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5

골프인문학 | 추억의 권투선수 최충일의 교훈

김민철 | CIO KR
과거 복싱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활약하던 최충일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아마추어 당시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프로로 전향하여 11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한 후, 드디어 세계 챔피언이 될 기회를 잡는다.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전에서 그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5라운드에서는 챔피언을 다운시켜 심한 데미지를 입혔다. 경기가 재개되더라도 한 방만 더 적중시키면 승리가 확실한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5라운드를 10초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린 것이었다. 당시에 비일비재하던 홈그라운드의 텃세였다. 다음 라운드에서 최충일은 불행하게도 오른쪽 손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점차 수세에 몰리다가 11라운드에 역전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실의에 빠져 방황하던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연습 부족으로 패하여 비운의 복서로 남고 만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골프 칼럼에서 왜 난데없이 옛날 복서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실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스트레이트 기술 때문이다. 복싱의 펀칭 기술에는 팔을 쭉 뻗어 치는 스트레이트와 팔꿈치를 굽혀 휘둘러 치는 훅,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스트레이트이다. 복싱 도장에 처음 입문하면 체육관을 대각선으로 한 발씩 걸어 다니며 주먹을 쭉쭉 뻗는 스트레이트 연습만 한 달 이상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최충일의 주특기는 스트레이트였다. 그런데 주특기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그는 오직 스트레이트밖에 칠 줄 모르는 선수인 듯했다. 훅이나 어퍼컷을 연습하지 않았거나 전혀 칠 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레이트만 쳤다. 때에 따라서는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였다. 훅을 치고 빠져나오면 될 텐데 스트레이트만 고집하면서 위기를 자초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이트 하나로 세계를 재패하다시피 했다. 타이틀전에서 불우하게 패배했지만, 첫 번째 타이틀전은 실제로 그가 이긴 경기였다 그에게 바로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것도 그가 텃세에 의해 억울하게 패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 하나만을 파고들어도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것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업어치기 하나만을 고수해서 세계를 재패한 유도 선수나, 들배지기 같은 기술 하나만으로 씨름판을 평정한 장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느 정도 센스가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짐작하시겠지만,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온 이유는 골프에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기본기라는 한 우물만을 파서 정상권에 이른 사람들의 이러한 사례는 골프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것이다.

