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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정철환  |  CIO KR
2020년 무렵부터 메타버스는 IT 업계는 물론 미디어와 일반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가까운 미래에 세상을 전부 바꿀 수 있을 마술과 같은 패러다임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코로나 팬더믹 거리두기 상황과 맞물려 사회적인 접촉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투자 자금이 벤처 업계로 흘러 들면서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였다.

2022년 지금 메타버스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가? ‘메타’로 회사이름까지 바꿨던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 애플은 왜 아직 조용한가? 수많은 메타버스 기반의 스타트업들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메타버스는 허상이었나? 유효기간이 다 한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럴 리가 없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 1990년대 말에 세상을 달궜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도산하거나 매각되었지만 생존한 소수의 기업들과 새롭게 시작한 기업들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거친 후 오늘날의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을 만들었다. 이렇듯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미래 온라인 세계는 당분간의 냉각기를 거치면서 좀 더 구체화될 것이며 중요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2020년에 꿈꾸었던 세상의 변화를 결국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메타버스의 재도약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1990년대 닷컴 붐과 2000년대 초반의 붕괴 그리고 이후의 재도약을 거울 삼아 한번 생각해보자.

초기 인터넷은 매우 느렸다. 최초로 웹브라우저가 등장할 당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데스크톱 PC에 전화선과 모뎀을 통한 저속의 통신방식으로 접속하였다. 따라서 인터넷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텍스트나 저해상도의 사진에 머물렀다. 그러나 ADSL과 같은 새로운 고속 통신 기술이 등장하면서 mp3 음악을 공유하거나 스트리밍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퀵타임이 등장하며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전송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금의 통신 속도는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르지만 메타버스 세상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환경은 더 빠른 통신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의 통신 속도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통신 인프라의 발전이 요구된다.

두번째로 초기 인터넷 시대에는 사이트가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제각각 이었으며 단순한 서비스만 구현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개발자를 확보할 수도 없었다. 오늘날의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기술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미성숙한 기술을 통해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무수히 등장하였으나 사용자의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메타버스의 본격적인 구현은 공간컴퓨팅과 인공지능 및 그래픽 등 관련 기술의 발전이 더 필요하다.

메타버스가 표방하는 가상세계와 증강현실 그리고 확장현실을 통해 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자면 지금의 프로그램과 시스템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를 구현할 개발자들 역시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준화된 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기기들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엔진,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하드웨어 플랫폼 그리고 이들을 엮는 통합된 표준 개발 플랫폼 등이 필요하며 개발 생태계의 확대도 필요하다. 또한 현실과 가상 세계를 통합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세번째로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확산이다. 언제나 휴대하고 다니면서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고 GPS와 카메라 및 다양한 센서를 통합한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집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는 세상을 많이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메타버스가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으려면 늘 휴대하고 다닐 수 있으며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고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세상을 제공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PDA 폰의 형태로 1990년대 말에 등장한 스마트폰이 본격적인 확산까지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듯 메타버스를 위한 단말기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MR 고글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이 오늘날의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준 영향력과 같이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선구적인 기업의 등장과 이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촉진할 티핑 포인트가 도래해야 할 것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메타버스 세상이 어떤 것인지 접한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기존의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메타버스를 접하게 해야 한다.

화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용 통신장비는 1966년에 방송을 시작한 ‘스타트랙’에서 이미 등장하였으며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세계는 1999년, 영화 ‘매트릭스’와 ‘13층’에서 이미 보여줬다. 아직 메타버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모두가 인정하는 공통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이 무엇인가 정의하려고 해도 쉽게 공통의 정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 메타버스는 하이프 사이클에서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을 지났다. 그리고 ‘환멸 단계’을 향해 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트랙에서 보여준 휴대 가능한 무선 화상통신 장비가 결국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현실화되었 듯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의 가치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메타버스는 계속 발전되어 어느 순간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물론 스타트랙에 등장한 기술 중 가장 멋진 기술은 언제 세상에 나올 지 아직 상상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Beam me up, Scotty”

정철환 이사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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