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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 정철환  |  CIO KR
2019년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전세계적인 불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거리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멈추는 글로벌 팬데믹 방역 체계의 시작 시점에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예상이었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막대한 추가 재정 지출과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는 시중에 돈이 흘러 넘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리두리로 집안에 격리된 사람들은 온라인 서비스에 몰려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온라인 기반 서비스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고 이를 발판삼아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기업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2020년의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4조 3,45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금액은 2010년도의 벤처 투자금액인 1조 910억원 4배가 넘은 규모이다. 그런데 눈 여겨 볼 점은 ICT서비스 분야가 2010년 804억원에서 2020년 1조 764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바이오 분야가 840억원에서 1조 1,970억원이다. 그리고 유통 서비스 분야가 954억원에서 7,242억원으로 늘었다. 사실 이 세가지 분야가 전체 벤처 투자액 증가분을 대부분 빨아들였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3.4조원이 늘어나 총 7조 6,802억원이었으며 ICT서비스, 바이오, 유통서비스 분야가 각각 2조 4,283억원, 1조 6,770억원, 1조 4,548억원으로 투자 금액의 주요 분야를 차지했다. 

이들 벤처기업들 중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킨 곳도 많이 있겠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투자금에 의존하여 운영하다가 최근 벤처에 대한 투자 금액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경영난에 봉착한 경우들도 드물지 않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들어간 돈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성장할 수 있다. 1995년 무렵의 웹서버와 브라우저의 등장으로 시작해서 1998년~2000년까지 미국과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닷컴 붐을 겪었던, 지금은 거의 노년이 되어버린 필자가 보는 시각은 씁쓸하다.

2000년에서 2001년간 당시 정부 산하 IT 벤처 육성 기관의 사업을 지원하는 회사에서 기술 평가 및 투자 유치 업무를 했던 시절의 광풍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기관 투자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엔젤투자 형식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이 벤처기업의 사업설명회에 몰려들어 투자하고자 아우성을 쳤던 장면들이 기억난다.

지금은 이런 엔젤 투자는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이 전문 투자기관이나 벤처 캐피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진행하기에 묻지마 형식의 투자는 사라졌지만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나 투자금에 대한 책임감을 잃은 기업들은 여전한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러한 기업에 투자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를 결정한 주체에게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필자와 같이 SI 분야나 IT운영 등 각광받지 못하는 전통적인 업무 분야의 IT 기업들이 느낀 상대적인 박탈감과 인력 조달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이런 현상이 거의 20년 만에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팔아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 받았다면 이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으로 힘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도한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성공하지 못해 결국 남은 투자금으로 다른 기업의 인수를 시도하는 경우를 보면 투자를 결정한 주체의 판단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론 수백 억에서 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몇 년 만에 공중으로 날려 보내면 그 손실은 누가 감당할까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인터넷 기반 유통 또는 중계 사업이나 광고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이 첨단 기술도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2019년부터 시작해서 2022년까지 이어졌던 3년가량의 벤처 투자 열기는 점차 식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벤처 투자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며 유망한 사업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의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불확실하거나 기술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분야나 과대하게 부풀려진 장미빛 미래 성장 비전만 가진 기업들은 점차 사라지기 않을까?

엄청난 규모의 투자금을 마케팅비, 인건비 등으로 쓰다 투자금 떨어질 때쯤 미련없이 기업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며 아울러 벤처기업이 각광을 받던 시기에도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 하며 기업과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는 많은 SI 분야 및 IT 운영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IT 전문가들의 가치도 높이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0년 닷컴 붐 시기에도 그랬고 2020년 팬데믹 투자 붐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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