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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잡은 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2015.02.02 정철환  |  CIO KR
‘잡은 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여러 상황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회사에서 IT를 운영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다. 바로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특정 벤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이다. 물론 특정 벤더에 종속되는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특정 벤더 위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 지원체계도 일원화되고 문제의 발생소지도 적어지며 시스템 통합 및 연동이 용이하고 안정성도 향상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IT 운영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사실이 아닌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바로 비용 증가와 함께 시스템 운영상의 자율성과 변화의 폭에 제약을 받는 다는 것이다. 즉 운영상의 편안함을 얻는 대신 비용 증가와 선택의 자유를 잃게 되는 셈이다.

좀 더 살펴보면 기업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특정 벤더에 종속되게 되면 우선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때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매년 운영을 위해 지불되는 비용이 벤더의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해도 이를 회피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처음에 벤더에 종속되는 시스템 구축을 결정할 때 근거가 되었던 여러 장점들도 시간이 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다. 물론 기업에 따라서는 여전히 신뢰하는 벤더가 있고 그 벤더의 솔루션만을 고집하며 이에 만족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어느 순간부터 벤더 종속이 족쇄로 느껴질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IT 운영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벤더 종속의 문제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하드웨어 분야부터 한번 생각해보자. 클라이언트 서버 기술이 등장하고 IT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는 무수히 많은 하드웨어 벤더들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 DEC, WANG, Tandem, Compaq 등의 기업은 물론 지금의 IBM, HP, SUN 등 많은 하드웨어 기업들이 다양한 서버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수합병으로 하나 둘 사라지고 현재 시장엔 2,3개의 업체만이 하이엔드 급 서버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UNIX 기반의 하이엔드 급 서버는 벤더 종속 여부를 떠나 선택의 폭 자체가 거의 없는 셈이다. 따라서 하드웨어 측면에서 벤더 종속을 피하고자 할 때 유일한 대안은 산업계의 표준에 가까워진 x86 계열의 서버를 선택하는 것이다. 인텔의 CPU에 의지하고 있지만 거의 표준화되어 있어 벤더 별 차이가 크지 않아 다양한 벤더의 서버를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하이엔드 서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고가용성 구성 측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도입 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아키텍처 구성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하드웨어 환경은 x86기반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얹어 서버 풀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하면 고가용성 아키텍처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의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기업 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플랫폼을 표준화해야 앞서 말한 하드웨어 아키텍처의 표준화에 따른 장점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측면은 이미 많은 부분 벤더 종속으로부터의 탈출이 이루어진 영역이다. 운영체제와 미들웨어, 웹 서버 등은 이미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가 잘 발달되어 있는 분야이기에 오픈소스 전략을 검토해 볼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의 경우에도 오픈소스 기반의 데이터베이스 외에 기존 상용 데이터베이스와 호환성을 목표로 출시 된 것들도 있다. 다만 기업에서 도입 시 오픈소스에 대한 지원체계의 신뢰성 미흡은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필자는 벤더 종속으로부터의 본격적인 탈출이 가능한 시점을 ERP 소프트웨어인 SAP을 미션 크리티컬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x86서버 아키텍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7년 전과 2년 전 각각 두 차례에 필자가 SAP 서버환경 업그레이드 시 검토한 바에 따르면 당시에는 그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향후 3년 후 다시 한번 서버 업그레이드 기회가 있을 터인데 이때도 여전할 지, 아니면 그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환경을 벤더 종속에서 탈피하여 구축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의 벤더 종속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경우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PC 환경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 제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에 대해 검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ERP나 기타 패키지 소프트웨어 영역은 당분간 리딩 벤더의 영향력이 유지될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에 따라 국내에도 클라우드 기반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선택폭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개념으로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등장이 눈에 띈다. 아두이노가 대표적이지만 아직까지 기업에서 활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IoT의 성장과 모빌리티의 확산에 따라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에서도 적용 가능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솔루션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벤더 종속으로부터의 탈출이 꼭 좋은 면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분야에 따라, 업종에 따라, 또는 기업의 환경에 따라 벤더 종속을 불편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가진 우수한 벤더의 플랫폼 하에서 안정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어느 순간 벤더 종속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다른 가능성에 대한 검토 및 시험적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벤더의 종속을 유지할 지 아니면 탈출할 지 결정하는 것 역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넓은 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와 그물 안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물고기 중에서 어떤 물고기가 되고 싶은지는 물어보나마나 한 질문이 아닌가?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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