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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ㅣ구글이 말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진실

2020.06.01 JR Raphael  |  Computerworld
구글이 아마 밝히고 싶지 않은 진실이겠지만 정말로 구매해서는 안 되는 안드로이드 하드웨어가 있다. 바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다. 

안드로이드의 관리 주체로서 구글은 난처한 처지에 놓일 때가 많다. 안드로이드 플랫폼 전반에 걸쳐 구글만의 우선순위가 있고 자체적으로 원하는 구글 생태계 발전 방향이 있는 반면에, 해당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서드파티 제조사들의 니즈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의 니즈와 구글의 우선순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구글은 기기 제조사의 이익에 반하는 말은 일절 하지 않으면서도 자체적인 계획을 추진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곧장 본론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구글이 솔직하게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올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mohamed_hassan (CC0)

꺼내 놓기에 꽤 무거운 주제이고 안드로이드 관련 칼럼에서 언급하기에는 좀 우스운 내용인 것도 알겠지만 오랫동안 쌓여 왔던 얘기다. 그동안 주의 깊게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그리 놀랄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어색한 행보
현재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루기 전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기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중에서도 특히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시작이 복잡한데, 그 어색한 시작에 대해 알아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초창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큰 화면’ 형태로 존재하게 할 적절한 방법이 없었다(큰 화면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초기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지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 마련이다). 

2010년 애플이 아주 멋지고 혁신적인 ‘아이패드(iPad)’를 처음 공개하자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은 태블릿 PC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절박함을 느끼고 어설픈 대책을 서둘러 내놓기 바빴다.

주요 제조사 중에서 삼성은 '갤럭시 탭(Galaxy Tab)'을 서둘러 선보였다. 이는 안드로이드 2.2가 탑재된 7인치 태블릿으로, 작동 방식은 스마트폰과 똑같았다. 어떤 경우에는 원래 갖고 있던 SIM 카드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도 있었다. 즉 그냥 크기만 커진 스마트폰에 가까웠다.
 
ⓒSamsung

이듬해 초 구글은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3.0 허니콤(honeycomb)’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안드로이드가 ‘큰 화면’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마련됐다. 뒤이어 '모토로라 줌(Motorola Xoom)'을 비롯해 진정한 의미의 안드로이드 태블릿들이 출시됐다.

사실상 안드로이드 3.0은 새로운 모바일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프레임워크였다. 커진 화면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핵심 안드로이드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재설계됐고 생산성을 염두에 둔 완전히 다른 환경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애플이 이미 아이패드로 파란을 일으킨 가운데 구글은 새롭게 확장된 환경에 개발자들을 빨리 참여시키지 못했고 원래의 비전에서 멀어지면서 집중력을 급격히 잃었다. 결국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는 개념을 전혀 진전시키지 않은 채 시들게 내버려 뒀다.



구글은 애당초 안드로이드 앱과 운영체제 자체가 태블릿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이 점점 커졌고, 플랫폼 자체의 장점도 무수히 많았지만 태블릿 PC 시장에서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2016년 즈음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는 개념을 포기했다. 물론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품이 계속 존재하긴 했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발전시키거나 홍보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당시 구글이 선보인 ‘픽셀 C(Pixel C)’ 태블릿은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다음에 등장할 제품의 예고편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크롬북으로의 전환
2016년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사망 직전에 연명 치료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존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쇠퇴하는 가운데 구글의 크롬OS 플랫폼은 승승장구 중이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크롬 OS를 안드로이드와 통합할 것이라고 예단한 채 그 시기와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범했는데, 사실 구글은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병행시켜 나가면서 두 플랫폼이 무척 흥미로운 방식으로 공존하도록 준비 중이었다.

