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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 리더십|조직관리

칼럼 | 왜 IT는 잘 했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까?

2012.08.01 정철환  |  CIO KR
최근 전기값 인상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한전에서 전기료를 인상하고자 하니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이후 인상안이 슬그머니 철회되긴 했지만 전기값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건 예상되는 일이다. 필자는 전기값 인상을 옹호하고자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뭐든 인상된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전기값이 상대적으로 비쌀까? 아니면 전기의 가치가 가격대비 고평가 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각 가정마다 가족들이 지출하는 통신비는 일인당 5만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한 가구 당 20만원이 넘는 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신은 통신일 뿐이지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통신은 물론 냉장고, 세탁기, TV 그리고 밤에 전등까지 켤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값이 비싸단다. 가치에 대한 평가는 늘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IT리더가 기업 내에서 늘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시스템의 도입초기에는 도입효과에 대해 ROI를 분석했다. 정보시스템이 도입되면 재무적으로 얼마의 이익이 나는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하여 이를 금액으로 제시하였던 것이다. 마치 혁신에서 혁신의 효과는 재무적으로 계산하여 제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누가 그랬듯이 ‘혁신에서 절감했다고 하는 비용을 모두 다 더하면 회사 전체 매출액을 넘는다. 그런데 왜 회사는 적자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지듯 IT의 ROI도 차츰 설득력을 잃어왔다. 최근 필자는 IT의 ROI에 대해 명확한 효과를 제시할 수 있는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ROI를 시스템 도입의 효과에 포함하지 않는다. 대신 TCO를 주요 지표로 사용한다. TCO…. 스스로 IT는 비용부서라는 것을 자백하는 것 아닌가? IT를 주관하는 부서가 이럴진대 어떻게 경영진들이 IT가 회사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를 쉽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보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킨다면 회사의 업무는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는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의 공통적인 사항일 것이다. 그런데 왜 IT가 회사에 공헌하는 것이 없겠는가? 분명 IT는 회사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중요한 인프라다. 그런데 왜 느낄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가 IT가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발전 및 송전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정전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 전기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대한민국은 전기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여름에 냉방을 마음대로 못하고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생산설비 가동을 멈추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하지만 기업의 정보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늘 제자리에서 묵묵히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정보시스템이 가끔씩 먹통이 되거나 장애를 일으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면 경영진이 IT에 높은 관심(?)을 보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IT 분야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IT가 기업에 공헌하는 것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을까? 필자는 이를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IT 지금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패러다임이란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으로 정의한 것으로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한다’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IT 패러다임은 어떤 것인가? 크게 보면 투자와 소유, 그리고 지나간 정보 중심이며 인력 중심으로 관리하는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향후 IT 부문에서의 이런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 같다. 그 변화에는 최근 화두인 클라우드 컴퓨팅과 오픈소스, 빅 데이터, X86서버 기술 그리고 모바일 및 소셜 네트워크가 핵심 요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변화될 모습은 어떤 것일까? 물론 필자가 향후 IT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식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향후 모습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사족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 내에서 IT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해본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 1980년대 IT 시스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만 있는 IT TCO의 절감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핵심 기업 프로세스는 정보시스템으로 구현되어 있다. 그리고 기업의 전체 IT 비요 중 기존 시스템 운영을 위한 비용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앞으로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 보다는 프로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IT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서 시스템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오픈소스, 클라우드 서비스 및 X86기술이 주요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성숙도가 낮다. 좀 더 발전된 뭔가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기업 내 직원들의 사용자 환경의 변화가 아닐까? 키보드와 모니터로 묶여 있는 사용자 환경을 모바일을 기반으로 음성,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한 사용자 환경의 해방하는 것이다.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서비스임에도 사용자의 근무 환경에 따라 시스템의 사용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모바일 기반의 확산으로 사용자 환경의 변화가 빨라질 것이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폰에서 도입되고 있는 시리와 같은 음성 인터페이스, 제스처 인식이나 화상인식도 좋은 기술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책상에서 일하는 직원과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시스템에 접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IT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인 미래예측이다. 기존의 정보시스템은 대부분 과거 정보, 이미 발생한 데이터를 잘 관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경영진이 IT에 기대했던 바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이것은 지난 시절 미성숙한 기술로 경영진에게 어설프게 제안, 구현하는 바람에 IT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빅 데이터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한 기술 분야가 될 것이고 소셜 네트워크도 될 수 있다. 미래 예측이 기업 경영 및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매우 크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까운 미래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라고 믿는다. 다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것처럼은 되지 못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시스템의 운영을 위한 조직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아웃소싱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회사만 다를 뿐 고정된 조직과 인력이 지원을 하는 형태로 예전 기업 내에 전산팀이 있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체 IT비용의 80%를 차지하는 운영비의 대부분은 인건비이다. 그리고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정보시스템의 운영에 자동화와 표준화 및 진정한 의미의 아웃소싱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역시 써 놓고 보니 사족이 맞다. IT가 왜 인정을 못 받는지 이야기한다고 해 놓고 또 욕 얻어 먹을 이야기를 쓴 것 같다. ‘IT는 맨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는…. 하지만 필자는 경영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IT도 매일 고민하고 회사에 공헌하려고 노력한다구요.. 하지만 그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문제죠…’ 라고.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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