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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潭 | 사자성어 살짝 비틀어보기 – 마이동풍, 우이독경

2015.06.24 박승남  |  CIO KR


리더십 4

‘말귀요?’ 말의 귀, ear of a horse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국말을 좀 하는 외국분과 이야기 중에 우리끼리 ‘누구 누구는 참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말이 언급되자, 그 외국인이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장난을 했었습니다.
말귀는 원래 ‘말이 뜻하는 내용’,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총기’의 뜻을 가진 우리말인데, 조금 억지지만 한자씩 떼어 풀어보면 말+귀 마이(馬耳)가 되고,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는 사자성어까지 이어지는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좀 썰렁했습니다. ^^)

여러분이 잘 아는 마이동풍의 유래는 이러하다고 합니다.
이백의 문인 친구 중에 왕십이(王十二)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십이는 이백한테 ‘한야독작유회(寒夜獨酌有懷)’ 즉, ‘추운 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느낀 바 있어’라는 제목의 시를 보내 왔고, 이에 대하여 이백은 ‘답(答)王十二寒夜獨酌有懷’라는 시를 적어 보냈습니다. 이백은 이 시에서 ‘시인이 아무리 좋은 시를 짓더라도 세상 속물들은 알아 주지 않는다’고 개탄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세상 사람들 이 말 듣고 머리 흔드네 (世人聞此皆掉頭 세인문차개도두)
‘마치 동풍에 쏘인 말의 귀처럼’ (有如東風射馬耳 유여동풍사마이)

여기서 남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흘려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마이동풍이 유래했습니다.

마이동풍과 비슷한 말로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함을 이야기하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 있는데, 이 둘이 같은 듯하면서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마이동풍과 우이독경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여기 한 예가 있습니다.

예전에 제품 도입 건으로 다른 부서와 협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부서는 A,B 두 제품을 기술적으로 검토해서 B제품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부서에서 왜 B제품으로 도입해야 하냐고 하면서, 기술적인 것은 본인은 모르겠으니, 기술은 빼고 왜 B제품이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기술적 검토 결과인데 그건 빼라고 하니… 참…
요즘 개그콘서트 코너에 나오는 ‘그건 난 모르겠고..’ 인데, 사내에서 볼 수 있는 마이동풍의 좋은 예였습니다.
그래서 이분께 OEM 관련 내용을 추가로 설명을 드렸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건 떼다가 상표만 붙여서 파는 겁니다’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를 했습니다.
제가 소귀에 경을 읽고 있던 거였죠.

리더십 관점에서 보면,
마이동풍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여 남의 말을 ‘안’듣는 것이고,
우이독경은 ‘업무 역량’ 부족 때문에 말을 ‘못’알아듣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사례에서처럼 이 해석은 타인을 비난(?)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저는 이 해석을 다른 관점으로 재해석해보려고 합니다. 이 사자성어는 타인이 아닌 나의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경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언어유희 같지만 우이독경 글자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이독경에서 과연 소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소에게 경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잘못한 것일까요?
소는 밭을 갈아야지 경을 듣는 동물이 아닙니다.
즉, 각자의 역량에 맞는 일을 할당해야 하는 리더가 일을 제대로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는 사자성어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이동풍에서 커뮤니케이션 구조상 리더인 여러분이 말(馬) 역할을, 직원들이 동풍일 확률이 큽니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적게 말하고 많이 잘 들으라는 신의 뜻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청취 수준에 대하여, 과연 직원들의 생각이 여러분과 같을까요? 보고를 받을 때 중간에 직원의 말을 끊지만 않아도 馬耳는 되지 않으실 겁니다.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Cannot ~ too ~ 숙어가 적용되는, 영역입니다.


내가 말(馬)이 되지 않기 위해서 좀 더 열린 귀로 듣고,
직원들이 경을 듣고 있는 소(牛)가 되지 않도록, 각자의 장점에 맞는 업무배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를 일깨워주신 마이동풍과 우이독경 Skill을 함께 시현해주셨던 그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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