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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어느 40대 프로그래머의 이야기…

2014.06.02 정철환   |  CIO KR
한달 전쯤 저의 페이스북 친구 분 한 분이 링크해 올린 글이 있었다. 링크의 제목은 ‘저는 40대 프로그래머입니다’였다. 링크를 따라가보니 내용인 즉 자신은 올해 40대가 되는 프로그래머인데 이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회사를 옮기고 싶은데 잘 안되고 프로그래머로서 계속 일할 수 있는지 막막하고 후회가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작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본문 내용이 아닌 무수히 많이 달린 댓글들이었다. 어떤 댓글은 ‘40대가 될 때까지 자신이 스스로 능력을 키워놓지 않았기에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라는 것도 있었고 다른 댓글에서는 ‘우리나라의 프로그래머 근무 환경과 인식에 문제가 있기에 그런 것이다’라는 글도 있었다. 글 올리신 분을 나무라는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처지에 공감하는 글이 많았다. 필자 역시 아직까지는 40대라는 세대 영역을 공유하고 있기에 남의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40대 직장인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그리고 특히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40대에게 과연 어떠한 의미일까?

우선 먼저 질문을 하나 해보자. 대한민국에서 프로그래머는 육체적 노동을 하는 직업일까? 아니면 정신적 노동을 하는 직업일까?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보고 내려야 하는 답은 ‘프로그래머는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직업이다’라는 것이다. 필자가 언급한 어느 40대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는 특정한 어느 한 분이 아닌 많은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이 처한 공통된 상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처지는 기업에 속해 있던 프리랜서로 일하던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래머로서 40대까지 활약하는 분들을 쉽게 만나기 어렵다.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에서도 30대 이하의 프로그래머를 선호하는 것을 보면 프로그램은 40대는 감히 할 수 없고 3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프로그래밍이 육체노동이니 경험이나 연륜은 별로 필요도 없고 그저 밤을 세울 수 있는 체력과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부리기 편한 아래 직급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라는 뜻이 아닌가?

대표적인 정신 노동, 다른 말로 지식 전문직들을 한번 살펴보자. 변호사는 법학 지식을 전문으로 법정에서 온갖 정보를 기반으로 변호업무를 담당한다. 의뢰인들은 젊고 경력이 짧은 변호사는 선호하지 않는다. 경험이 많고 연륜도 있는 변호사가 더 인기가 있고 수임료도 높다. 의사는 어떤가? 병원에 갔는데 젊은 의사가 담당하면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나이도 좀 있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의사가 담당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 외에 교수, 종교인, 정치인 등 전문적 지식노동을 하는 거의 대부분의 직업은 나이가 들수록 경험을 인정 받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력이 더할수록 역할이 더 커진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절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프로그래머는 지식노동자가 아닌가 보다. 그러니 40대까지 프로그래머로 남아 있으면 고뇌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지식노동이 아닌 육체노동인 대한민국에서는 미국이나 다른 소프트웨어 선진국과 같은 모습을 소프트웨어 산업에 기대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세계에서 통할 만한 수준의 자체 운영체제를 만들 수 없다. 또한 전세계 기업이 필요로 할 만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모바일의 전성기라는 요즘에도 변변한 자체 모바일 플랫폼도 가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업적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 육체노동자들만이 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인용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어느 분야에서 경지에 이르는데 필요한 준비 시간이 대략 1만 시간이며 이는 하루 3시간씩 꾸준히 한 분야에 노력할 때 10년 정도 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10년… 20대 후반에 프로그래머를 시작한다면 30대 후반에나 다다를 수 있는 경지인데 그러면 이제 그만 프로그램을 손에서 놔야 한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되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물론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 분 중에 50대임에도 아직까지 현역 프로그래머로 강연도 하시고 실무도 하시는 분이 계시다. 그 분은 진정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 그런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다. 대한민국이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 더 많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력을 쌓고 연륜을 쌓아 본격적으로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시기에 대부분 프로그래밍에서 손을 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필요로 하는 수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확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렇게 된 배경에는 프로그래밍을 단순한 작업 또는 아래 직급의 인력이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가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먼 배경에는 동양적인 전통 사상인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머는 관리자보다 나이가 적어야 관리하기 편하다는 생각, 프로그래머의 보수는 관리자보다 적어야 한다는 생각 등이 그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진짜 그런가? 필자 생각에는 그저 멋진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해야 할 일, 조직 내에서의 위치, 보수, 직급, 그리고 전문분야에 대한 적정성 평가까지 관련된 기준이다. 인구 분포에서 젊은 세대의 수가 계속 줄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일할 젊은 세대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수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충분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또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40대의 프로그래머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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