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잡담을 걸어오지 않는다. 여러 명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회사 주식이 폭락한다. 이런 조짐들이 보일 땐 일단 구명조끼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만히 있다간 배와 함께 침몰하고 말 것이다.
잘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구조조정과 대규모 해고는 결코 웃어 넘길만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에서는 이 문제를 선뜻 검토하고 있다. 정리해고는 이미 흔한 현상이며 뜬금없는 해고를 경험해 본 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해고 또는 구조조정 전에 흔히 나타나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몇 가지 신호들에 대해 정리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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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말 없이 사라진다
데빈과 수지가 근처에 간식을 사러 간다고 나간 게 화요일이었다. 이상하다. 오늘은 금요일인데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대규모 해고를 하기 전 첫 번째 조짐은 몇몇 동료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위기는 느껴지는데 아무도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럴 땐 갖은 인맥과 수단을 동원하여 사태를 파악하고 다음이 내 차례는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갑작스러운 전 직원 미팅
전 직원 미팅에서 나오는 결과들 중 많은 것들은 썩 달갑지 않다. 물론 신제품 출시가 미팅 안건인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날은 그 주제가 ‘우리 회사에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 경우도 있다. 만일 이런 미팅에 가게 된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회사 버스
평소처럼 출근을 하기 위해 커피 한 잔과 노트북을 들고 버스정류장에 선 당신. 아, 저기 회사 버스가 온다. 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는 나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 가버린다.
그렇다, 회사 버스가 나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 버린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는가 싶겠지만, 몇몇 회사들이 해고대상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게 비약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다른 직원 복지 시스템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상사의 낯선 눈빛
혹시 지난 며칠간 상사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없었는가? 당신과 눈을 마주칠 것 같으면 재빨리 시선을 피한다든지, 질문이 있어서 찾아가면 황급히 전화통화를 하거나 미팅이 있다며 당신을 피해버리진 않았는지 말이다. 혹은 평소보다 더 차가운 태도로 당신을 대할 수도 있고 말이다.
뭔가 말실수를 한 것인지, 실책을 한 것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당신은 모르는 어떤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반응일 수 있다.
미팅이 취소됐다
주중 팀 미팅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미팅이 취소됐다고 해서 마냥 즐거워할 일도 아니다. 어쩌면 더 이상 미팅에 참여할 사람이 없어서 취소된 걸 수도 있다. 대규모 정리 해고가 있기 전에는 보통 업무량이 줄어든다. 갑자기 스케줄이 텅텅 비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회사 전체에 드리운 우울한 먹구름
분위기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만연할 때가 있는데, 그 때가 바로 조심해야 할 때다. 모든 직원들이 마치 워킹 데드의 좀비들처럼 생기 없이 걸어 다니고, 탕비실 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잡담을 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현상이 관찰되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아보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출근했는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새로 온 직원에게 회사를 안내하라는 지시
어느 날 회사에 뉴 페이스가 들어온다. 당신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업무처리며 각종 일 관련한 것들을 알려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맡게 될 직책과 업무가 당신이 지금 맡고 있는 바로 그 직책과 업무라면? 그렇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인수인계를 마친 것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합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루머는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지만, 적어도 그 루머가 회사 합병에 대한 이야기라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 회사가 인수, 합병 되기 직전에는 그에 대한 소문이 돌게 마련이다. 특히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말라며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귀를 기울여라. 어쩌면 머지 않아 오래된 이력서 파일을 다시 꺼내야 할지도 모른다.
주가가 급락한다
상장 기업의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가정의 평화는 엄마가 행복할 때 이루어지고, 회사의 평화는 투자자가 행복할 때 온다. 주가가 불안정하고 관련 숫자들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면 머지 않아 종종 마주치던 직장 동료들이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거기서 더 잘못될 경우 당신도 더 이상 출근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수치심 상자의 출현
어느 날 누군가의 책상 위에 종이 상자가 올라와 있다면 그가 짐을 싸야 한다는 의미다. 조용히 종이 상자에 짐을 챙겨 회사 문을 나서는 그 길은 실로 수치심과 굴욕의 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견뎌내는 것만이 최선이다. 적어도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새로 생긴 상자를 보며 기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