크롬 OS는 조금씩 인터페이스와 기능 면에서 점점 더 안드로이드처럼 변해갔고, 크롬북 하드웨어도 더욱 다양해졌다. 초창기 터치형 디스플레이는 컨버터블 디바이스로, 그리고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는 슬레이트 태블릿으로 대체됐다. 지금이야 다 흔해 보이지만 크롬 OS는 이런 디바이스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들을 준비하고 있었다(당시 대부분의 전문가가 그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몇 년 전 필자는 이러한 동향에 주목해 크롬북이 ‘새로운 안드로이드 태블릿’ 형태를 갖춰 나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크롬북에서도 안드로이드 앱이 완벽하게 실행된다. 최적의 상태가 아닐 때도 있지만 충분히 쓸 만하다. 사실 앱 최적화 이슈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도 적용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현재 크롬북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도 시스템 레벨에서 수용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것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그 이상의 강력한 가능성이 열렸다. 또한 크롬북은 기존의 어떤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따라갈 수 없는 데스크톱 수준의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노트북과 태블릿 형태를 원활하게 전환하도록 설계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경우 더욱더 그렇다.

물론 비즈니스 사용자가 우려할 만한 부분도 있다(필자가 지금 이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크롬북이 사실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제조사가 만들었든 관계없이 구글은 몇 주마다 소리 없이 자동 업데이트를 한다. 작년 가을부터 생산된 제품을 기준으로 출시 이후 약 7~8년 동안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다른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크롬북 업데이트에는 보안, 개인정보보호, 성능 개선 등의 주요 사항들과 전면 인터페이스 변경 및 추가 기능들이 포함돼 있다.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적시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디바이스를 적어도 비즈니스용으로 사용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어떤지 생각해 보자.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의 안타까운 실태를 많이 다룬다. 물론 업그레이드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바이스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제대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고 있다. 태블릿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를테면 삼성의 최신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탭 S6(Galaxy Tab S6)는 생산성에 중점을 둔 ‘PC 같은’ 투인원 태블릿이다. 작년 가을 출시됐으며 가격은 650달러다. ‘최고의 안드로이드 태블릿(best Android tablet)’으로 다수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갤럭시 탭 S6이 미국에서 최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10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2020년 5월, 그러니까 겨우 이번 달의 일이다. 안드로이드 10이 공개되고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삼성의 최신 생산성 태블릿 사용자들이 보안이나 개인정보보호가 최적화되지 않은 철 지난 제품을 8개월 동안 사용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운이 좋다면 아마도 제품을 폐기하기 전에 주요 OS 업데이트가 한 번 더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사례는 대부분의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반면에 200달러짜리 크롬북은 아무것이나 사도 매달 주요 OS 업데이트는 물론 2~3주에 한 번씩 소규모 보안 패치까지 이뤄지며 이런 정기 업데이트는 앞으로도 몇 년간 더 계속될 예정이다. 자, 이제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짐작이 가는가?

"이제 최고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니다.

즉 쉽게 말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매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능과 기능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보안,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등 주요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야 하냐고 물어볼 때 요즘은 아예 사지 말라고 대답한다. 큰 화면에서 안드로이드와 연결된 경험을 즐기고 싶다면 차라리 괜찮은 컨버터블 크롬북을 고려해 보는 것이 낫다.

예외는 매우 저렴한 소형 태블릿 시장이다. 이는 크롬 OS의 약점이기도 하다. 아마존에서 나온 형편없는 파이어(Fire) 태블릿을 단돈 50달러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롬북은 아직 이러한 저가 수요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영상만 볼 아주 저렴한 것이나 아이가 막 쓸 만한 것을 찾는 사용자들에게는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여전히 실질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생산성과 비즈니스에 적합한 기기와 관련해 즉, 철저한 보안과 개인정보보호, 최적화된 성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새로운 구매 가이드가 요구되고 있다. 이제 최고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니다. 바로 크롬북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일 내용은 아까 언급한 픽셀 C다. 픽셀 C는 구글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인데, 여러 징후로 미뤄볼 때 사실 크롬 OS가 탑재됐어야 했으나 출시 전까지 소프트웨어 준비가 채 되지 않았던 듯하다. 

픽셀 C는 어느 면을 보나 최초의 픽셀북이 돼야 했을 제품이다. 크기만 커진 스마트폰이라는 멍에를 벗는 동시에 모바일의 이점도 여전히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간 시대를 앞서간 탓에 구글은 크롬 OS 대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해버렸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의 없이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거의 틀림없다. 물론 현시점에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아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JR Raphael은 컴퓨터월드 객원 편집자다. 기술을 인문학적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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