 가운데 구글이 픽셀의 가장 인상적인 장점들을 강조하는 데 이리도 계속해서 헛다리를 짚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구글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법을 알게 된다면 판매 실적이 얼마나 달라질지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 제품을 알리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안드로이드의 가장 신비한 비밀로 묻어버려서는 안 된다. 

* JR Raphael은 컴퓨터월드 객원 편집자다. 기술의 인간적 측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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