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3

망신주기? 사회적정의?··· 2021년 브랜드는 ‘캔슬 컬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Nadia Cameron | CMO
美 브랜드 컨설팅 회사 랜도앤피치(Landor & Fitch)는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2021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캔슬 컬처(Cancel Culture)’를 꼽았다. 그 이유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많은 사람에게 지난해는 기억에서 지우고(cancelled) 싶은 한 해였을 것이다. 따라서 2020년에 ‘캔슬 컬처’가 정점에 달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랜도앤피치의 미주지역 인사이트 및 애널리틱스 부문 전무이사 마튼 라게는 말했다. 그리고 이 문화는 2021년에도 중요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Getty Images

브랜드들은 갈수록 환경, 사회,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화, 디지털화,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 등이 결합돼 소비자에게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환경적 의식 수준이 높은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체로 부상한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캔슬 컬처가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미투(#Metoo)’ 운동이나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 등은 캔슬 컬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다. 예를 들면 ‘2021년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2021 Edelman Trust Barometer)’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는 기업 CEO가 정부에서 나서지 않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한 68%의 응답자는 소비자가 기업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 2020년에는 전체 응답자의 64%가 사회적 이슈에 관한 브랜드의 입장에 따라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게는 랜도앤피치가 최근 발표한 ‘2021년의 변혁적인 트렌드(Transformational Trends for 2021)’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브랜드가 캔슬 컬처의 타깃 또는 희생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는 라게와 함께 캔슬 컬처의 정의와 확산, 이 문화가 브랜드에 갖는 의미, 지금까지 이 문화에 제대로 대응한 브랜드과 그렇지 않은 브랜드, 그리고 더 나아가 CMO가 이 뉴노멀 현상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캔슬 컬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라게(이하 생략): 간단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대답하기가 다소 까다롭다. 캔슬 컬처를 정의하는 방식에는 개인적 시각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캔슬컬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를 사악한 폭도나 공개적 망신주기의 현대적 형태라고 말한다. 지난 2020년 7월 JK롤링, 말콤 글래드웰, 노엄 촘스키 등 영미권 지식인 150여 명은 美 하퍼스 매거진에 ‘정의와 공개 토론에 관한 서한(A Letter on Justice and Open Debate)’을 발표하고, 캔슬 컬처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캔슬 컬처의 지지자들은 만약 권력을 잡고 있고 현상 유지가 이익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캔슬 컬처가 사회적 정의를 위한, 그리고 권력을 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본다. 

캔슬 컬처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정의하자면, 이는 소비자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으로 브랜드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세계화와 소셜 미디어의 힘 덕분이다. 한 명의 소비자가 순식간에 거대 브랜드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갖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2020년에 이 힘을 제대로 발휘한 것 같다. 랜도앤피치의 보고서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운동, 미국 선거,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캔슬 컬처가 중요한 트렌드로 부각됐고 크게 확산됐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선거든 마스크를 착용하든 안 하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문화적으로나 사회 전반에 걸쳐 이러한 분열이 굉장히 거대하다는 사실은 캔슬 컬처가 부각되고 있는 배경의 일부다. 또 다른 핵심은 Z세대와 밀레니엄 세대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캔슬 컬처’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반문화(counterculture)나 하위문화(sub-culture) 같은 것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캔슬 컬처는 여기서 확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1970년대의 펑크 문화, 1960년대의 록 문화는 언제나 기성체제에 대한 반발이었다. 1968년의 우드스톡(Woodstock) 페스티벌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 우드스톡 페스티벌에는 10만 명가량이 참가했다면 오늘날에는 단 하나의 트위터 메시지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읽을 수 있다. 의견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됐다. 브랜드와 기업이 이를 따라잡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아직 권력의 자리에 있는 Y세대와 같은 기성세대에도 캔슬 컬처는 유효한가? 
개인적으로는 캔슬 컬처가 젊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젊은 세대에서 시작됐다. 이를테면 내가 케이팝(K-pop) 전문가는 아니지만 여기에는 특정한 명분 뒤에 모일 수 있는 굉장히 흥미로운 팬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캔슬 컬처의 영향력이 커지는 방식의 일부다. 그러나 캔슬 컬처는 젊은 세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한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캔슬 컬처의 부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분열에 기여했고,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가적인 일이다. 예를 들면 마스크는 특정 지역에서 정치적 선택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캔슬 컬처를 직접적으로 탄생시킨 건 아니다. 

