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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스킬 / 인문학|교양

서평 | 안철수 생각

2012.08.29 서기선  |  CIO KR
올림픽 경기를 보며 즐거워하던 국민들은 최근 다시 현실의 문제로 돌아왔다. 특히 코앞에 닥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은 여당과 야당의 후보들을 젖혀놓고 아직 출마를 결심하지도 않은 ‘안철수 교수’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잘못됐을까.

나는 안철수 교수의 팬이다. 당연히 안 교수의 행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져왔다. 나는 오래전부터 안 교수가 쓴 책은 물론 그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과 인터뷰 기사 등도 꼼꼼하게 읽고 있다.

오랫동안 안랩에서 대외청구(홍보팀장) 역할을 담당했던 박근우 씨가 쓴 책(안철수 He Story)을 읽고 칼럼을 쓴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러나 내가 가졌던 안 교수에 대한 궁금증은 줄어들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안 교수를 모셨던 저자는 책의 제목에 ‘그’를 내세워 객관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책을 펼치면 ‘잘 연출된 주인공’을 대하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이어 심리학자인 이경희 씨가 쓴 책 ‘안철수의 착한 분노’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안교수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안 교수에게서 심리학 이론인 에니어그램에서 설명하는 '평화주의자(The Peacemaker)’의 모습을 봤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안 교수의 책을 모두 읽고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어록까지 조사^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안 교수의 높은 인품에 매료됐다”고 털어놓았다. 저자는 오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안 교수가)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료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또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안 교수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잘 포착해 전달하고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행동을 수반하는 지도자의 말과 글’이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갖는지 실감했다.

안 교수는 누구보다도 책을 중요한 매개체로 인식하는 지도자다. 그는 처음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컴퓨터잡지에 글을 연재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쓴 경영 에세이 등의 글을 묶어 책을 펴냈다. 안 교수는 이 과정에서 최신 정보를 수집, 가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키웠다.

안 교수가 최근 제정임 세명대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안철수의 생각’은 안 교수가 예전에 썼던 저서들과 큰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안 교수의 최근 관심사가 소프트웨어(SW)와 정보기술(IT)을 크게 넘어선 것을 반영하고 있다. 안 교수는 이 책에서 부의 분배 등 경제와 복지, 그리고 외교와 국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책은 서점에 선보이자마자 ‘안철수 교수의 선거 공약집’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미 20만권이 팔렸고 55만권이 배포됐다고 출판사 관계자는 밝혔다.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안철수의 생각’을 읽고 안철수에 반했다”로 소감을 적었다. 이어 “한 마디로 말해 잘 구성된 책”이라며 블로그 독자들에게 “꼭 사서 읽어보라”고 권했다.

신문과 방송 등 대중 언론매체 종사자들은 대부분 그 반대편에 서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의 논설실장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 정규재TV가 ‘안철수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정 실장은 팟캐스트의 제목에서부터 ‘생각없는 안철수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정규재 실장은 “‘안철수 생각’을 읽어보면 이런 정도의 수준을 갖고 대통령에 출마하고 국민들, 어린 친구들의 지지를 상당부분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당혹감을 느낀다. 안철수는 나 같은 사람들의 주장에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기가 찬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서 얘기는 들었고, 좋은 말은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이 없다”고 혹평했다.

한 소장이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했다면, 정 실장은 논리적으로 책의 내용 중에 허술한 부분을 꼬집고 있다. ‘안철수 생각’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안철수 교수가 일반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다는 뜻도 된다.

안철수 교수의 부상에서 우리는 ‘새롭게 출현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벤처기업 경영자와 교수로 활동하던 안 교수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구체적으로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2009년 6월)에 MBC방송의 오락프로그램(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그 후 안 교수는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전국의 대학생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그 경험을 책으로 소개한 후 다시 방송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활동무대를 넓혀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안 교수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안 교수 성공의 토대가 된 안랩은 물론 KAIST와 서울대에서 안 교수가 담당한 수업과 행정업무에서 안 교수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교수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갖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어줍지 않게 글을 쓰는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분명하게 ‘나의’ 의견을 보태고 싶다. 우선 ‘안철수 교수는 경제가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기업들을 옭아 메고 있는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단순한 행정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다.

나는 또 정보기술(IT) 기업으로서 안랩의 위상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랩은 우리나라 컴퓨터 보안 산업을 일으킨 최고의 소프트웨어(SW) 회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명성에 걸 맞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을 나는 요즈음 자주 만난다.

2008년 여름에는 안랩 전산망이 해커들의 놀이터가 된 적도 있었다. 안랩 전산망에 해커들이 침입한 것을 기술 분야에 정통한 블로거들이 먼저 파악하고 구멍이 난 곳을 안랩 직원들에게 알려준 것. 이는 그 해 여름 블로거들 사이에서 ‘최고의 뉴스’로 회자됐다.

안철수 교수의 최근 행보를 나는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 필자 서기선은 비즈니스 코리아, 정보기술, 전자신문 등의 IT 미디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IT 전문 칼럼니스트/저술가/전문 번역가다. 2008년 ‘대한민국 특산품 MP3 플레이어 전쟁’을 저술했고 지금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저술하고 있다. kssuh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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