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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潭 | 내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

2015.10.14 박승남  |  CIO KR

일상에서 8

‘아빠!’ 뒤에서 딸내미가 소리칩니다. 아파트 구석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딱 걸렸습니다. 딸의 핀잔과 눈 흘김을 어색한 웃음으로 피해봅니다.

저는 담배를 피웁니다. 요즘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거의 범죄자 취급하고, 담배를 끊는 사람보다 계속 피우는 사람을 더 독하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 담배를 피웁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아직 담배를 피우는 이유 혹은 변명을 하려 합니다. 담배는 백해무익합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인된 마약(?)으로서 아주 조금이지만 도움되는 기능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강의에서 담배는 일시적이지만 뇌의 창의력을 높여준다고 합니다(곧 사그라지지만…). 문인들이 골초인 이유가 설명됩니다. 리더의 역할상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저는 이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담배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배를 못 끊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제 의지로 담배를 피운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달고 삽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양면적이어서, 내가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합니다. 윤리필기시험에서는 정답을 맞추지만 살다 보면 가끔 무단횡단도 하는 것처럼, 스트레스 관리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소화하고 밖으로는 전이∙확대∙재생산이 되는 것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회사의 상사나 가족들로부터 기인한 스트레스가 직원들에게 내려가지 않게, 그리고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집안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름 노력은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잘 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담배에 실어 태웁니다.

리더로서 스트레스 관리 영역은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내가 받는 스트레스이고, 둘째는 내가 주는 스트레스이고, 그리고 셋째는 남이 나의 조직에 주는 스트레스입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담배를 피든 어떡해든 내가 해결하면 되는 문제이니까 한편 쉽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스트레스 관리부터는 조금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난다고 합니다. 직장인들이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어찌 보면 일상적이고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은 도를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상사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임원 분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그런 상사 밑의 직원은 ‘맞고 틀린 건 모르겠고 A이사님 생각에 맞춰서 작성해주세요’와 같이 합리적 판단보다는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렇듯 내가 주는 스트레스가 과하면 회사에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리더가 마냥 좋은 사람으로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잃지 않다고 합니다. 이처럼 리더로서 부서원들에게 적절하게 스트레스(좋게 표현하면 ‘긴장’)를 주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간의 관계인 사회법칙은 큰 범주인 자연법칙과 유사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철강그룹이어서 철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순수한 철 순철(Fe)은 생각보다 많이 무릅니다. 그래서 특수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산업용으로는 널리 쓰이지는 않습니다. 이 순순한 철에 탄소(C)를 넣으면 이제 철은 유연하면서도 강한 강(鋼, Steel)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 탄소의 양이 중요합니다. 너무 많이(2% 이상) 넣으면 딱딱한 주철(Iron)이 됩니다.
Fe가 사람이고, C가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가 너무 없으면 나태해지고(물러지고), 너무 과하면 경직되고, 적정한 스트레스가 강(Steel)과 같이 업무에 적합한 상태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외부로부터 내 조직에 들어오는 스트레스관리인데,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SM과 같이 IT서비스를 하는 조직에서는 감성노동이 포함된 업무특성상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 또한 관리(주로 방어가 되겠지만...)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겪어보신 일이겠지만, 이전에 지원하던 계열사 임원이 저희 부서직원에게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 내부회의 중 IT에서 지원을 안 해줘서 프로젝트가 진행이 안 되었다고 보고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은 몇 개월 전에 IT쪽에 문의 정도만 한 상황이었는데도, 그 임원은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저희 부서 직원에게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서 직원은 억울했지만 을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없기에 속으로만 앓고 있었습니다. 이 사례처럼 경직된 회사의 직원은 당장의 책임을 회피, 전가하려는 경향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불똥이 우리 조직까지 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당함을 넘어서 억울한 경우에서 IT인력들이 상처를 받고 회사를 또는 IT를 떠나기도 합니다. 이런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것 또한 리더의 역할입니다.

위의 경우 저는, 외형적으로는 반어적으로 ‘제 직원이 잘못한 것 같은데, 원인파악을 해서 징계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후 사정을 파악해야 하니 협조 부탁 드립니다’라고 정중히 이야기 드렸고, 결국 이 사안은 그 임원과 이런 일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자는 선에서 매듭지어졌습니다.

리더는, 본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스스로 삭이고 참아야 하고, 조직원들에게는 감정을 배제하고 적정한 스트레스를 주어야 하고,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까지 방어해야 하는 고난한 자리입니다. 아마도 나중에 화장을 하면 예전의 고승들처럼 많은 사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속 터지는 미팅을 끝내고 담배 한대 피웠습니다.

그나저나 언젠가 담배를 끊어야 할 텐데, 당분간은 어려워 보입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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