랜도앤피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브랜드가 캔슬 컬처에 휩쓸렸다. 예를 들어 로레알 파리(LÓreal Paris)는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와는 달리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 것 때문에, 그리고 고야(Goya), 이쿼녹스(Equinox), 소울 사이클(Soul Cycle)은 파벌 정치 때문에 곤란에 빠졌다. 이들이 캔슬 컬처에 휩쓸리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까?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BLM’은 여름 내내 화두였다. 그 당시 에스키모 파이(Eskimo Pie; 에스키모는 이누이트를 비하하는 표현), 엉클 벤스(Uncle Ben’s; 흑인 남성을 모델로 한 식품 브랜드) 등의 브랜드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과거에도 이에 관한 지적은 언제나 있었지만 BLM 운동으로 인해 논란이 가속됐고 이 브랜드들은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 

어떤 주제들은 특정 순간에 더 널리 퍼지고 더 중요해진다. 미투 운동이나 성평등은 몇 년 전부터 확산되면서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가 됐고, 브랜드는 이에 대응해야 했다. 

곤경에 처하는 브랜드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문화 발전에 따라 뒤처질 위험이 있는 브랜드다. 엉클 벤스 사례를 살펴보면 문화는 흑인 남성에게 미스터라는 존칭을 쓰지 않고 엉클로 칭하는 이 브랜드 명칭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는 동성결혼, BLM 등의 이슈에 편승해 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브랜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이를 재빨리 눈치채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상징하고 싶은 것과 준수해야 할 원칙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브랜드명이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브랜드명으로는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렵고,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도 퇴색될 수 있다. 

설립자의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명이 인종차별적 의미가 담겼다는 비판에 브랜드명을 바꾼 호주의 쿤 치즈(Coon Cheese) 사례를 예로 들자면 선택은 다음과 같다. 전통에 집착하면서 이를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시류와 원칙을 지지하면서 그와 함께 발전하고 싶은가?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가 지시등이나 북극성 역할을 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을 갖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Patagonia) 같은 브랜드는 사회적, 환경적 목적을 위해 설립됐고 굉장히 잘 하고 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지 않았다면 캔슬 컬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브랜드가 옳은 일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고, 이들의 행위는 계속해서 훌륭한 스토리가 돼 브랜드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진부한 말이지만, 행동이 말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Maarten Lagae
여기서는 나이키가 좋은 예다. 지난 2018년 나이키는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30주년을 기념한 광고에서 미국프로풋볼 선수이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어 유명해진 콜린 캐퍼니크를 메인 모델로 발탁했다. 처음에는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나이키 옷을 불태우거나 나이키를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위협을 하는 영상이 업로드됐다. 

나이키의 반응은 아마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일부가 되거나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후 나이키의 판매량은 급증했고, 시가총액은 6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나이키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진화시킬 수 있었고, 운동선수를 슈퍼스타처럼 표현하는 것에서도 진화했다. 이는 나이키 브랜드에 획기적인 순간이었다. 나이키는 과거에 가진 적이 없었던 사회적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정반대의 대표적인 예는 로레알(LÓreal)이다. 로레알이 BLM 운동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에 올렸는데, 과거 로레알의 모델이었던 먼로 버그도프가 인스타그램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흥미롭다. 로레알은 내가 2~3년 전에 소셜 미디어에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자 나를 해고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로레알의 신임 CEO는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버그도프는 현재 로레알의 다양성 및 포용 위원회에 채용됐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모두 실수를 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그리고 브랜드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대책이다. 
 
모든 브랜드가 문화적 측면에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 고객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가? 
고객에게 브랜드가 상징하는 바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모든 행위의 지침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는 내부직원, 보상, 출시 제품,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모두 아우른다. 

CMO는 이 트렌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소비자 그리고 타깃 고객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이들을 이해하며, 이들과 가까워지라고 권고하고 싶다. 소셜 미디어는 브랜드를 매우 빠르게 캔슬 컬처에 휩쓸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주일지도 모르지만 또한 축복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질문과 우려를 수집하는 한편 상호작용하는 것이 이렇게 쉬운 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의 원칙과 가치를 활용하는 것에 관해 고려하라. CMO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외로, 브랜드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CMO는 이 순간을 활용해야 한다. 타깃 소비자와의 밀접한 관계를 활용하면서 브랜드의 진정한 모습과 가치를 보여주면 된다. ciork@idg.co.kr
 



