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등장한 최고의 영웅은? 그리고 최악의 바보는?

영웅: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스노든은 NSA의 감시 프로그램 운영과 그에 대한 사법부와 입법부의 묵인을 폭로하고도 아직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르며 저널리즘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스노든의 폭로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진짜' 영웅이라면 미국에 머무르며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산업 감시 체계를 폭로한 많은 내부 고발자들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스노든의 행동은 충분히 영웅적인 사례로 평가해도 될 것 같다.

바보: 엘론 머스크(Elon Musk) 페이팔(PayPal)의 공동 설립자이자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의 CEO인 이 억만장자가 보여준 섹시한 전기 자동차와 우주 여행에 관한 구상에 많은 이들이 환호를 보냈다. 그러던 중 전쟁이 시작됐다. 어느 날 아침 뉴욕타임즈에 자신들의 슈퍼차저 스테이션(supercharger station)과 관련한 악평이 실린 것을 본 머스크는 해당 리뷰어를 거짓말쟁이라 비난하며 곧바로 반박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테슬라 모터스가 제시한 자료는 그들에게 유리한 자료들만을 선별해 작성된 것이었고, 이 일로 머스크는 온 몸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아내야 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대중의 비난 중에서는 테슬라 모터스의 방식을 잘못된 리뷰에 대한 멋진 대응책이라는 옹호 여론도 일부 있었다. 어쨌거나 결론 내리자면, 전기 자동차의 연비는 ‘그때 그때 달라요~.’

영웅 : 존 맥아피(John McAfee) 백신 소프트웨어의 전설이자 이웃을 살해한 살인자(개인적으론 함정에 빠진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쩌면 벨리즈의 정글에서 (조금은 불법적으로) 생약을 제조해왔을지도 모를 인물, 이도 아니라면 심장 마비를 가장해 사법망을 빠져 나갔을 수도 있는 인물. 이 모두는 존 맥어피를 지칭하는 이야기들이다. 분명한 것은, 그에게 몇 덩이의 코코넛만 있었더라면 죽여주는 피나 쿨라타가 탄생했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는 또 IT사업가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입욕제를 흡입하는 요가 수련자로 변신한,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맥아피 백신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NSFW 패러디 비디오도 꼭 한 번 볼 것을 추천한다. 아, 필자도 노년에는 맥아피처럼 살아보고 싶다!

바보 : 글래스덕후(Glassholes) 첨단 안경을 쓴 허여멀건한 남자보다 ‘멍청이'처럼 보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 물론 엄청난 연봉을 자랑하는 테크노 일루미나티(techno-Illuminati)의 일원은 예외다. 그들에게는 이 안경을 쓰는 일이야말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다운 일이니까. 그런데, 이 안경으로 대중의 사생활이 위협 받는다면?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에 매료된 오타쿠들은 이 역시 기술의 발전을 위한 대가라고 변명한다. 지난 7월 4일 뉴저지주 와일드우드에서 한 글래스덕후가 공공 장소에서 어떤 이가 체포되는 모습을 (구글 글래스로) 촬영해 논란이 됐을 때에도 필자는 사실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 영상을 본 크리스 바렛은 만일 그가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그 영상을 촬영했다면, 분명 한 대 얻어맞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필자도 백번 동감하는 바이다.

영웅 : 킴 닷컴(Kim Dotcom) 메가 다운로드(Mega Download)를 설립하며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킴 닷컴은 지난 1월 ‘메가(Mega)’라는 단순한 이름의 새로운 온라인 벤처를 시작하며 미국과 뉴질랜드 정부에 멋진 복수의 한 방을 날렸다. SWAT 팀이 콜롬비아 마약왕을 잡는 듯한 기세로 오클랜드 외곽에 머무르던 그를 체포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이후 닷컴은 대부분의 법정 소송에서 승소했고 사법관들의 무딘 칼날을 비웃기라도 하듯 훨씬 견고한 암호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새로이 출범했다. 이 서비스가 성공할지, 아니면 메가 다운로드의 전철을 밟아 공중 분해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어쨌든 킴 닷컴의 대담함에는 박수를 보낸다.

바보 : 완다 리 안 포드구르스키(Wanda Lee Ann Podgurski) 완다 포드구르스키는 또 누구일까? 바로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주 법원으로부터 29개의 중범죄 혐의에 유죄 판결을 받고 도주한 보험 사기범이다. 포드구르스키가 붙잡힌 과정 역시 그녀의 멍청함을 잘 보여준다. 포드구르스키는 자신의 유일한 트위터 팔로워인 샌디에고 검사 바니 듀마니스에게 6월 6일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라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는데, 그 말이 씨가 되었는지 결국 붙잡혔다. 지난 주 로스엔젤레스 경찰청(LAPD) 첨단 범죄 수사대는 트위터 계정의 ‘지오태그'를 통해 멕시코에 위치한 포드구르스키의 은신처를 추적, 체포한 다음 미국으로 호송했다. 올 해 60세인 포드구르스키는 앞으로도 30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완다(Wanda)는 더 이상 도망다니지는(Wander) 못하게 됐다.

영웅 : 판사 오티스 D. 라이트 2세(Otis D. Wright II) 라이트는 프렌다 로(Prenda Law)의 연이은 추잡한 포르노 소송에 제동을 걸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말이다. 게다가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통해 포르노를 공유한 이용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프렌다의 수작에 대해 영화 ‘스타 트렉’의 대사를 인용한 판결을 내리며 ‘영웅’의 지위를 얻었다. 라이트는 판결문을 통해 연방 검사들에게 “이 사기꾼들을 비행선 구금실에 가두고 지구 궤도 밖으로 날려버리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보 : 숀 파커(Sean Parker) 예전 마스터카드 광고 문구가 기억나시는지? "오래된 숲 속에서 ‘반지의 제왕’을 테마로 한 결혼식에 드는 비용 : 500만 달러. 스스로 야기한 환경 오염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캘리포니아 해안 위원회에 내야 하는 금액 : 250만 달러. 부정적 언론 보도가 어떻게 자신의 역겨운 과소비 취향을 헐뜯었는지 투정하는 내용으로 1만 단어 길이의 에세이 출간하기 : 가격 미정.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겸손도 분명 그 중 하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