TV 레슨 프로를 보면 상황에 따른 샷이나 어프로치의 변형과 활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그린 왼쪽에 워터헤저드가 있다면 페이드 샷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거나, 핀이 그린 앞쪽에 치우쳐 있다면 굴리는 어프로치보다는 띄우는 어프로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물론 이러한 예는 무궁무진하다. 어느 쪽 발인가가 높은 오르막 라이나 내리막 라이에서의 샷 방법, 종류에 따른 러프에서의 샷 방법, 벙커에서의 샷 방법, 우도그랙 홀에서 효율적인 공략 방법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왼발이 높은 라이에서는 공을 어떤 위치에 놓고 체중을 몇 대 몇으로 배분한 상태에서 어깨의 위치를 어떻게 변형시키고 쳐야 한다”는 식의 레슨을 듣고 있노라면 그렇게 무궁무진한 상황마다 저렇게 복잡한 스윙법을 외우고 또 실전에서 적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릴 때 천재라 불렸을 정도로 기억력이 출중한 편에 드는 나 같은 사람도 한 가지 상황에서 샷을 하는 방법조차 완벽하게 암기하기 힘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고 머리를 끄덕이며 다양한 기술을 익혀 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자신이 겨냥한 방향으로 공을 똑바로 보내지 못함은 물론, 열 번 샷을 하면 서너 번은 슬라이스가 나고 또 서너 번은 악성 훅이 나는 사람이 페이드나 드로우를 연습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버바 왓슨과 같이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선수를 보면 황홀경에 빠질 정도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 사람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있느냐고 반문하고자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이 열 번 샷에 대여섯 번 슬라이스나 훅을 내는 상태에서 그 기술을 익힌 것은 아님에 분명하다. 백 번 샷을 하면 95번 정도는 원하는 방향과 거리에 근사하게 볼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된 후에야 비상용으로 그러한 샷을 연습하는 것이다. 정상급의 선수들의 경우 기본기는 비슷비슷하게 충실히 갖추어져 있어, 그런 위기관리 능력이 곧 성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실히 기본기를 익힌 후, 응용기술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그 기술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오면 세계 수준의 선수들조차 긴장하여 실수의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매 샷마다 어깨에 힘을 빼지 못하고, 내가 이번에는 또 무슨 실수를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플레이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응용기술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만약 열 번에 두세 번 성공하는 희열을 맛보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골프가 아니라 야구와 같은 다른 운동을 해야 한다. 야구에서는 열 번 타석에 들어서 두세 번만 홈런이나 안타를 치더라도 매우 훌륭한 타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은 정확한 체중 이동과 밸런스이다. 샷의 방향이나 거리가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모두 그 두 가지를 정확히 수행해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응용 기술이라는 것도 이 두 가지를 수행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식 대처법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왼발이나 발 앞쪽이 높은 라이에서는 훅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타겟보다 오른쪽을 겨냥하라고들 말하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 또한 다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뒷발을 들어서 체중을 이동하여 균형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하체보다 상체 위주의 스윙을 하게 되어 훅이 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내리막 라이에서는 뒷발이 이미 어느 정도 들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본기를 충실히 익혀 평지에서의 샷에서 체중 이동과 균형이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골퍼라면 어느 정도의 오르막 라이나 내리막 라이는 무시하고 자신감 있는 샷을 할 수 있게 된다. 충실히 기본기를 다져 자신의 샷에서 일정하게 드로우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의 내리막 라이에서조차 드로우 구질의 볼을 칠 수 있다.

어프로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어프로치의 핵심은 자신의 원하는 곳에 볼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짧은 거리에서는 56도 웨지를 사용하는 사람이 핀까지 20m 거리에서 어프로치를 해야 한다면, 12~13m 정도 거리에 떨어뜨려 공의 구름을 이용하여 핀에 붙이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들이 어프로치에 실패하는 원인은 어떤 클럽을 이용하여 굴리는 샷을 할 것인가 띄우는 샷을 할 것인가를 올바로 결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하나의 클럽을 가지고도 원하는 근사치에 볼을 떨어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응용기술을 사용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쓸 데 없는 짓에 불과하다.

물론 클럽에 다른 캐리와 런의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평소 연습에서 잘 관찰해 둘 필요가 있다 만약 그 비율이 오락가락한다면 이 역시 체중 이동과 균형의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동일한 도구를 이용하는 상태에서 두 가지가 동일하게 수행되었다면,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레슨을 할 때는, 그것도 특히 방송에서는 뭔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어야 시청자들이 만족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인 내용만을 쉽게 풀어서 반복 숙지시킨다면 보잘 것 없는 교습가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레슨은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약이 아니라 독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십팔기라는 무술의 전수자인 후배가 “형님, 싸움을 진짜 잘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문 앞에 샌드백 매달아 놓고 나갈 때 두세 번 두드리고 들어올 때 두세 번 두드리면 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전에서는 폼 나는 기술이 아니라 기본기가 중요하다. 기본이 충실해지면 상황에 따른 응용 능력은 저절로 생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다음 문제는 그 때 가서 고민할 일이다.

맹자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지 않고 조급하게 서두르는 행위, 즉 ‘조장(助長)’이라 하여 비판하였으며, 이후의 유학자들은 수준에 맞지 않게 높은 경지의 것을 익히고자 하는 것을 ‘엽등(獵等)’이라 하여 매우 경계하였다. 프로가 아니라면 드로우나 페이드, 굴이는 어프로치와 띄우는 어프로치, 라이에 따른 스윙법 등을 연습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정확한 체중 이동과 균형 유지, 일관성 있는 도구의 사용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한 사람만이 그 다음 단계로 상승하는 문턱에 다다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 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2016.01.15