2021.02.03

망신주기? 사회적정의?··· 2021년 브랜드는 ‘캔슬 컬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Nadia Cameron | CMO
美 브랜드 컨설팅 회사 랜도앤피치(Landor & Fitch)는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2021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캔슬 컬처(Cancel Culture)’를 꼽았다. 그 이유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많은 사람에게 지난해는 기억에서 지우고(cancelled) 싶은 한 해였을 것이다. 따라서 2020년에 ‘캔슬 컬처’가 정점에 달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랜도앤피치의 미주지역 인사이트 및 애널리틱스 부문 전무이사 마튼 라게는 말했다. 그리고 이 문화는 2021년에도 중요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Getty Images

브랜드들은 갈수록 환경, 사회,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화, 디지털화,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 등이 결합돼 소비자에게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환경적 의식 수준이 높은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체로 부상한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캔슬 컬처가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미투(#Metoo)’ 운동이나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 등은 캔슬 컬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다. 예를 들면 ‘2021년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2021 Edelman Trust Barometer)’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는 기업 CEO가 정부에서 나서지 않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한 68%의 응답자는 소비자가 기업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 2020년에는 전체 응답자의 64%가 사회적 이슈에 관한 브랜드의 입장에 따라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게는 랜도앤피치가 최근 발표한 ‘2021년의 변혁적인 트렌드(Transformational Trends for 2021)’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브랜드가 캔슬 컬처의 타깃 또는 희생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는 라게와 함께 캔슬 컬처의 정의와 확산, 이 문화가 브랜드에 갖는 의미, 지금까지 이 문화에 제대로 대응한 브랜드과 그렇지 않은 브랜드, 그리고 더 나아가 CMO가 이 뉴노멀 현상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캔슬 컬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라게(이하 생략): 간단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대답하기가 다소 까다롭다. 캔슬 컬처를 정의하는 방식에는 개인적 시각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캔슬컬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를 사악한 폭도나 공개적 망신주기의 현대적 형태라고 말한다. 지난 2020년 7월 JK롤링, 말콤 글래드웰, 노엄 촘스키 등 영미권 지식인 150여 명은 美 하퍼스 매거진에 ‘정의와 공개 토론에 관한 서한(A Letter on Justice and Open Debate)’을 발표하고, 캔슬 컬처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캔슬 컬처의 지지자들은 만약 권력을 잡고 있고 현상 유지가 이익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캔슬 컬처가 사회적 정의를 위한, 그리고 권력을 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본다. 

캔슬 컬처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정의하자면, 이는 소비자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으로 브랜드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세계화와 소셜 미디어의 힘 덕분이다. 한 명의 소비자가 순식간에 거대 브랜드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갖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2020년에 이 힘을 제대로 발휘한 것 같다. 랜도앤피치의 보고서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운동, 미국 선거,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캔슬 컬처가 중요한 트렌드로 부각됐고 크게 확산됐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선거든 마스크를 착용하든 안 하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문화적으로나 사회 전반에 걸쳐 이러한 분열이 굉장히 거대하다는 사실은 캔슬 컬처가 부각되고 있는 배경의 일부다. 또 다른 핵심은 Z세대와 밀레니엄 세대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캔슬 컬처’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반문화(counterculture)나 하위문화(sub-culture) 같은 것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캔슬 컬처는 여기서 확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1970년대의 펑크 문화, 1960년대의 록 문화는 언제나 기성체제에 대한 반발이었다. 1968년의 우드스톡(Woodstock) 페스티벌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 우드스톡 페스티벌에는 10만 명가량이 참가했다면 오늘날에는 단 하나의 트위터 메시지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읽을 수 있다. 의견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됐다. 브랜드와 기업이 이를 따라잡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아직 권력의 자리에 있는 Y세대와 같은 기성세대에도 캔슬 컬처는 유효한가? 
개인적으로는 캔슬 컬처가 젊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젊은 세대에서 시작됐다. 이를테면 내가 케이팝(K-pop) 전문가는 아니지만 여기에는 특정한 명분 뒤에 모일 수 있는 굉장히 흥미로운 팬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캔슬 컬처의 영향력이 커지는 방식의 일부다. 그러나 캔슬 컬처는 젊은 세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한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캔슬 컬처의 부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분열에 기여했고,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가적인 일이다. 예를 들면 마스크는 특정 지역에서 정치적 선택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캔슬 컬처를 직접적으로 탄생시킨 건 아니다. 

