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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니에프스에서 아이폰13 프로까지

2022.06.30 정철환  |  CIO KR
아이폰 7 플러스 모델부터 뒷면의 카메라가 한 개에서 두개로 늘어나고 인물 촬영 모드를 지원했다. 이때부터 단순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넘어, 사진 품질을 향상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됐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 13 프로는 13mm f1.8의 초광각 카메라, 26mm f1.5의 광각 카메라와 함께 77mm f2.8의 화각과 밝기를 가지는 망원 카메라까지 3개의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으며 각각 1,200만 화소의 센서와 조합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에서 출시한 최신 갤럭시 S22 울트라의 경우 아이폰보다 한 개 더 많은 4개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그 중 한 모듈은 1억 화소의 센서와 조합되어 있다. 센서의 화소 수와 사진의 품질 간의 상관관계가 꼭 비례하지는 않지만 대단한 발전임에는 분명하다. 왜 이렇게 스마트폰은 카메라 경쟁에 몰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본능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선사시대 인류가 거주했던 동굴에서 발견된 동굴벽화는 원초적인 인간의 기록 욕망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인류는 이렇게 선사시대부터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다. 동굴의 벽화에서 시작된 그림은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현실과 같은 생생한 그림을 그리려면 아주 뛰어난 미술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따라서 한 순간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은 카메라의 발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진, 영어로 포토그래피(Photography)는 빛을 의미하는 ‘Photo’와 그림을 의미라는 ‘Graphy’의 합성어이다. ‘빛그림’, 즉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으로 1839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존 F.W. 허셜 경(Sir John Frederick William Herschel, 1792~1871)이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카메라를 이용하여 세계에서 최초로 사진을 찍은 사람은 프랑스의 조세프 니세포르 니에프스(Joseph Nicéphore Niépce, 1765~1833)였다. 니에프스는 유태의 비투먼(bitumen of judea, 역청)이라는 천연 아스팔트가 빛의 노출 정도에 따라 다르게 굳는 성질을 이용해서 8시간의 오랜 노출 끝에 1826년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본 조망, View from the Window at Le Gras>이라는 인류 최초의 사진을 탄생시켰다.

노출 8시간이란 8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 서 있어야 했다는 뜻이니 당연히 인물 사진은 불가능했다. 이후 프랑스인 루이 쟈크 망데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 1787~1851)는 니에프스의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은도금 동판과 요오드를 이용해 1837년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 즉, 다게르의 은판 사진술을 완성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여전히 오랜 노출시간을 필요로 했기에 인물 사진은 어려웠다.

이후 노출 시간을 1분 정도로 단축한 사진기술이 1840년에 다게르에 의해 개발되자 인물사진 촬영 붐이 일어났다. 이전까지는 왕이나 귀족 만이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으로 그림으로 남길 수 있었는데 이젠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자화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1분동안 가만히 카메라 앞에 서 있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친숙한 돌돌 말린 동그한 통 모습의 필름을 이용하는 현대식 사진 기술의 개발은 1889년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에서 셀룰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롤 필름에서 시작되었다. 돌돌 말린 필름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이젠 완전한 구식 사진 기술이기는 하다. 

코닥은 필름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도 같이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촬영한 필름으로 사진을 인화하려면 암실에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현상과 인화라는 작업을 거쳐야 했기에 전문 사진관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코닥의 현상 및 인화 서비스로 인해 카메라의 급속한 보급이 이루어졌으며 사진 촬영이 대중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와서 독일의 라이카(Leica) 사에서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선보이며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컬러 사진이 개발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진과 카메라 기술이 완성되었다.

사진의 역사에 간단히 대해 알아봤지만 이미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더 이상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순간 바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여 LCD 창을 통해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기술 덕분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한 회사는 세계 최대의 필름 생산 기업이었던 코닥이다. 1975년에 코닥의 엔지니어였던 스티븐 사손(Steven Sasson, 1950~ )이 그 주인공이다. 무게는 4Kg에 크기는 왠만한 프린터 만한 것이었으니 들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흑백 사진만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92년에는 코닥에서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실용적인(?) 디지털 카메라인 Kodak DCS 200 제품을 출시한다. 화소수는 154만 픽셀 수준이었다.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 기술 개발을 주도하던 코닥은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실용적인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사의 핵심 사업인 필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이 사례는 두고두고 기업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애플에서도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역사가 있다. 1994년에 출시된 애플 퀵테이크(QuickTake)라는 제품이다. 그리고 1994년에 앱손(Epson)이 필름 사진 수준의 품질을 가지는 포토 프린터를 개발해 디지털 카메라의 활용 범위를 넓혀 주었다. 같은 해에 올림푸스에서 델티스(Deltis) VC-1100 디지털 카메라에 모뎀을 연결해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휴대폰으로도 다운을 받을 수 있었는데 768 x 576 픽셀의 사진을 전송하는데 6분이 걸렸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작고 가벼우며 사용하기 편리한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디지털 카메라는 편리함과 실용성, 그리고 사진 현상 및 인화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절감하게 해 줄 수 있어 필름 카메라를 급속하게 대체하게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우리들이 늘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에 카메라가 들어간 것이다. 2000년에 삼성전자에서 SCH-V200이라는 최초의 카메라를 탑재한 휴대폰을 출시했다. 35만 픽셀의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20장까지 사진을 찍어 저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7년에 애플에서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의 시대가 본격화되었고 이후 디지털 카메라의 운명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개의 렌즈를 가진 제품까지 등장하였으며 사진 품질은 왠만한 전문 디지털 카메라의 품질을 앞서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지금은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소위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는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MP3 플레이어가 워크맨을 밀어냈지만 이후 스마트폰에 밀려났듯 필름 카메라를 밀어낸 디지털 카메라도 스마트폰에게 비슷한 운명을 겪은 셈이다. 소니는 "2024년부터 스마트폰이 DSLR 카메라 성능 능가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궁금한가? 그리고 가장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마트폰 모델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DXOMARK (https://www.dxomark.com/category/mobile-reviews/) 사이트를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하고 순위를 매긴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 정철환 이사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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