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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21세기 자본'과 IT

2014.07.01 정철환   |  CIO KR
딱딱하고 재미없는 경제학 서적이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가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잘 알려진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인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다. 이 책은 20세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부의 분배와 불균형, 그리고 부의 소수 집중에 따른 양극화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의 양극화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부의 양극화는 여러 신문기사에서 지적하였듯이 시간이 갈수록 더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극화를 IT 영역에서는 살펴보면 어떠한 상황인가? 이번 달 칼럼에서는 IT 분야에서의 양극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때 필자가 엔지니어 생활을 하던 90년대에는 탠덤이라는 서버가 있었다. 당시까지는 하드웨어가 안정적이지 못해 운영 중 하드웨어 장애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던 시절이었는데 탠덤에서는 모든 하드웨어 구성을 완전히 이중화 한 제품을 출시하였다. ‘무정지 시스템’ 이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었던 회사였다. 그 외에도 DEC, 피라미드, 왕 등 여러 서버 회사들이 다양한 시스템을 출시하고 있었다. 오늘날은 어떤가? 필자는 기업에서 IT시스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서버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중대형 서버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한 손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는다. 예전의 수 많은 서버 기업들이 인수합병 또는 폐업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어떤가? 소프트웨어 역시 1990년대에는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개발도구 및 데이터분석 분야 등 각 분야마다 여러 기업들이 솔루션을 출시하였다. 그러나 IT 시장이 침체되면서 2000년 이후 10여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몇몇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 인수합병이 되면서 사라졌다. 이제 소프트웨어 분야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수가 줄어들었다.

이렇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가 줄어든 것의 원인으로는 우선 전반적으로 IT 시장이 침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모바일 분야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분야이다. 하지만 모바일 분야를 살펴봐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동일하다. 블랙베리나 모토롤라, 그리고 한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던 HTC 등의 기업들의 몰락을 보면 소수의 기업에 수요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침체된 시장 때문 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지만 다양한 단말기 제조 회사가 각축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단말기 제조사가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침체된 시장분야가 아님에도 왜 이런 소수 기업 집중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소위 승자독식이라는 논리가 IT분야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양극화가 벌어지는 이유가 자본의 수익률이 노동의 수익률을 상회하기 때문에 자본을 가진 계층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부가 많이 축적이 되어 양극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처럼 IT분야에서는 시장에서 1위를 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몰려서 1위 기업은 점점 더 성장하고 2위 이하의 기업들은 몰락하여 결국 1위 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또는 도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보도된 소프트웨어의 특허권 강화 정책은 안그래도 소수에 집중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더욱 더 소수에 집중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특허권이 강화되면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특허 공세에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지적 창의력을 핵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소수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발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승자독식에 따른 양극화는 궁극적으로 IT 소비계층에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 당장 기업에서 서버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할 때 검토 가능한 솔루션이 몇 가지나 되는가? 선택의 폭이 좁다보니 사용자입장에서는 유리한 협상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하드웨어 분야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 분명하다. 매년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폭으로 인상되고 있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년간 라이선스 유지비용이 바로 그런 문제점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단순한 협상 대안 및 운영비용 차원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향후 소수의 IT 벤더들에게 모든 기업들이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심화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드웨어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는 일단 사용을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에서 다른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로 PC의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라. 기업에서 핵심 정보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ERP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이제 거의 두 개의 기업이 시장을 나누어 분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의존성은 더욱 더 깊어질 것이다.


문제는 IT 분야의 이러한 양극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추세를 변화시킬 효과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분야에서의 양극화에 대한 피케티 교수의 해결방안은 전세계적인 부유세의 신설과 고소득층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를 주장하고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과 마찬가지로 IT분야의 양극화 역시 해결책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또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향후 소수의 IT 벤더들에 의해 모든 기업의 운영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당장 부의 집중에 따른 양극화의 문제점을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IT 분야의 소수 집중 및 양극화에 대한 문제점을 느낄 수 없다고 해도 이에 경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여야 할 때는 아닐까? 그리고 당장은 비용 대 효과 측면, 편익 측면에서 불리할지 몰라도 소수 집중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IT 소비자 전체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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