골프인문학 | 추억의 권투선수 최충일의 교훈

김민철 | CIO KR
과거 복싱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활약하던 최충일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아마추어 당시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프로로 전향하여 11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한 후, 드디어 세계 챔피언이 될 기회를 잡는다.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전에서 그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5라운드에서는 챔피언을 다운시켜 심한 데미지를 입혔다. 경기가 재개되더라도 한 방만 더 적중시키면 승리가 확실한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5라운드를 10초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린 것이었다. 당시에 비일비재하던 홈그라운드의 텃세였다. 다음 라운드에서 최충일은 불행하게도 오른쪽 손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점차 수세에 몰리다가 11라운드에 역전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실의에 빠져 방황하던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연습 부족으로 패하여 비운의 복서로 남고 만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골프 칼럼에서 왜 난데없이 옛날 복서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실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스트레이트 기술 때문이다. 복싱의 펀칭 기술에는 팔을 쭉 뻗어 치는 스트레이트와 팔꿈치를 굽혀 휘둘러 치는 훅,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스트레이트이다. 복싱 도장에 처음 입문하면 체육관을 대각선으로 한 발씩 걸어 다니며 주먹을 쭉쭉 뻗는 스트레이트 연습만 한 달 이상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최충일의 주특기는 스트레이트였다. 그런데 주특기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그는 오직 스트레이트밖에 칠 줄 모르는 선수인 듯했다. 훅이나 어퍼컷을 연습하지 않았거나 전혀 칠 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레이트만 쳤다. 때에 따라서는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였다. 훅을 치고 빠져나오면 될 텐데 스트레이트만 고집하면서 위기를 자초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이트 하나로 세계를 재패하다시피 했다. 타이틀전에서 불우하게 패배했지만, 첫 번째 타이틀전은 실제로 그가 이긴 경기였다 그에게 바로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것도 그가 텃세에 의해 억울하게 패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 하나만을 파고들어도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것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업어치기 하나만을 고수해서 세계를 재패한 유도 선수나, 들배지기 같은 기술 하나만으로 씨름판을 평정한 장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느 정도 센스가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짐작하시겠지만,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온 이유는 골프에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기본기라는 한 우물만을 파서 정상권에 이른 사람들의 이러한 사례는 골프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것이다.

