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완공 예정인 한 SK 계열사의 판교 IT 복합건물 임대 사업용 데이터센터로 활용될 것임을 시사하는 정황이 출현함에 따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편법 이용임은 물론, 장기적으로 임차 기업들이 부득이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SK 브로드밴드는 단지 검토 차원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SK 계열사 한 곳은 지난 2011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판교테크노밸리의 일반 연구용지 2만 6,616 제곱미터를 분양 받아,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의 2개 동 IT컴플렉스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의 이 시설에는 총 2,235억 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 시설을 위해 분양받은 일반 연구용지의 경우 연구용도로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IT 복합건물이 임대 사업용 데이터센터로 활용될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판교테크노밸리 용지공급지침서에 따르면, 용지는 국내외 R&D 등의 시설을 유치하는 '초청 연구용지', 연구집적시설이나 연구개발시설을 조성하는 '일반 연구용지', 지원 시설, 교육 시설, 창업 시설 등을 세울 수 있는 '연구 지원용지'로 구분돼 있다. 이 중 임대 사업과 데이터센터 기능이 거론된 용지는 연구 지원용지 뿐이다.
참고로 일반 연구용지의 경우 감정가의 50%에 분양됐으며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반면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수 있는 연구 지원용지의 경우 입찰로 분양받는 형식이기에 감정가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분양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판교테크노밸리 일반 연구용지 현황 (출처 : 판교테크노밸리)
이번 IT 복합건물이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에도 활용될 것임을 시사하는 근거로는 먼저 한국전력과의 수전용량을 시간당 3만KW로 계약한 점이 거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건물의 수전용량이 1만KW 이상이면 데이터센터로 분류하고 있다.
좀더 직접적인 근거도 있다. 지난 2월 진행한 기업설명회(NDR)에서 SK 브로드밴드가 구체적으로 이를 거론했다. 당 기업설명회를 정리한 문서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B2B 사업과 관련 "기존 3개 IDC 분량의 상면을 확보했으며, 4월부터 임차 및 장비를 설치하고 7월부터 영업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대신증권 김희재 연구원은 SK 브로드밴드에 대한 지난 2월의 매수 의견에서 이 시설에 대해 '판교 IDC'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는 "서초 1,2센터, 일산센터 3개의 IDC 가동이 90%로 매출 저체가 우려됐으나, 2014년 7월 판교 IDC(기존 3개 IDC를 합친 것과 동일한 규모)를 임대해 서비스 제공 시, 연간 약 10%의 추가 성장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 IT 복합건물을 임대 사업용 데이터센터 시설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보고서다.
"전례 없는 사례... 입점 업체에 잠재적 리스크 요인"
판교 IT 복합건물의 IDC 활용 가능성에 대해 IDC 사업 경쟁사들은 반발하는 양상이다. 또 만약 임대가 이뤄진다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입주한 고객들의 경우 위험 요인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동종 업계 관계자는 "만약 IDC로 개소한다면 판교테크노밸리 용지공급지첨서를 위반한 것임은 물론 고객에게도 피해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데이터센터 어떤 곳도 연구용 부지를 분양 받은 후 상업용 임대 시설로 전용된 바 없다"라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판교 디지털밸리를 담당하는 경기도청에 제출된 컨소시엄 사업 계획에는 22.2% 상당의 임대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즉 22.2% 면적에 대한 임대는 양측이 이미 합의한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22.2% 이상의 면적에 대해 임대가 이뤄진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이에 대해 판교테크노밸리 임종빈 팀장은 "지정 용도와 비율을 위반할 경우 계약 혜지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 "판교테크노밸리 홈페이지를 통해 용도와 현황을 고지하고 있다. 만약 계약이 해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SK 브로드밴드 "단지 문의만 있었을 뿐"
그러나 해당 SK 계열사와 SK 브로드밴드는 이번 논란에 사실과 다르다고 단언했다. 특히 사업 주체인 SK 계열사는 회사명이 거론되는 것조차 납득할 수 없다며 사명 언급을 거부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SK 브로드밴드가 임대 가능 여부를 문의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어떠한 계약도 진행된 바 없으며 계획된 바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정 용도를 벗어나 활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SK 브로드밴드도 목소리를 같이 했다. 문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여러 IDC 확충 계획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설명회나 증권가 리포트 등과 관련해서는 단지 가능성을 언급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회사의 임영석 매니저는 "애널리스트 대상 NDR에서 일부 언급한 적은 있지만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IDC 추가 구축 계획에 있어 법적인 문제 소지가 있는 장소는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Surfsh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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