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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공학이 심리학이자 철학인 이유

2017.07.06 George Nott  |  CIO Australia
선반 위에는 절단된 로봇 머리가 2개 놓여 있었다. 한 로봇의 유리 눈엔 생기가 없었고 다른 로봇은 '두피'가 벗겨져 회로판으로 된 뇌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대쪽 책상 아래에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논리, 비교 심리학 관련 책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호주 UTS 대학의 혁신 및 엔터프라이즈 연구소(Innovation and Enterprise Research laboratory)다. 또 다른 이름으로 '매직 랩(Magic Lab)'이라고 불린다. 연구소 안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로봇과 베이지에서 밝은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플라스틱 로봇 외골격이 가득하다. 일부 로봇은 귀여운 '곤충 눈'을 갖고 있고 얼굴에 컬러 조명이 장착돼 있다. 반면 내부의 기계 구조가 드러난 로봇, 해체된 로봇, 발가벗은 로봇도 있다.

그런데 한 로봇이 다른 로봇의 목을 조르고 있다. 연구소의 교수 매리-앤 윌리엄스는 웃으면서 "누군가 PR2가 다른 로봇의 목을 조르도록 만들어 놨다. 관심을 끌려고 한 짓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농담은 그냥 농담이 아니다. 바로 연구소가 주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즉 로봇은 자신의 유용성을 100% 실현하기 위해 사람의 관심을 끌고 공감을 얻어야 하고 이 관심을 구체화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연구 과제다.

사이코봇(Psychobot)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의 인공 지능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왔다. 바둑의 패턴을 파악하고 의료 영상에서 사망률을 예측하는 식이다. AI는 복잡한 '작업'의 해법으로 발전해 왔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능형 시스템이 실제 세상에서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윌리엄스는 "자의식이 있고 자신을 인식하는 다른 행위자, 사람, 로봇, 기타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감정 지능'이 필요하다. 또 접촉 및 협력하고 사람이 로봇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돕게 만드는 사회 지능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매일 회사 접수처에서 여러 사람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편 배달 로봇을 생각해 보자. 현재 기술로도 당장 이런 로봇을 만들 수 있지만 로봇의 일부 행동이 부적합할 수 있다.

윌리엄스는 "배달할 편지를 가지고 받을 사람이 일하는 사무실로 이동하는데 그가 동료와 복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로봇은 그를 무시하고 그냥 사무실로 이동할 것이다.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한다면 불친절한 것이고 때에 따라 화를 낼 수도 있다. 이처럼 감정 지능 없이 문제만 해결할 수 있는 로봇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소셜 스킬(사회적 기능)을 갖춘 로봇은 아주 단순한 로봇조차 매우 유용하다. 소셜 스킬을 갖춘 로봇 진공 청소기는 카펫 청소를 위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집어 들도록 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로봇이 사람의 도움을 얻어 세상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사람을 설득해 할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또는 자신을 위해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윌리엄스는 "로봇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 자신을 돕게 하고,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득이 중요한데, 설득하려면 접촉해야 하고 도움이 필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실 속 로봇
UTS는 지난 2002년부터 로봇을 연구했고 일부는 지금도 남아 있다. 붉은 색에 반응하고 봉고를 연주할 수 있는 '반신형' 북극곰 로봇인 '스모키'가 대표적이다('스모키'는 북극곰의 흰 털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만 2번이나 불이 나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기술에 '소셜' 요소를 추가하는 것은 꽤 새로운 개념이다. 윌리엄스는 "소셜 로봇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저렴하면서도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파괴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소셜 로봇은 단순히 자동화된 문제 해결 도구가 아니다. 안전하고 즐겁고 원활하게 사람과 협력해 사람의 경험과 환경을 강화할 수 있는 감정 지능, 사회 지능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과 로봇의 '상호작용'에 대한 가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테스트하는 방법은 로봇을 실제 세상에 보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CBA(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와 대형 부동산 회사인 스톡랜드(Stockland)는 스페인 PAL 로보틱스의 로봇인 '림(REEM)'을 도입했다. UTS 및 ATNU(Australian Technology Network of Universities) 연구원과 공동으로 소매 환경에서 사람과 로봇의 상호작용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UTS는 최근 산업 파트너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Softbank Robotics)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Pepper)를 2대 도입했다. UTS는 이번 달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RoboCup@Home 소셜 로봇 리그(Social Robot League)에 페퍼를 출품할 계획이다.

호주에서 유일하게 참가 자격을 부여 받은 팀은 사람과 로봇 상호작용, 로봇 감정, 로봇 협력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오는 8월 CBA 및 소프트웨어 업체와 함께 여는 워크숍에서는 여러 상황과 환경에서 사람이 로봇과 어떤 관계를 구축하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예를 들면 '가정용 로봇과 쇼핑 카트 로봇의 개성(특성)이 같아야 할까? 당신에 대해 같은 정보를 알아야 할까?' 같은 질문이다.

윌리엄스는 "평생 온갖 전자기기와 로봇에 자신의 선호도를 알려주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라이버시 관리와 개인 생활 침해, 원하는 서비스 전달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집에서 개인으로서의 경험, 사업체 고객으로서의 경험, 집 밖에서의 경험, 공개된 장소에서의 경험을 개선하는 균형점이다. 딱 한 번 접촉하고 다시는 볼 일이 없는 로봇도 있을 것이다. 즉 인간 관계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철학
영화 '아이 로봇(I, Robot)' 같은 미래가 도래한다면 로봇이 집과 직장에서 사람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소셜 기능과 감정 기능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텔스트라(Telstra), 시스코, 구글, IBM 등 UTS의 기업 파트너도 이런 기술의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노벨상 위원회 위원인 피터 가덴포르스와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UTS의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어떤 점에서 로봇 공학은 새로운 심리학이자 새로운 철학이다.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실험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윌리엄스는 "심리학자는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철학자는 로봇 윤리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로봇을 실제 다루지 않는 로봇 윤리는 추상적인 질문에 불과하다. 실제 로봇과 접촉해 보면 질문이 급격히 바뀌고 훨씬 흥미로워진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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