랜도앤피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브랜드가 캔슬 컬처에 휩쓸렸다. 예를 들어 로레알 파리(LÓreal Paris)는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와는 달리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 것 때문에, 그리고 고야(Goya), 이쿼녹스(Equinox), 소울 사이클(Soul Cycle)은 파벌 정치 때문에 곤란에 빠졌다. 이들이 캔슬 컬처에 휩쓸리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까?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BLM’은 여름 내내 화두였다. 그 당시 에스키모 파이(Eskimo Pie; 에스키모는 이누이트를 비하하는 표현), 엉클 벤스(Uncle Ben’s; 흑인 남성을 모델로 한 식품 브랜드) 등의 브랜드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과거에도 이에 관한 지적은 언제나 있었지만 BLM 운동으로 인해 논란이 가속됐고 이 브랜드들은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 

어떤 주제들은 특정 순간에 더 널리 퍼지고 더 중요해진다. 미투 운동이나 성평등은 몇 년 전부터 확산되면서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가 됐고, 브랜드는 이에 대응해야 했다. 

곤경에 처하는 브랜드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문화 발전에 따라 뒤처질 위험이 있는 브랜드다. 엉클 벤스 사례를 살펴보면 문화는 흑인 남성에게 미스터라는 존칭을 쓰지 않고 엉클로 칭하는 이 브랜드 명칭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는 동성결혼, BLM 등의 이슈에 편승해 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브랜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이를 재빨리 눈치채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상징하고 싶은 것과 준수해야 할 원칙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브랜드명이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브랜드명으로는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렵고,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도 퇴색될 수 있다. 

설립자의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명이 인종차별적 의미가 담겼다는 비판에 브랜드명을 바꾼 호주의 쿤 치즈(Coon Cheese) 사례를 예로 들자면 선택은 다음과 같다. 전통에 집착하면서 이를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시류와 원칙을 지지하면서 그와 함께 발전하고 싶은가?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가 지시등이나 북극성 역할을 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을 갖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Patagonia) 같은 브랜드는 사회적, 환경적 목적을 위해 설립됐고 굉장히 잘 하고 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지 않았다면 캔슬 컬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브랜드가 옳은 일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고, 이들의 행위는 계속해서 훌륭한 스토리가 돼 브랜드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진부한 말이지만, 행동이 말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Maarten Lagae
여기서는 나이키가 좋은 예다. 지난 2018년 나이키는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30주년을 기념한 광고에서 미국프로풋볼 선수이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어 유명해진 콜린 캐퍼니크를 메인 모델로 발탁했다. 처음에는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나이키 옷을 불태우거나 나이키를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위협을 하는 영상이 업로드됐다. 

나이키의 반응은 아마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일부가 되거나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후 나이키의 판매량은 급증했고, 시가총액은 6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나이키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진화시킬 수 있었고, 운동선수를 슈퍼스타처럼 표현하는 것에서도 진화했다. 이는 나이키 브랜드에 획기적인 순간이었다. 나이키는 과거에 가진 적이 없었던 사회적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정반대의 대표적인 예는 로레알(LÓreal)이다. 로레알이 BLM 운동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에 올렸는데, 과거 로레알의 모델이었던 먼로 버그도프가 인스타그램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흥미롭다. 로레알은 내가 2~3년 전에 소셜 미디어에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자 나를 해고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로레알의 신임 CEO는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버그도프는 현재 로레알의 다양성 및 포용 위원회에 채용됐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모두 실수를 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그리고 브랜드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대책이다. 
 
모든 브랜드가 문화적 측면에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 고객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가? 
고객에게 브랜드가 상징하는 바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모든 행위의 지침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는 내부직원, 보상, 출시 제품,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모두 아우른다. 

CMO는 이 트렌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소비자 그리고 타깃 고객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이들을 이해하며, 이들과 가까워지라고 권고하고 싶다. 소셜 미디어는 브랜드를 매우 빠르게 캔슬 컬처에 휩쓸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주일지도 모르지만 또한 축복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질문과 우려를 수집하는 한편 상호작용하는 것이 이렇게 쉬운 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의 원칙과 가치를 활용하는 것에 관해 고려하라. CMO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외로, 브랜드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CMO는 이 순간을 활용해야 한다. 타깃 소비자와의 밀접한 관계를 활용하면서 브랜드의 진정한 모습과 가치를 보여주면 된다. ciork@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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