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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어제를 버려라

2012.09.27 서기선  |  CIO KR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에 비유해 설명한다. 이 표현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진부한 느낌마저 든다. 나는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정보기술(IT)의 위력을 실감한다. 우선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인터넷부터 찾는 경우를 자주 본다. 또 내 아이들이 학교 숙제를 할 때에도 인터넷에서 답을 찾는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빅 스위치’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실체도 없는 인터넷을 신처럼 떠받드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 인터넷은 구조적인 결함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PC 시대를 연 소프트웨어 회사인 로터스를 설립한 미첼 케이퍼(Mitchell Kapor)가 잘 지적했다.

케이퍼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소화전에서 물을 받아먹는 것과 같다(Getting information off the Internet is like taking a drink from a fire hydrant)”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이 말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보탐색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구글에서 ‘Mitchell Kapor’를 쳐 넣으면 바로 수십 만 개의 웹사이트가 뜬다. 정보기술(IT)의 대가로서 케이퍼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뀐다. 구글이 연결해준 웹사이트 그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정보탐색을 소화전의 물에 비유해 설명했는지 그 배경을 소개하는’ 문구를 찾지 못했다.

이를 통해 나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즉, 정보는 잘 정리해서 이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진리를 확인한 것이다.

인터넷을 드나들 때 관문역할을 하는 네이버와 구글이 중요하다. 나는 이들 사이트에서 뉴스를 읽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이어 페이스북과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블로거들이 올린 글을 읽는 것은 물론 독자들의 댓글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내가 즐겨 찾는 웹사이트가 있다. 바로 한국경제신문 임원기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 ‘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http://limwonki.com)’다. 임원기 기자는 2007년부터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임 기자가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취재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블로그는 우리나라 기술 벤처기업들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포착해서 전달하고 있다. 정보의 세계를 탐험하는 나에게는 쉼터와도 같다.

임원기 기자는 신문에 기사를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바쁜 가운데 책을 쓰는 작가로도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가 쓴 책은 3권이다. 처음 선보인 책 ‘네이버, 성공 신화의 비밀’에 이어 ‘스티브 잡스를 꿈꿔 봐’‘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 등을 차례로 펴냈다.

여기에 한 권의 책이 보태졌다. 다산북스에서 나온 ‘어제를 버려라’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김 의장은 우리나라 최대 인터넷 기업(NHN)을 일군데 이어 최근 각광받는 모바일 서비스 카카오톡을 선보인 벤처 기업가다.

먼저 책에서 내가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을 소개하면,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라는 표현이다. 김 의장은 NHN을 떠나면서 자신(배)이 NHN(항구)을 떠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의장의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이 이 말 속에 들어있다고 나는 느꼈다. 인터뷰 대상자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해 전달하는 저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 책은 김 의장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보다 그가 왜 도전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졌는지, 성공한 뒤에 왜 다시 도전하는지 등을 들려준다.

김 의장의 도전은 서울대 재학 시절 후배의 하숙집에서 PC통신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PC통신의 매력에 빠져 3개월 남짓 후배 하숙집에 붙어살았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던 그의 진로는 여기서 바뀌었다. PC통신을 주제로 대학원 졸업논문을 썼고 삼성SDS에 입사해 PC통신 유니텔 개발팀에서 일했다.

유니텔은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유니텔이라는 ‘항구’에 머무르지 않았다. 1997년 “온라인에서 즐기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직장을 뛰쳐나와 온라인게임 회사를 차렸다. 창업자금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마련한 500만원이 전부였다. 더구나 당시는 외환위기 때였다. 그는 PC방 사업으로 초기 난관을 타개해 온라인게임 회사 한게임을 키워냈다.

그는 결정적 순간마다 승부사로 변했다. 창업 초기에 개발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PC방을 열어 돌파구를 마련했고, 한게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네이버컴과 합병하는 결단을 내렸다. 합병하는 조건이 그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네이버컴과 한게임을 합쳤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만 생각했다.

NHN 시절에는 일본 진출을 주도해 한게임재팬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007년 마침내 도전을 접어야 했다. NHN을 떠난 뒤 안식년을 갖기도 했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글로벌 시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단기간에 5,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전화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해 통신업계를 발칵 뒤엎어 놓았다. 유니텔에서 출발해 한게임과 NHN을 거쳐 카카오톡까지 달려온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와 NHN이 성장한 과정, 김 의장의 개인적인 인맥까지 꿰뚫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버무려서 한 편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나는 책을 잡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흥미진진하다’.

* 필자 서기선은 비즈니스 코리아, 정보기술, 전자신문 등의 IT 미디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IT 전문 칼럼니스트/저술가/전문 번역가다. 2008년 ‘대한민국 특산품 MP3 플레이어 전쟁’을 저술했고 지금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저술하고 있다. kssuh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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