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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潭 | 나비효과 - 나비가 되자

2015.03.11 박승남  |  CIO KR


理論과 異論 ②

‘왜 이렇게 막히지?’
얼마전 토요일에 오전 일찍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막힐시간이 아닌데 이상하게 한남대교전부터 정체가 심해졌습니다. 지나가다보니, 반포대교 아래에 올림픽대로와 한강변 도로가 바로 붙어있는 부분이 있는데, 마라톤행렬이 그 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운전하는 분들이 마라톤 구경하느라 아주 잠깐 속도를 줄인 것일텐데, 그 여파가 한남대교까지 미치고 있었습니다. 도로를 운전하다보면, 아니 일상생활에서 정말 사소해 보이는 것이 때로는 큰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비효과’가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비효과는 기상관측을 연구하던 중에 처음 이야기된 효과로, 초기치의 미묘한 차이가 크게 증폭되어 예상밖의 결과를 나타낸다는 이론입니다. 이 용어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의 강연 제목인 '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현상을 설명할 때 나비가 아니고 갈매기였는데, 시적표현을 위해 나비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나비효과를 이론화한 것이 ‘카오스이론(Chaos Theory)’인데, 카오스 이론은 작은 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엄청난 결과를 낳기도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예측 불가능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나름 어떤 질서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질서정연한 무질서’라는 표현도 쓰입니다.
이 이론을 키워드로 요약해보면 ‘작은 변화’, ‘큰 차이’, 그리고 ‘예측 불가능’인데, 카오스이론을 보다보면 서구과학과 동양철학이 겹쳐짐을 느끼게 됩니다.

나비효과의 사례는 여러곳에서 찾아볼수 있습니다.
‘못’하나가 없어서 ‘나라’가 망했다는, “못이 하나 없어서 말굽이 빠졌네/ 말굽이 빠져서 말이 도망갔네/ 말이 달아나서 전투에 패배했네/ 전투에 패배해서 왕국도 빼앗겼네/ 못이 하나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네.” 영국 민요도 나비효과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우화적 표현이고,
2000년 미국대선때, 미국 플로리다주에 노인을 위한 새로운 투표용지를 도입했는데, 투표자의 혼란을 불러와 수 많은 무효표가 생겼고, 특히 고어 후보가 많은 표를 잃고, 플로리다주에서 패배하고, 대선에서 부시후보가 아슬아슬하게 당선되고, 공화당주도의 강경한 대외정책이 진행되고, 9.11사태가 벌어지고…
투표용지 양식의 변화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현대 역사를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는, 회사에서 부진했던 한사람이 머리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헤어스타일에 대한 칭찬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이에 따라 업무성과가 향상되고, 궁극적으로 회사에서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이 언급이됩니다.

SNS상에서는 더 많은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누군가 장난삼아 올린 ‘수원역 로데오사거리에서 살인사건이 생겼다는’글이 실시간 검색상위권에 오르고, 사실인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그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이런 나비효과와 카오스이론에 대하여, 경영사상가들은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세상은 우연이 지배하는 카오스 체계다.’ ‘비즈니스의 미래를 단 하나의 결과로 예측하지말고 다양한 결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예측의 핵심은 다양한 예상을 해보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 놓이면서 기업에서는 홍보, 경영, 마케팅전략에서도 나비효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IT측면에서 보면 빅데이터는 수많은 나비의 날개짓을 수집해서 유의미한 예측을 뽑아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우리는 기업에서, 개인에서도, 기술적으로도 다양하게 나비가 일으킨 효과를 분석하고 영향을 예측해 왔습니다.

이 이론에 대하여 다르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비효과에 대하여 분석하고 활용도를 연구하는 수동적 객체가 되기보다는,
나 자신이 나비가 되는 것입니다.

작은 날개짓이어도 나비처럼 능동적 주체가 되어서 변화를 시작하고 주도하는 나비가 되는 것.
부정적인 일을 할 때는 ‘나 하나쯤이야’와 긍정적인 일이 어려울때는 ‘나 하나가 뭘…’이라는 생각을 접읍시다. 사람들은 인생을 바꿔줄 큰 것을 기대하지만, 변화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고, 영화 슬라이딩도어즈에서 처럼 1초 차이로 지하철을 타냐 안타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수도 있습니다.


나의 작은 친절함과 미소가,
나의 작은 솔선수범과 변화하려는 날개짓이,
선순환의 첫바퀴, 펌프의 마중물이 되어,
나를 바꾸고 회사를 바꾸고 사회를 바꿀수 있지 않을까요?

나비효과이론으로 거창하게 시작해서 바른생활 코스프레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 같지만,
어차피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니까,
나비가 되고, 토네이도도 일으켜봅시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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