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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국산 ERP 벤더의 성장 조건에 대한 소고(小考)

2021.04.06 정철환  |  CIO KR
전세계 ERP 시장의 규모는 2019년에 940억달러 (한화로 약 10조원) 규모이며 2021년은 953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참고자료). ERP 시장 점유율 1위 벤더인SAP의 점유율은 6.8% 이며 2위 및 다른 벤더와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참고자료). 2위는 오라클이며 그 이하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있고 국내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여러 벤더들이 비교적 큰 차이 없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기타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국내 ERP 시장은 2019년 기준 3,200억원 규모이며 1위 벤더는 31.6%를 차지한 SAP이며 2위가 19.2%를 차지한 국내 벤더이다(참고자료). 국내 ERP 시장은 SAP가 주요 대기업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고 중견 및 중소기업 시장에서는 국산 ERP가 강세인 형상이다.

이러한 시장 구도는 SAP나 국내 ERP 벤더 모두에게 숙제를 안겨줬다. SAP의 경우 시장의 확대를 위해 SMB(small and medium business, 중견 및 소기업) 시장으로 영업 확대가 필요하게 되었고 국내 ERP 벤더 역시 차세대 성장을 위해서는 SAP가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 사항이 된 것이다.

SAP의 경우 S4/HANA로의 업그레이드라는 기존 고객 시장이 있어 SMB 기업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이진 않으나 국산 ERP 벤더의 경우 사업 확대 및 큰 폭의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 시장으로의 진출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산 ERP 벤더가 대기업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한마디로 중소기업의 ERP 시장과 대기업 ERP 시장의 근본적인 차이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회계 업무를 중심으로 인사/재무/판매/재고 등의 단위 업무를 시스템의 큰 변화 없이 기존 패키지를 소수의 인력이 사용하는 상황이다. 반면 대기업은 ERP 도입 시 자사의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큰 폭의 시스템 변경을 하게 되며 시스템의 적용 영역 역시 전사 프로세스 전체에 걸쳐 업무 깊숙이 적용한다. 또한 시스템의 사용자 수가 많으며 시스템 운영을 위해 별도의 조직이나 또는 IT 아웃소싱을 통한 운영조직을 활용한다.

따라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ERP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다양한 산업군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ERP 패키지 내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제조업 분야는 물론 유통, 서비스, 금융, 공공 등을 대상으로 업무의 기준이 되는 표준 및 프로세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 표준 프로세스를 제공하되 각 기업의 업무 환경과 특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기능과 이를 지원하는 개발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표준 프로세스가 있으면 ERP 도입 시 도움은 되지만 이를 세부적으로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튜닝할 수 있어야 하기에 ERP 시스템 내부에 자체적인 개발 및 테스트, 버전관리, 배포통제 환경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강화된 회계법 상의 내부통제 기준 충족을 위해서도 이 부분은 더욱 중요하다.

셋째, 파트너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의 ERP는 한번 도입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따라 수시로 새로운 기능 개발이나 기존 기능의 변경이 필요하다. 이를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IT 아웃소싱 조직을 통해 수행한다. 

그런데 국산 ERP 벤더의 경우 지금까지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 경험으로 인해 모든 ERP 패키지의 기능 변경을 벤더사에서 중앙집중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는 도입 이후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 벤더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대기업을 대상으로 ERP를 공급하게 되면 24*7 상황에서 요청되는 긴급한 대응 요청을 벤더에서 모두 대응할 수 없다. 필수적으로 대기업과 IT 아웃소싱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IT 서비스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두번째 이슈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강화된 내부통제 및 국제 무역 관련 제도 등 대기업이 항상 민감하게 여기는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한 확실한 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SAP의 경우 초기 대기업 사이에 급속하게 도입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SAP ERP는 전세계적으로 시스템 데이터에 대한 무결성과 내부 감사 기록의 완전성에 대한 신뢰가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수출이 많은 기업에서 ERP를 사용할 때 반덤핑 관련 제소가 제기된 상황에서 기업의 ERP가 SAP 인 경우 제출 자료에 대해 상대방이 인정해줬다. 또한 2019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내부통제 및 ITGC 강화에 따른 ERP의 사용자 통제 및 검증 로그 요건 등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국내 ERP 벤더는 최근 해외 진출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세계 ERP 시장에서 아직까지 국내 ERP 벤더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리고 해외 진출시에도 본 칼럼에서 언급한 사항들은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국내 ERP 벤더는 지금까지 성장하고 수익을 거두었던 기존의 방식을 재고하고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대기업 시장 진출과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글로벌한 소프트웨어 패키지 회사 하나 없는 상황이다. 국내 ERP 벤더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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