TV 레슨 프로를 보면 상황에 따른 샷이나 어프로치의 변형과 활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그린 왼쪽에 워터헤저드가 있다면 페이드 샷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거나, 핀이 그린 앞쪽에 치우쳐 있다면 굴리는 어프로치보다는 띄우는 어프로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물론 이러한 예는 무궁무진하다. 어느 쪽 발인가가 높은 오르막 라이나 내리막 라이에서의 샷 방법, 종류에 따른 러프에서의 샷 방법, 벙커에서의 샷 방법, 우도그랙 홀에서 효율적인 공략 방법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왼발이 높은 라이에서는 공을 어떤 위치에 놓고 체중을 몇 대 몇으로 배분한 상태에서 어깨의 위치를 어떻게 변형시키고 쳐야 한다”는 식의 레슨을 듣고 있노라면 그렇게 무궁무진한 상황마다 저렇게 복잡한 스윙법을 외우고 또 실전에서 적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릴 때 천재라 불렸을 정도로 기억력이 출중한 편에 드는 나 같은 사람도 한 가지 상황에서 샷을 하는 방법조차 완벽하게 암기하기 힘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고 머리를 끄덕이며 다양한 기술을 익혀 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자신이 겨냥한 방향으로 공을 똑바로 보내지 못함은 물론, 열 번 샷을 하면 서너 번은 슬라이스가 나고 또 서너 번은 악성 훅이 나는 사람이 페이드나 드로우를 연습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버바 왓슨과 같이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선수를 보면 황홀경에 빠질 정도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 사람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있느냐고 반문하고자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이 열 번 샷에 대여섯 번 슬라이스나 훅을 내는 상태에서 그 기술을 익힌 것은 아님에 분명하다. 백 번 샷을 하면 95번 정도는 원하는 방향과 거리에 근사하게 볼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된 후에야 비상용으로 그러한 샷을 연습하는 것이다. 정상급의 선수들의 경우 기본기는 비슷비슷하게 충실히 갖추어져 있어, 그런 위기관리 능력이 곧 성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실히 기본기를 익힌 후, 응용기술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그 기술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오면 세계 수준의 선수들조차 긴장하여 실수의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매 샷마다 어깨에 힘을 빼지 못하고, 내가 이번에는 또 무슨 실수를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플레이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응용기술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만약 열 번에 두세 번 성공하는 희열을 맛보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골프가 아니라 야구와 같은 다른 운동을 해야 한다. 야구에서는 열 번 타석에 들어서 두세 번만 홈런이나 안타를 치더라도 매우 훌륭한 타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은 정확한 체중 이동과 밸런스이다. 샷의 방향이나 거리가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모두 그 두 가지를 정확히 수행해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응용 기술이라는 것도 이 두 가지를 수행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식 대처법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왼발이나 발 앞쪽이 높은 라이에서는 훅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타겟보다 오른쪽을 겨냥하라고들 말하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 또한 다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뒷발을 들어서 체중을 이동하여 균형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하체보다 상체 위주의 스윙을 하게 되어 훅이 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내리막 라이에서는 뒷발이 이미 어느 정도 들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본기를 충실히 익혀 평지에서의 샷에서 체중 이동과 균형이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골퍼라면 어느 정도의 오르막 라이나 내리막 라이는 무시하고 자신감 있는 샷을 할 수 있게 된다. 충실히 기본기를 다져 자신의 샷에서 일정하게 드로우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의 내리막 라이에서조차 드로우 구질의 볼을 칠 수 있다.

어프로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어프로치의 핵심은 자신의 원하는 곳에 볼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짧은 거리에서는 56도 웨지를 사용하는 사람이 핀까지 20m 거리에서 어프로치를 해야 한다면, 12~13m 정도 거리에 떨어뜨려 공의 구름을 이용하여 핀에 붙이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들이 어프로치에 실패하는 원인은 어떤 클럽을 이용하여 굴리는 샷을 할 것인가 띄우는 샷을 할 것인가를 올바로 결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하나의 클럽을 가지고도 원하는 근사치에 볼을 떨어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응용기술을 사용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쓸 데 없는 짓에 불과하다.

물론 클럽에 다른 캐리와 런의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평소 연습에서 잘 관찰해 둘 필요가 있다 만약 그 비율이 오락가락한다면 이 역시 체중 이동과 균형의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동일한 도구를 이용하는 상태에서 두 가지가 동일하게 수행되었다면,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레슨을 할 때는, 그것도 특히 방송에서는 뭔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어야 시청자들이 만족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인 내용만을 쉽게 풀어서 반복 숙지시킨다면 보잘 것 없는 교습가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레슨은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약이 아니라 독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십팔기라는 무술의 전수자인 후배가 “형님, 싸움을 진짜 잘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문 앞에 샌드백 매달아 놓고 나갈 때 두세 번 두드리고 들어올 때 두세 번 두드리면 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전에서는 폼 나는 기술이 아니라 기본기가 중요하다. 기본이 충실해지면 상황에 따른 응용 능력은 저절로 생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다음 문제는 그 때 가서 고민할 일이다.

맹자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지 않고 조급하게 서두르는 행위, 즉 ‘조장(助長)’이라 하여 비판하였으며, 이후의 유학자들은 수준에 맞지 않게 높은 경지의 것을 익히고자 하는 것을 ‘엽등(獵等)’이라 하여 매우 경계하였다. 프로가 아니라면 드로우나 페이드, 굴이는 어프로치와 띄우는 어프로치, 라이에 따른 스윙법 등을 연습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정확한 체중 이동과 균형 유지, 일관성 있는 도구의 사용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한 사람만이 그 다음 단계로 상승하는 문턱에 다다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 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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