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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SW 발전의 원동력 벤처, 왜 국내에서는 힘을 못 쓸까?

2012.05.03 정철환  |  CIO KR
지난 4월 9일, 미국의 페이스북이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인수 당시 전체 직원은 9명 정도라고 한다. 가입자수는 전세계적으로 2,700만 명 정도라고 하며 필자도 앱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기업을 키워서 10억 달러에 팔았으니 창업자로서는 정말 대박이 난 것이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기업을 키워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에 IPO를 하는 길이다. 우리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보다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SAP 등은 성장하여 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경우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적당한 성장 단계에서 매각되어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과 IBM, SAP 등의 거대 IT기업들은 수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인수합병하여 오늘날에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간의 인수합병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젊음을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사정은 어떤가?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카카오톡은 이미 가입자수가 4200만 명에 하루 순 방문자 수가 2,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인스타그램을 뛰어넘는 성공 모델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수익모델이 없어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유사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서비스할 궁리만 하고 있다. 1990년대 말 벤처 활황기에 수 많은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 중에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되어 오늘날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나?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는 반대로 차라리 코스닥에 상장을 하는 벤처 기업은 있을지언정 대기업에 높은 가격에 인수합병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미국이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을 고가에 인수하는 이유는 벤처기업이 이룬 성과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그 가치를 인정하기 보다는 자본력을 동원하여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쪽을 선호한다. 결국 벤처기업의 참신함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벤처기업은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고 그 이후 대기업에서는 벤처와 같은 분위기에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어발식으로 확장할 때 벤처기업을 정당한 가격에 인수, 합병하여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적극 추진한다면 많은 벤처기업들이 창업될 것이고 그 중에는 정말로 쓸만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이며 이런 벤처기업을 다시 정당한 가격으로 인수한 대기업은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불렸다. 필자도 그 무렵 벤처관련 비즈니스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수 많은 젊은 인재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바랬던 것은 불로소득이 아니었다. 밤을 세가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람을 추구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많은 기업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경영자의 미숙함 또는 부실경영, 머니게임, 그리고 경쟁력 약화로 하나 둘씩 쓰러져 지금은 남아있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 그 중에 하나가 ‘아이러브스쿨’이다. 어떤 이들은 페이스북을 보고 ‘아.. 이거 예전에 아이러브스쿨과 비슷하네?’ 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이 서비스를 대기업이 적당한 단계에서 인수하여 계속 발전시켰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대부분은 초기 성장 단계를 지나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벤처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조직 운영 능력과 경영 능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 시기가 대기업의 인수가 요구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대기업은 자체적인 비용투자 없이 검증된 사업모델을 인수하여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벤처기업은 다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할 수가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그렇게 발전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오라클도 SAP도 페이스북도 그리고 구글도 초창기에는 4~5명이 모여 시작한 기업들이다.

향후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현재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은 다른 후발 국가의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규모의 제조 기업을 새롭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시장환경이 성숙된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지식산업이고 창의적인 산업이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2년도 안된 10명 미만의 기업이 성공신화를 만들고 있다. 성공모델이 있다면 그 수가 비록 적을지라도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자체적인 노력만 강조하지 말고 벤처기업과의 공생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면 어떨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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